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교조 설립 취소 ‘최후통첩’
8월 전공노 설립신고 반려 뒤 또…
전교조 “협의한다더니 느닷없이”
세계교원단체 “위협 중지하라”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의혹’
이마트·삼성전자서비스엔 면죄부
8월 전공노 설립신고 반려 뒤 또…
전교조 “협의한다더니 느닷없이”
세계교원단체 “위협 중지하라”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의혹’
이마트·삼성전자서비스엔 면죄부
* 노조 : 해고자 가입 노조
고용노동부가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설립 취소 방침을 통고하자,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계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달 같은 이유로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한 데 이어, 이번엔 전교조를 불법화하는 적극적인 조처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하병수 대변인은 23일 “오늘 고용노동부에서 협의하러 온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설립 취소를 통보했다. 사회적 합의도 거치고 논의를 거칠 것처럼 얘기한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6월 두 차례 전교조와 면담해오다 석 달 만에 돌연 전교조를 방문해 ‘노조설립 취소’ 절차를 일방 통보하며 공식화했다.
‘해직자 조합원’이 처음 쟁점이 된 건 이명박 정부 때다. 2010년 3월 이후 고용부는 두 차례 전교조에 관련 규약을 개정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번처럼 ‘노조설립 취소’를 전제로 하지는 않았다. 고용부의 김경윤 공무원노사관계과장은 23일 기자설명회에서 “지금은 그때보다 (더) 적극적인 의지로 전교조에 위법상태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노조법 시행령에 따라 10월23일까지 시정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노조 아님’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근 고용부의 잇따른 ‘친기업-반노조’ 행보와 맞물려 ‘노동자에겐 차갑고 기업에는 살가운 법집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용부는 이마트의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를 수사한 뒤 인사·노무의 실질적 결정권자인 정용진 부회장과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를 무혐의 처분(7월)해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주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위장도급 의혹을 두 달 동안 감독한 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종합적으로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면죄부를 줬다.
반면 고용부의 반노동적 발걸음도 또렷하다. 올 상반기까지 사실상 합법노조화를 전제로 물밑교섭을 끝낸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해 지난달 갑자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정리해고 요건을 법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지난달 거부했다.
노동정책에 관한 한 ‘무색무취’에 가깝던 박근혜 정부가 올 상반기를 지나며 강경한 반노조 정책 기조를 확립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노동3권 중 단체결성과 관련해선 (해고자를 포함한) 노동자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주는 게 국제 기준인데, 이를 문제삼아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는 건 박근혜 정부가 노조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겠다는 사인”이라며 “방하남 고용부 장관도 합리적 사고나 대화가 가능했으나 이젠 청와대 지시를 무조건 이행하는 장관으로 역할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이번 조처를 최근의 공안몰이 정국과도 연계지어 해석했다. 하병수 대변인은 “여러 대형 사안이 터지는 요즘 시국과 맞물려 눈엣가시였던 전교조를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 교육분야에 관심이 많은 박근혜 정부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등 역사문제에서 저항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회(EIAP)는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7차 총회에서 “한국 정부가 전교조의 설립 취소에 대한 위협을 중지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전교조는 이날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8일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인택 음성원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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