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앞길 ‘정지’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대검찰청 청사를 떠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도로에 ‘멈추라’는 교통안내 글자가 쓰여 있다. 김태형 기자
‘검란’ 속 검찰 명예회복 기대 안고 취임
전두환일가 미납금 추징 등 성과냈지만… 첫 외부추천위 추천 총장
“외부 압력 모두 막아내겠다”
소신 못 펼치고 중도에 하차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지난 4월4일 39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검찰 안팎에선 모처럼 기대가 컸다. 사상 처음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들 가운데서 임명된 총장으로서, 정권에 빚진 게 없으니 정치권력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채 총장이 취임하기 전 검찰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김광준(52) 서울고검 검사가 유진그룹한테서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뇌물수수 사건, 전아무개(31) 검사가 피의자인 여성과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 사건 등이 잇따라 터졌다. 한상대(54·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1심 공판 때 ‘봐주기 구형’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른바 ‘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상대 총장이 물러나면서 누가 앞으로 검찰 조직을 바로 세울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2월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근혜 당선인 쪽이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공안통’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심사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대신 채 총장과 김진태 당시 대검찰청 차장, 소병철 당시 대구고검장이 3배수 후보로 확정됐다. 그 뒤 검찰총장 인선이 미뤄지자, 청와대 쪽이 세 후보 모두 마뜩잖아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결국 소병철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기수(15기)가 상대적으로 낮고, 김진태 차장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채 총장이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채 총장은 11년 만에 나온 정통 수사검사 출신 총장이다. 이명재 31대 검찰총장 이후 정통 수사검사 출신이 총장직에 오르긴 처음이었다. 채 총장은 서울지검 특수2부장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관련자들을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기소하는 등 특수·강력통 검사로 이름을 알린 검사였다. 채 총장은 취임식에서 “검찰이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비리와 추문,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과 비난의 파도를 맞아 표류하고 있다.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내가 방파제가 되어 모두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일성이었다. 채 총장은 취임 14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검찰은 6월14일 원세훈(62)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제동을 걸었지만 채 총장이 버틴 결과였다. 채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82)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액 자진납부 계획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이 지난 16년 동안 533억원을 거둬들인 데 견줘 획기적인 성과였다. 검찰은 5월24일 특별환수팀을 꾸린 뒤 109일 만에 자진납부 약속을 받았다. 이 밖에도 채 총장 취임 이후 검찰은 국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세금 546억원을 포탈한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과 서울경제신문 회삿돈 137억원을 횡령하고 한국일보사에 196억원의 손해를 끼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채 총장은 검찰개혁에 관해 외부에 열린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채 총장은 취임 직후 검찰에 비판적인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꾸려 사실상 검찰개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에 이은 황교안 장관의 감찰 지시에 따라 채 총장이 사퇴하면서 채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제 시행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12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도입됐고 이후 18명이 검찰총장에 올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전두환일가 미납금 추징 등 성과냈지만… 첫 외부추천위 추천 총장
“외부 압력 모두 막아내겠다”
소신 못 펼치고 중도에 하차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지난 4월4일 39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검찰 안팎에선 모처럼 기대가 컸다. 사상 처음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들 가운데서 임명된 총장으로서, 정권에 빚진 게 없으니 정치권력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채 총장이 취임하기 전 검찰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김광준(52) 서울고검 검사가 유진그룹한테서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뇌물수수 사건, 전아무개(31) 검사가 피의자인 여성과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 사건 등이 잇따라 터졌다. 한상대(54·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1심 공판 때 ‘봐주기 구형’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른바 ‘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상대 총장이 물러나면서 누가 앞으로 검찰 조직을 바로 세울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2월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근혜 당선인 쪽이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공안통’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심사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대신 채 총장과 김진태 당시 대검찰청 차장, 소병철 당시 대구고검장이 3배수 후보로 확정됐다. 그 뒤 검찰총장 인선이 미뤄지자, 청와대 쪽이 세 후보 모두 마뜩잖아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결국 소병철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기수(15기)가 상대적으로 낮고, 김진태 차장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채 총장이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채 총장은 11년 만에 나온 정통 수사검사 출신 총장이다. 이명재 31대 검찰총장 이후 정통 수사검사 출신이 총장직에 오르긴 처음이었다. 채 총장은 서울지검 특수2부장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관련자들을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기소하는 등 특수·강력통 검사로 이름을 알린 검사였다. 채 총장은 취임식에서 “검찰이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비리와 추문,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과 비난의 파도를 맞아 표류하고 있다.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내가 방파제가 되어 모두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일성이었다. 채 총장은 취임 14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검찰은 6월14일 원세훈(62)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제동을 걸었지만 채 총장이 버틴 결과였다. 채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82)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액 자진납부 계획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이 지난 16년 동안 533억원을 거둬들인 데 견줘 획기적인 성과였다. 검찰은 5월24일 특별환수팀을 꾸린 뒤 109일 만에 자진납부 약속을 받았다. 이 밖에도 채 총장 취임 이후 검찰은 국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세금 546억원을 포탈한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과 서울경제신문 회삿돈 137억원을 횡령하고 한국일보사에 196억원의 손해를 끼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채 총장은 검찰개혁에 관해 외부에 열린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채 총장은 취임 직후 검찰에 비판적인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꾸려 사실상 검찰개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에 이은 황교안 장관의 감찰 지시에 따라 채 총장이 사퇴하면서 채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제 시행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12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도입됐고 이후 18명이 검찰총장에 올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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