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에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2013.08.28.
홍성규 대변인 “일부 언론의 ‘변장 도주’ 보도는 사실무근”
압수수색, 이 의원 집무실은 못하고 우위영 보좌관만 진행
압수수색, 이 의원 집무실은 못하고 우위영 보좌관만 진행
28일 6시30분.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당직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17곳에서 실시한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또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통진당 수원시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 3명을 체포했다.
가장 먼저 압수수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쪽은 “오전 7시께 국정원 직원 15명이 집에 와서 문을 강제로 뜯으려해 문을 열어 주었다. 이들이 제시한 영장을 보니 국가 반란과 통신파괴, 인명 살상 혐의들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무실 압수수색과 함께 체포된 이상호 고문은 지난 1월 국정원 직원의 미행사실을 알고 항의하다 시비가 붙어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며 고소했고 현재 국정원 쪽이 맞고소를 한 상태였다.
경기 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진보당 당원, 시민단체 회원의 자택 및 사무실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층 이석기 의원실까지 이어졌다. 7시50분께 20여명의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압수물을 운반할 여행용 가방과 함께 ‘모바일 포렌시카’라고 적힌 스마트폰, 개인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복원, 분석하는 포렌식 기기를 들고 의원실 앞에 섰다.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한 의원 보좌진은 곧바로 변호사 입회 하에 압수수색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담당자는 “대기하는 동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압수수색 진행 전 현장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의원실 진입을 두고 양 쪽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 보좌진에 의해 일부 문서의 파쇄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압수수색 시도가 있은 뒤 오전 10시가 되지 않아 김미희 의원을 시작으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오병윤 의원, 김재연 의원 등 의원단이 속속 이석기 의원실로 모였다. 압수수색은 이석기 의원의 사무실 집기 일체, 우위영 수석보좌관의 신체 및 사무실 집기 일체 등으로 대상이 나뉘어 있었으며 그에 따라 수사팀도 이 의원, 우 보좌관 등 압수대상별 2개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압수물 대상의 여부를 두고 국정원 쪽과 변호인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오전 11시가 넘자 국정원 관계자가 “(이 의원을)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11시 55분까지 이 의원이 오지 않으면 의원 개인 집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원실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냉각됐다. 홍성규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과 연락이 되든 안되든 강제로 진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맞섰다.
12시 이정희 당대표, 오병윤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대표는 “부정선거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초유의 위기에 내몰린 청와대와 국정원이 유신시대에 써먹던 용공조작극을 21세기에 벌이고 있다. 정당해산을 들먹이면서 진보세력을 말살시키려고 했던 집권세력의 정권유지전략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서도 우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계속 진행됐다. 이 의원실 내 집무실의 경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집무실 문 앞에서 이정희 당대표 등 지도부 20여명이 앉아 압수수색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홍성규 대변인은 “변장하고 도주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며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의원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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