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반발 확산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
“객관적 감찰방법 국민 공개를”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은
“법무부가 감찰본부 제치고
검사 감찰하는 건 이례적” 사의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
“객관적 감찰방법 국민 공개를”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은
“법무부가 감찰본부 제치고
검사 감찰하는 건 이례적” 사의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54)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 일선 검사들은 채 총장 ‘혼외 아들 의혹’의 객관적 진실은 감찰로도 밝힐 수 없다며 감찰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다. 감찰은 은밀하게 비공개로 이뤄지는 일인데도 법무부는 ‘진상 규명’을 명분으로 감찰에 나선다고 언론에 공개하면서 채 총장한테 물러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 때문에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공개 감찰 지시의 ‘뒷배경’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황 장관은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감찰의 명분을 밝혔지만, 일선 검사들은 감찰의 명분과 실상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은재(46)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14일 오후 4시20분께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황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올려 “(채 총장의) 언론보도 정정청구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검찰이 오히려 장관님의 결정으로 동요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의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유전자 감식과 진술이 필요하다. 채 총장은 진상 규명을 위해서 유전자 감식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었다. 박 단장은 “(민간인 당사자의 유전자 감식과 진술 확보는) 수사로도 불가능합니다”라며 감찰이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황 장관에게 “검찰총장을 상대로 아니면 말기 식 감찰을 지시하였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 자료 발견을 위한 감찰 방법을 검사들, 넓게는 국민들에게 공개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검사들은 법무부의 갑작스런 검찰총장 감찰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고 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13일 밤 평검사회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단장도 특정 정치세력에 밉보인 검찰총장을 흔들려는 시도는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과 더불어 검찰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황 장관에게 “대다수 국민이 특정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밉보인 총장의 사생활을 들추어 총장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검찰총장 감찰이라니요?”라며 감찰의 저의를 따졌다.
지난 14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사의를 밝힌 김윤상(44) 대검 감찰 1과장도 법무부의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에 반발해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라고 말했다.
채 총장이 지난 13일 사의를 밝히며 사표를 냈는데도 15일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채 총장이 다시 업무에 복귀해서 총장직을 수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감찰 발표 이후) 검찰 조직을 위해서 채 총장이 사표를 쓴 건데, 총장으로 있으면서 감찰을 받으면 검찰이 돌아가겠나. 검찰 조직의 동요를 우려한다고 하면서도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더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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