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구인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5일 열렸다.

오상용 수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 411호 법정에서 이 의원을 출석시켜 3시간 남짓 영장실질심사를 벌였다. 영장실질심사에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심재환·김칠준 변호사 등이 6명이 참석했고, 검찰에선 수원지검 공안부 김훈영 검사 등 3명이 참석했다.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오늘 밤 9시 무렵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장실질심사 뒤 국가정보원 직원 5∼6명에 이끌려 법정 문을 나선 이 의원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꼭 승리할 겁니다. 진실과 정의는 승리한다고 믿습니다. 국정원의 조작은 실패할 겁니다. 국정원 내란 음모 사건은 완벽한 조작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에 떠밀려 법원 출입구에서 10여m 떨어진 차량으로 이끌려갔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의원은 “철저히 (소명)했습니다. 진실은 승리합니다”라고 말했다. 차량에 오른 이 의원은 하루 전인 4일 수원지법의 구인영장 발부에 따라 국정원이 강제 구인해 일시 구금했던 수원남부경찰서로 이동했다.

이 의원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국정원이 이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올해 5월 합정동 모임’의 녹취록은 불법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는데다, 설혹 증거 능력이 인정되어도 녹취록을 보면 국정원이 주장하듯 국헌 문란이나 국토를 참절할 내란 음모의 목적은 물론, 합의와 세부적 실천계획을 볼 수 없고 이 의원의 현 정세에 대한 강연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아르오(RO)라는 조직의 실체가 없을 뿐더러 이 의원이 ‘총 가지고 다니지마’라고 말했는데도 이런 발언들을 교묘히 짜깁기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등 국정원이 여론재판을 주도하는 것은 개인의 인권은 물론 우리사회가 수십년간 이룬 사법민주화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원지법 현장에는 취재진 100여명과 시민, 진보당 당원 등 100여명이 몰려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던 진보당 당원 100여명은 “국정원 해체” “‘이석기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60대 남성이 법원 구내에서 “구속, 척결”이라고 적은 종이 피켓을 들고 있다가 법원 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하는가 하면 진보당 당원 등과 승강이를 벌였다.

경찰은 일부 보수 단체 인사들의 달걀 투척 등의 불상사에 대비해 경력 6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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