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평검사회의서 다룬 사안
채동욱(54)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서울서부지검에서 처음 열린 평검사회의는 기존의 평검사회의들과 주제가 사뭇 달랐다. 주로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모양새였던 기존 회의들과 달리 이번에는 검찰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 13일 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의견을 모아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정권이 검찰을 흔드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차례 열린 평검사회의는 ‘검찰개혁’,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주제로 삼았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검찰개혁안을 놓고 서울지검 등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렸다. 이때 평검사들은 자체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한 뒤 건의문을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같은해 3월엔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의 서열파괴 인사 방침이 알려지자 ‘검사들과의 대화’ 자리를 앞두고 전국 평검사 200명 가량이 참석한 평검사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평검사들은 검찰의 수사권한을 줄이는 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모이기도 했다. 2005년 5월 서울중앙지검 등에선 당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자고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주제로 평검사회의가 열렸다. 2011년 6월에는 서울중앙지검·인천지검 등 전국 30여개 지방검찰청·지청 검사들이 회의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다시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평검사회의가 열렸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이른바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봐주기 구형’ 지시 사건 등으로 ‘검찰 위기론’과 함께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때였다. 그러나 검찰 게시판에서 실명으로 검찰개혁을 촉구한 윤대해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평검사회의를 이용해 한상대 총장의 검찰개혁안 발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평검사회의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자 당시 예정된 평검사회의들은 중단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시사게이트#11] 채동욱 총장 VS 조선일보·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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