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전쟁 준비’ 토론 독려 녹취록 공개
검찰, 내란음모 혐의 이 의원 사전영장 청구
검찰, 내란음모 혐의 이 의원 사전영장 청구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모임 등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도 준비하라’는 등의 발언을 직접 하지는 않았으나, 이 의원의 ‘기조 발언’ 뒤 모임 참석자들이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눴고 그 가운데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해야 한다’ 등의 일부 발언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이 모임에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참가자들의 토론을 주문하는 내용의 녹취록도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29일 국정원의 신청을 받아들여 내란음모 등 혐의로 이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에서 당원 등 13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해 ‘강연’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이 ‘총기를 준비하고 국내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도 준비하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남한 내 세력들이 파출소나 무기저장고 등을 습격해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하라’ 등의 ‘지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의원의 강연 뒤 모임 참석자들이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당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간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얘기했고, 그 과정에서 ‘주요 시설물을 타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고 사정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시 모임에서 전체적인 기조 발언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참석자들이 세부적인 얘기를 나눴다. 그 얘기들이 취합돼 모임 전체에 전파됐다. 이 의원의 발언보다 그 모임에서 이 의원의 지위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에 따라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전날 체포한 홍순석(50)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51) 수원진보연대 고문, 한동근(48)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등 3명의 구속영장도 수원지검에 신청했다. 이들 3명의 변호인단은 ‘체포가 부당하다’며 체포적부심 신청을 수원지법에 냈다.
현직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회기 중에 체포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8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고 9월2일부터 국회가 다시 열리는 만큼 9월1일을 제외하고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이 의원 체포가 가능하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서울 사당동 집에서 발견된 5만원권 1억4000만원의 성격과 출처도 조사하고 있다. 진보당 관계자는 “이 의원 소유 부동산의 임차인에게 줄 임차보증금”이라고 말했다.
또 국정원은 김근래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에게 3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으로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전날 체포한 3명을 제외한 7명에 대해 소환 조사에 나섰다.
진보당은 당 조직을 투쟁본부로 전환해, 이정희 대표를 본부장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다른 야당은 진보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제까지 알려진 혐의가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수원/홍용덕 김효실 기자
wonchul@hani.co.kr 김원철 기자, 수원/홍용덕 김효실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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