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 얘기 다 나와…차분히 지켜볼 때”
채동욱(54)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라고 스스로 밝힌 여성의 편지(<한겨레> 11일치 2면)가 공개되면서 검찰 안에서는 의혹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은 ‘이제 차분하게 가야 할 때’라면서도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은 11일에도 이어진 <조선일보> 보도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정정보도 청구를 했으니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는 의견을 여러차례 밝혔고 관련 법 절차가 진행중이므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지난 9일 조선일보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12일까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이를 건너뛰고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검찰은 절차대로 일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편지 전문과 신문 보도를 보고) 상식적 수준에서 판단했다. 주변에서도 납득을 하고 마음을 놓는 분위기다. 다들 법률가들인데, 집단지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라고 밝힌 여성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채 총장한테 유리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다른 검사는 “최근 일련의 보도는 어떤 증거를 내놓아도 믿지 않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보는 것 같다. ‘빨갱이’라고 지목한 뒤 ‘빨갱이가 아닌 걸 밝히라’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한 검사는 “일부 직원들은 편지가 공개되면서 사그라들던 불씨를 키웠다는 반응이더라”고 전했다. 다른 검사도 “편지 내용이 조선일보 보도와 일부 일치하는 게 있다 보니 ‘보도가 사실이었던 게 아닌가’ 하고 오히려 의심이 든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히 지켜볼 때’라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했다. 한 부장검사는 “나올 이야기는 다 나온 것 같고, 검찰도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이제는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조속한 진실규명을 위해 언론중재위 조정을 건너뛰고 곧장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서두르면 올해 안에 1차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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