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사표 내야” 집중 비난
“후배 지켜주지 못한 못난 장관” 등
대검 간부들 검찰 내부통신망서 잇단 질타
제출한 채 총장 사표도 보류돼 ‘망신’
“후배 지켜주지 못한 못난 장관” 등
대검 간부들 검찰 내부통신망서 잇단 질타
제출한 채 총장 사표도 보류돼 ‘망신’
채동욱(54)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뒤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함으로써 채 총장을 밀어내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맡는 등 청와대의 뜻만 좇고 있다는 비판이다.
법무부는 13일 채 총장의 사표를 안전행정부로 넘겼다. 사표 수리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15일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채 총장의 퇴임식을 열려던 대검찰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황 장관의 ‘꼭두각시’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사표를 낸 13일 ‘공무원 신분이 아니게 될 상황이라 감찰은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틀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가 “사표 수리보다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고 하자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지시 당시에도 꼭두각시 노릇을 했던 황 장관이 이후에도 줄곧 청와대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 간부들이 14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두 편의 글은 모두 황 장관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김윤상(44) 대검 감찰1과장은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며 황 장관과 배후세력한테 직격탄을 날렸다. 박은재(46)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황 장관 앞으로 공개편지를 띄워,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 훼손 문제가 그렇게 가벼워 보였느냐. 검찰총장 감찰은 느닷없다”며 황 장관을 비난했다.
황 장관은 13일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고검장들에게 “검사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조직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일 오후 6시께는 전체 검사들에게 ‘논란 조기 종식을 위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총장이 사퇴해 안타깝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의 비판이 황 장관을 향하고 있는 만큼 황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오래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15일 “황 장관이 그나마 명예를 지키려면 지금 사표를 내야 한다는 게 주변 검사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 대검 간부도 “시기가 중요할 뿐 황 장관의 사퇴는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13일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대검찰청을 떠난 뒤 검찰 안팎에선 ‘황 장관도 동반 사퇴한다’는 얘기가 퍼지기도 했다.
황 장관이 사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한 검사는 “황 장관이 사표를 내면 이 모든 일이 청와대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황 장관이 사표를 내기 어렵고, 청와대도 이를 막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황 장관이 채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일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14일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 후 검찰에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으로 신속히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라’고 권유했으나 검찰은 ‘현재 상황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사이 시간이 경과해 진상 확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검찰로 하여금 검찰총장과 관련된 사안의 진상 조사를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다. 검찰에 불가능한 요구를 한 뒤 받아들이지 않으니 법무부가 나선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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