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탓에 국정원 개혁 물건너갈까 걱정”
민주당은 범국민대회 불참…진보당과 ‘선긋기’
민주당은 범국민대회 불참…진보당과 ‘선긋기’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31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10차 범국민대회’에는 시민 2만명(경찰 추산 3500명)이 참가해 촛불을 들었다. 일주일 전 열린 범국민대회와 비교하면 약 1만명이 줄어든 규모다.
이날 집회는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약 15분 지연된 오후 7시15분께 시작됐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조연설에서 “국정원은 언론플레이를 하지 말고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규명과 개혁 작업에 협조하라”면서 “대신 내란음모 수사는 검찰에 맡겨라”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시민 정아무개(36)씨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 때문에 국정원 개혁이 안 될까 걱정돼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에 나선 지 한 달째인 민주당은 진보당과 선긋기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앞서 오후 5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결의대회’에만 참석하고 범국민대회에는 불참했다. 김기식·진선미·서영교 의원 등 일부만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을 제외한 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은 이정희 대표와 함께 집회가 열리는 동안 앞줄에 앉았다.
앞서 진보당과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3시께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으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진보당원 등 3500명(경찰 추산 1500명)이 모인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공안탄압 규탄대회’에는 이석기 의원 등 진보당 소속 의원 6명이 전원 참석했다. 다만 이 의원은 집회 연설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정희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드러나자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터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고 (해당 모임을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면 편집 없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석기 의원은 내곡동 집회 참석 전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면서 여야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200명(경찰 추산 900명)은 비슷한 시간대에 ‘내란음모 주도한 통합진보당과 종북좌파세력 규탄 집회’를 열고, 통합진보당이라고 적힌 관 모형을 불태우는 일종의 화형식을 가졌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3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10차 범국민 촛불집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8.3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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