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가운데)이 9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시간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혼외아들 보도’ 정면충돌
‘조선’ 확실한 근거 제시 없어
양쪽 입장 아직 팽팽해
재판으로 넘어갈 가능성
‘조선’ 확실한 근거 제시 없어
양쪽 입장 아직 팽팽해
재판으로 넘어갈 가능성
채동욱(54)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와 ‘유전자 검사’ 카드로 정면대응하면서 채 총장과 조선일보 가운데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채 총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의 배경이 ‘검찰 흔들기’라고 공식 견해를 밝힌 터다. 사실로 밝혀지면 공직을 걸어야 할 상황이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 조선일보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다.
채 총장이 첫 보도 사흘 만에 법적 대응 방침을 내놓은 건 후속 보도 내용을 봐가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하려는 포석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총장이란 직책이 섣불리 법적 대응을 언급하기 힘든 자리란 점도 고민거리였다. 형사고소를 할 경우 검사가 현직 검찰총장의 사건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지휘를 받지 않도록 돼 있는 특임검사를 임명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검사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게 임무인 특임검사에겐 맞지 않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은 형사고소보다는 부담이 적지만 법원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최종결론이 나기 전까지 ‘진실 공방’이 지루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법적 대응을 언급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9일 후속 보도가 나오자 ‘더이상 끌려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총장과 대검찰청 참모들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첫 보도 직후 법적 조처 등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검찰총장이 법적 조처를 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신중 의견이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총장이 자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연이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을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지만 이날치 보도까지 살펴봐도 혼외 아들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검 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혼외 아들 여부를 밝혀내 보도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확인하거나, 부모가 시인하는 것뿐이다. 양 당사자 누구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단정적으로 기사를 쓰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후속 보도를 봐도 ‘의혹이 있다’는 수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에게 직접 확인도 하지 않고 쓴 기사”라고 밝혔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를 보도한 언론사가 책임을 면할 순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언론이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은 경우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조선일보가 응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거치게 되는데, 양쪽이 강경하게 맞서고 있어 재판으로 넘어갈 확률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사건 접수 뒤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늦어도 연말께는 사법부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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