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반발 확산
채동욱(54)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전격 사퇴한 뒤 검사들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일부 간부들이 공개적으로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고, 서울서부지검이 평검사회의를 연 데 이어 다른 일선 검찰청에서도 평검사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중이다.
김윤상(44·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은 14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과장은 “(대검 감찰1과장인)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며 법무부의 감찰 발표가 갑작스러운 일방적 통보였다고 밝혔다.
박은재(46·사법연수원 24기)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같은 날 오후 황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박 단장은 “지금 상황은 대다수의 국민이 특정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밉보인 총장의 사생활을 들추어 총장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검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법원의 소신있는 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총장을 헌신짝처럼 날려보내는 상황인데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일부 검사들은 14일 오후 모임을 열었고, 16일 평검사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부산·창원지검 등도 평검사회의 개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초 15일 저녁 6시에 서울북부지검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리기로 예정됐으나 연기됐다.
평검사회의는 그동안 일선에서 직접 수사하는 젊은 검사들의 공통된 의견을 검찰 조직 안팎에 나타내는 창구 구실을 해왔다. 지방검찰청·지청들은 보통 각 부서 수석검사들의 동의를 거쳐 평검사회의를 여는 등 관련 내용에 대한 운영준칙을 두고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검사들은 지난 13일 밤늦게까지 회의를 열고 “의혹 제기만으로 총장이 임기 중 사퇴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후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져 우려스럽다”고 공식 견해를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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