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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민 다수 “기지안 근대건축물 보존을” “고층건물은 안돼”

등록 2013-05-16 20:51수정 2013-05-17 10:17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한미군 용산기지. 밤이 되면 밝은 불빛이 이어지는 한강로가 위로 이어지고 그 아래 녹지가 우거진 기지는 불빛이 적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고요하게 보인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한미군 용산기지. 밤이 되면 밝은 불빛이 이어지는 한강로가 위로 이어지고 그 아래 녹지가 우거진 기지는 불빛이 적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고요하게 보인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창간기획 l‘용산 공원화’ 방안
개발방안 물어보니

서울의 허파,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 용산 주한미군기지 터를 지칭하는 표현들이다. 2016년 용산에 있는 주한미군이 경기 평택으로 이전을 마치면 마침내 124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것도 대형 공원으로 변신해서.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기지 안에 있는 ‘일제강점기 건축물’ 처리 문제와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거기 일제 때 건물이 있었어요?” 용산 주한미군기지 근처에서 만난 시민들은 용산기지 터에 일본군 관사 등이 대규모로 남아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용산구 남영동에서 40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왔다는 김아무개(67) 할머니는 “아버지 대부터 이곳에서 가게를 하고 있지만 미군기지 안에 100년 가까이 된 건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실태 조사부터 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발행한 출입증이 있어야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미군기지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2011년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만들었지만, 용산기지 주변 주민들조차 기지 내부의 실태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이 허술했고, 한-미 양국이 만든 ‘비공개의 장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군이 이곳에 주둔하면서 국권을 빼앗고, 일제강점의 중추가 됐던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인데,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김영삼 정부는 1995년 경복궁 앞 중앙청(조선총독부 청사)을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명목으로 철거한 바 있다. 일제 때 지어진 건물로 지금도 쓰이는 건물은 서울시청 옛청사, 서울역 옛역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등이 손에 꼽히는 정도다.

용산 근처에서 만난 시민들은 보존하자는 쪽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용산가족공원을 찾은 박아무개(30)씨는 “미군기지 안에 근대건축물이 있다면 보존해서 활용하는 게 좋겠다. 철거하고 새로 뭔가를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용산공원-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박희성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는 “이제껏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지우려고만 했다. 그러나 수치스럽고 감추고 싶은 상처라 할지라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다. 후손에게 해석을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별적 보존을 주문하는 이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미군기지 안에 있는 시설물은 대부분 군사시설이다. 일본군 관사 등이 근대건축 유산으로서 의미가 있어 남겨야 한다면 제한적으로 남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일제 건축물 처리 방향은
“부끄러운 역사라도 철거 대신 활용”
“실태조사부터 한뒤 공론화 거쳐야”

일부 터 상업지구 개발엔
“개발하더라도 남산 가리는건 반대”
“서두르지 말고 생태친화적 조성을”

■ 고층 개발 논란 용산공원과 관련한 최대 쟁점은 고층 개발 문제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에는 미군기지 이전비용 충당을 위해 캠프 킴, 유엔사, 수송단 터 18만㎡를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 고밀도로 개발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시민들은 고층 개발에 부정적이었다. 이미 근처에서 벌어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탄난 상황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용산가족공원에서 만난 전웅현(71)씨는 “서울은 허파가 필요하다. 용산공원은 미래 서울의 허파다. 고층건물을 짓고 싶은 욕심으로 망가뜨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용산구 보광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아무개(47)씨는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전면 공원화해 운동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설혜영 용산구의원(무소속·용산 마)은 “용산공원의 상업개발은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을 높여 난개발을 부를 수 있다. 공원 내부만큼이나 주변부 관리도 중요한데, 국토부 기본계획엔 그런 고민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개발을 원했다. 용산구 남영시장에서 40여년 식료품가게를 운영해온 송계순(76)씨는 “이곳 주민들은 개발을 기다린다. 동네가 깨끗하게 정비되길 바란다. 물론 개발을 하더라도 남산을 가리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교수는 미군기지 이전의 재원도 마련하고 생태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도심에 가까운 캠프 킴은 복합시설로 짓고, 유엔사와 수송단 터는 고층 개발을 허용하지 말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국토부가 유엔사·수송단 부지까지 고층 개발을 허용하면 남산 조망권이 훼손되고 주변지역과 부조화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생태적 접근을 하자는 주문도 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빨리빨리 뭘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조사한 뒤 천천히 공원을 조성해 가야 한다. 주민·시민·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생태친화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기지 내부에 기름 유출 등 환경오염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미군기지 내부의 환경오염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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