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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모임 발언을 ‘내란음모’ 규정…실행능력 구체적 증거 있나

등록 2013-08-30 08:29수정 2013-09-05 17:39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29일 오후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국회의원회관 520호 이 의원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29일 오후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국회의원회관 520호 이 의원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란음모죄 적용 가능하나

이석기 ‘총기·폭파’는 언급 안했지만 “전쟁 준비” 발언
“‘한번 해보자’ 수준…100여명이 국가전복? 상식 문제”

국정원, 형량 높은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는 적용안해
‘내란음모’ 단어가 주는 정치적 효과 극대화 노린 측면
국가정보원이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내란음모죄’는 그동안 형법에서 사문화하다시피 한 조항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유신 시대에나 적용한 혐의여서 형법 교과서에도 설명이 몇줄 안 나온다”고 말했다. 듣기에도 섬뜩한 ‘내란음모’ 카드를 국정원이 빼들면서 과연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9일 밤 일부 언론이 보도한 국정원의 녹취록 내용도 주목된다.

■ 진정성·실행계획·능력 있나? 29일 검찰과 국정원, 정치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의원의 혐의 사실은 지하조직을 만들어 내란을 음모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영장에는 ‘RO(일명 산악회)’라는 조직이 적시돼 있다.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 등에서 130여명이 모여 유류·통신시설 파괴 등 체제 전복을 꾀하는 내란을 모의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증거자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현재 알려진 혐의 사실만으로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는 데 조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란음모의 범죄 구성 요건은 일단 내란을 목적으로 실행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한번 해보자’는 수준을 ‘음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또 내란죄는 국토 참절(국토를 일부 점령) 및 국헌 문란(국가 제도·기관 무력화)의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북한의 남침 시 시설을 파괴하자는 계획 등을 했다면 헌법의 기능을 정지시킬 정도의 목적과 이를 실행할 의지 및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이 문제의 모임에서 ‘총기 준비’ ‘통신·유류시설 타격’ 등의 발언을 하지 않았고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일 뿐이라고 한다면, 이들을 ‘내란음모’ 세력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의심이 들게 된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이 ‘총론’을 제시했고 소그룹의 ‘각론’ 토론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들이 나왔다고 설명하는데, 이를 조직적인 내란 목적과 실행 의지·능력·계획을 갖춘 모의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밤 일부 언론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 의원이 “전쟁 준비”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등 강한 톤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내란음모 여부를 판단할 새로운 근거가 될 수 있다.

■ 정치적 효과 극대화 노렸나?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구성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내란음모를 꾀할 수준의 조직이라면 반국가단체 성격을 띠어야 하는데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법정형만 놓고 볼 때 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구성(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형법의 내란음모(3년 이상 유기징역, 자수하면 감경 또는 면제)보다 훨씬 높다.

이는 국정원이 이 의원 관련 조직의 강령·규약 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실제 이 조직에 강령·규약 등이 없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정원이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RO(일명 산악회)’도 조직의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적으로 ‘혁명적 조직’(Revolutionary Organization)을 뜻하는 말로 보인다.

국정원이 ‘내란음모’라는 낱말을 사용해 정치적 충격과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이 혐의를 적용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압수수색영장에 내란음모 혐의를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필 이정연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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