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에 은밀보고 의혹’ 조사
검찰 관계자 “조사 진행하다 ‘조선’ 보도 뒤 중단돼”
내부통신망엔 ‘기획낙마·불법사찰’ 비판글 잇따라
검찰 관계자 “조사 진행하다 ‘조선’ 보도 뒤 중단돼”
내부통신망엔 ‘기획낙마·불법사찰’ 비판글 잇따라
채동욱(54) 검찰총장이 자신을 사찰한 배후 인물 가운데 한명으로 정치권에서 지목한 김광수(45)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대해 지난 5일 진상조사를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 전에 이미 자신을 겨냥한 일부 세력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관한 기사가 나오기 직전, 총장이 김 부장의 특정 행태에 대해 ‘사실관계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감찰 전 단계인 ‘진상조사’를 진행중이었으나 총장에 대한 의혹이 보도되면서 중단됐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채 총장의 지시를 받은 건 지난 5일이다. 조선일보는 이튿날인 6일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채 총장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보도 첫날부터 기사의 배경을 강하게 의심했다. 대검 관계자는 “채 총장이 첫 보도를 접하고 ‘저의를 의심한다’고 발언했을 때부터 총장은 조선일보 기사의 뒷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대검도 불법사찰 여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춰왔고 법률 검토를 다양하게 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71)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선일보의 9월6일 보도 전인 9월5일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김광수 부장이 전화를 자주 하는 내용들이 대검에서 발각됐다. 그래서 대검에서 감찰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총장이 곧 물러나니 청와대에 직보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후 검찰총장을 건너뛰고 청와대와 직거래한 의혹이 있어 진상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16일 김광수 부장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 등과 관련해 “둥지를 깨끗이 하고 이미 떠난 새는 말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검사들도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지게 된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청주지검 이진호(43·사법연수원 30기) 검사는 15일 저녁 7시35분께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총장의 혼외아들 유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기획 낙마’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는 상태로 총장이 교체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시비는 일상화될 것이며…모든 중요한 수사에 대한 소모적인 국론분열이 재연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택균(44·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도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문제의 핵심은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의 적정성”이라며 “이번 사태의 파장은 생각보다 매우 크고 오래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 소속인 이복현(41·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검사도 “‘혼외자 의혹’은 (사실이라면)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지면 된다.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이 확인된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 외압’, ‘총장 음해’ 의혹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할 수 있고, 위법한 방법으로 음해 정보를 취득해 사용하면 이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앞으로 총장님이 될 분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채 총장 사퇴가) 검찰의 독립성과 관계없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못한다. 하늘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들만을 바라봐야 한다” 등의 글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잇따라 올랐다.
김원철 김선식 기자 wonchul@hani.co.kr
‘채동욱 파문’과 ‘유신 검찰’의 그림자 [#167-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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