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거론 인물들
서천호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
채총장 사찰 사실이면 ‘직권남용’
서천호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
채총장 사찰 사실이면 ‘직권남용’
채동욱(54) 검찰총장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54) 전 민정수석과 이중희(46) 민정비서관을 비롯한 전·현직 검찰 출신 인사들은 검찰에 몸담을 당시부터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수석과 이 비서관은 특히 2003~2004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함께 일했다. 채 총장은 같은 시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맡았다. 곽 전 수석과 이 비서관은 함께 일한 뒤에도 검찰 안팎에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중희 비서관이 검찰에 있을 당시 유일하게 만나는 변호사가 곽상도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곽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되자 이중희 당시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민정비서관 유력 후보로 떠올랐고, 실제로 그 자리에 앉았다.
2009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를 하던 곽 전 수석은 현 정부가 들어서며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서는 곽 전 수석의 경질 배경에 국가정보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과 매끄럽게 조율을 하지 못하는 등 법무·검찰을 장악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중희 비서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인천지검 부장검사 등을 거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오다 올해 초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인선 당시 비서관으로 내정된 뒤 한차례 철회됐다가 다시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비서관은 두번째 내정 뒤 검찰에 사표를 냈다.
검찰 안에서 채 총장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수(45)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은 이 비서관과 2007~2008년 법무부 감찰과에서 함께 일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수석이 경질된 뒤 채 총장의 사찰자료를 이 비서관에게 넘겼고, 이 비서관이 이 자료를 김 부장검사와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현재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을 수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의록 폐기 수사 중 청와대 민정비서관 쪽이 김 부장검사에게 ‘채 총장이 곧 물러날 테니 직접 보고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만으로 김 부장검사가 이른바 ‘사초 실종’ 사건 수사를 계속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부장검사는 이와 관련해 “공식 절차 외에는 수사 보고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곽 전 수석과 함께 채 총장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천호(52) 국정원 2차장은 현 정권이 들어선 뒤 지난 4월 인선됐다. 서 차장은 경남 진주고와 경찰대 법학과를 나와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 부산·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담당 부서를 지휘하며 대공수사·대테러·방첩 등 보안 업무를 맡는다. 국정원의 채 총장 불법사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사건 등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국정원이 다시 한번 정치 개입과 직권남용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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