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54) 검찰총장 사퇴에 따른 검찰 기류가 심상치 않다. 채 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지시 직후 사의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일선 검사의 첫 집단행동이 13일 밤 이뤄졌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채 총장이 사퇴한 이날 밤늦은 시각까지 회의를 열고 ‘평검사 일동’ 명의로 “채 총장의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올렸다. 이프로스에는 이와 별개로 채 총장을 물러나게 한 이번 사태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평검사의 글을 속속 올라오고 있어 검사의 집단 움직임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회의 개최 결과’ 제목의 글에서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돼야 한다”며 채 총장 사퇴를 반대했다.
이어 “특히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고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내린 감찰 지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황 장관은 13일 오후 채 총장이 사퇴한 직후 검사들에게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총장이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낸 바 있다.
또 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채 총장에 대해서도 “총장께서는 의혹이 근거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며 사퇴 의사를 거둬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부지검 소속 평검사 대부분이 참석했으며 일부 미참석자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전화로 동의를 구해 서부지검 소속 ‘평검사 일동’ 명의로 의견을 공개했다. 온라인뉴스팀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회의 개최 결과>
최근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 법무부장관의 공개 감찰 지시, 연이은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일동은 오늘 아래와 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그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돼야 한다.
특히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고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총장께서는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의혹이 근거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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