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채동욱 검찰총장(54)이 24일 자신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글을 대검찰청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채 총장은 이 글에서 “일방적 의혹 제기가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무부 감찰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채 총장은 또 자신의 혼외 아들의 어머니로 보도된 임아무개(54)씨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해 주실 것도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다음은 채 총장이 대검찰청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며’라는 제목의 글의 전문이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제 개인 신상에 관한 일로 국가적·사회적 혼란과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하여 공직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소송과정에서 법절차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신속히 진실이 규명되도록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사에서 지목한 해당 아동 측에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저로서는 알 수 없으나,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 주실 것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 개인 신상에 관한 논란이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고,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현직 검찰총장의 ‘혼외자’ 여부라는 사적인 의혹으로 검찰조직의 동요와 국가사회의 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저 또한 이를 전혀 원하지 않습니다.
검찰총장이 조사대상자가 되어서는 전국의 검찰을 단 하루도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일방적 의혹제기가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사직을 선택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저에 대한 논란이 지나치게 확산된 상태이므로 설령 법무부의 조사결과 저의 억울함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제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재 국가적으로 중요한 여러 가지 현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검찰총장 부재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사인으로 돌아가 더 이상 검찰과 국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개인적 입장에 서서, 저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모든 법절차에 따라 규명해나갈 것이며, 그것만이 이 혼란사태를 신속히 정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께서도 저의 이러한 뜻을 깊이 헤아려서 한 치의 동요 없이 본연의 직무수행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이러한 저의 입장은 평생을 몸담아왔던 검찰과 나라를 위한 마지막 충정의 발로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2013년 9월24일
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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