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보도와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라고 스스로 밝힌 여성이 9월10일 “제 아이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한겨레>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사에 보내왔다. 이 여성은 편지에서 자신의 실명을 밝혔으며, 편지 말미에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지장을 찍었다.
언론사에 편지 보내와…조선일보 ‘혼외 아들 보도’ 부인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떤 분의 아이 낳아…
무시받지 않으려고 아이 학적부에 ‘채동욱’ 이름 함부로 써”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떤 분의 아이 낳아…
무시받지 않으려고 아이 학적부에 ‘채동욱’ 이름 함부로 써”
<조선일보>가 제기하고 있는 채동욱(54)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라고 스스로 밝힌 여성이 10일 <한겨레>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제 아이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임아무개(54)씨는 이 편지에서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채 총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손님으로 알게 된 경위와 아이의 초등학교 학적부에 아이의 아버지 이름이 왜 ‘채동욱’으로 돼 있는지 설명했다. 편지 말미에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지장을 찍었다.
임씨는 등기우편으로 보낸 편지에서 “저는 2013.9.6일 조선일보에서 채동욱 검찰총장과 10여년간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11세 된 아들을 숨겨온 당사자로 지목된 Y씨며 임○○(실명을 밝힘)이라고 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조선일보 보도 뒤 서울 ㄱ초등학교에 다녔던 채아무개군의 어머니로 알려졌던 여성과 이름이 같다. 임씨가 편지에 쓴 주소지도 채군의 어머니가 산다고 알려졌던 주소지와 같았다.
임씨는 “지금도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떤 분의 아이를 낳게 되었고, 아버지 없이 제 아이로만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커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이름을 도용해) 아버지를 채동욱씨로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가 채동욱씨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가게를 하면서 주변으로부터의 보호, 가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시받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썼습니다. 학적부에 기재가 그렇게 된 이유로 말이 퍼져 채동욱 검사가 아버지 아니냐고 여러번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 잘못이지만 나중에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 되고 만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아이의 아버지는 채모씨는 맞으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이 저 혼자 키우려고 합니다. 만일 아이의 아버지가 그분(채 총장)이라면 당당히 양육비나 경제적인 도움을 청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채 총장을 알게 된 경위도 설명했다. 그는 “채동욱씨를 부산에서 장사할 때 손님으로 알게 된 후 서울에서 사업을 할 때도 제가 청하여 여러 번 뵙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게를 잠깐씩 들르는 손님일 뿐 다른 어떤 관계도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그분은 점잖고 예의바른 분으로 부하들이 잘 따르고 호방하여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술 파는 가게에서 통상 있듯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도 단 한 번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후배 검사들과 함께 오곤 했는데 제 아이의 아버지가 그분이라면 남의 눈이나 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모임을 제가 일하는 가게에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채 총장은 후배 검사와 수사관, 기자들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온 여성이 운영하는 서울의 ㄱ카페를 가끔 찾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임씨는 편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 “제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지만,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어 부득이 이 일을 사실과 함께 해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임씨는 또 “지난주 수요일 갑자기 조선일보 기자분이 총장님 일로 찾아왔다고 들었는데 두렵고 혼란스러워 잠적을 했습니다만 이 모든 것은 제 불찰로 일어난 것임을 이렇게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 편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물었고, 대검 대변인은 “채 총장이 2000년대 초중반 검사들과 가끔 다녔던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고, 검사들이 기억하는 정황과 상당히 일치한다. 그밖의 부분은 우리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그동안의 취재 내용 등을 바탕으로 편지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주례간부회의에서 “저와 관련된 최근 조선일보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저는 공직자로서,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