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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싱크탱크 광장]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왜, 사라지지 않는가”

등록 2013-05-07 19:29수정 2013-05-07 20:55

무료 온라인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는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이 2013 세계스콜포럼에서 스콜상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스콜재단 제공
무료 온라인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는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이 2013 세계스콜포럼에서 스콜상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스콜재단 제공
2013년 스콜포럼 참관기

전세계 사회적 기업가들의 축제 스콜세계포럼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2013년에도 65개국에서 1천여명이 모여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법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은 4월10~12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렸다.

올해 포럼의 주제어는 ‘파괴’(disrupt)였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사용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를 연상시켰다. 포럼에서는 이 단어가 상징하듯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과 이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논의가 주류를 이뤘다.

기존 질서가 담지 못하는 아주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이를 구현하면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혁신가 양성의 중요성, 사회적 성과 측정의 필요성, 기술 활용의 필요성, 최종 목적지로서의 시스템 변화 등이 주로 논의됐다.

스콜세계포럼

스콜세계포럼은 2004년부터 스콜재단이 매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여는 국제포럼이다. 스콜재단은 이베이 창립자 중 한 명인 제프 스콜이 설립한 재단이다. 사업 성공으로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스콜은 회사를 떠난 뒤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 스콜재단을 세웠다. 스콜세계포럼에서는 매년 주목할 만한 사회혁신가를 선정해 스콜상을 주는 등 전세계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해 투자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제프 스콜은 이뿐 아니라 앨 고어가 출연한 <불편한 진실>같은 사회참여적 영화를 만드는 ‘파티시펀트 미디어’(Participant Media)를 세우는 등 사회 변화를 위한 혁신적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 변화는 혁신가에서 시작된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국제단체인 아쇼카 재단 설립자 빌 드레이턴은 포럼 첫날 ‘프레임워크 변화: 나만의 변화 논리 점검하기’ 세션에서 사회혁신이 어디서 출발하는지를 역설했다. ‘사회적 기업가’와 ‘사회혁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써서 유행시킨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혀 새로운 생각의 틀을 가진 사회혁신가를 더 많이 길러내는 것이 지금의 망가진 시스템을 고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올 10년째…4월10~12일 영국서
65개국 1000여명 모여
이번 주제는 ‘파괴’
기존질서 넘는 발상전환 강조

여기서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라는 의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는 이를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혁신적 비영리 리더, 곧 사회혁신가와 더 비슷한 의미다.

이 세션에서는 참석자들이 각자 자신의 개인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사회 변화와 연결짓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무리 큰 시스템 변화일지라도 결국 혁신가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사회혁신에도 성과 측정이 필요하다

주류 경영학의 대표주자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사회진보지수’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 국가경제를 측정하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수 있는 지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제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등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지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마이클 포터는 ‘경쟁우위’ 이론을 처음 내놓아 경영학의 대가로 성장한 학자다. 기업이나 국가가 어떻게 하면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더 성장하며, 더 많은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주로 연구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사회진보지수를 발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류 경영학자조차 경제적 부뿐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데 필요한 다양한 측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감이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읽혔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사회혁신을 이루어 내는 데도 체계적인 측정 및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사회혁신가들은 평가와 지표를 선호하지 않았다. 특히 국내총생산과 같은 거대지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성향상 개별적인 문제 해결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사회 전반의 혁신이 일어나려면 대안적 국내총생산 같은 지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런 지표가 기부자나 투자자를 상대로 과거의 성과를 확인하고 입증하는 데만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사회혁신 성과 측정에 관한 세션 ‘성과 입증이 아닌 향상을 위한 측정’에서 나온 의견인데, 측정의 본래 목적인 보고·마케팅·입증·의사결정의 네 가지 가운데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춰 측정지표와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측정’을 투자자나 기부자에게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개선하기 위한 프로세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감사와 보고를 위한 평가와 측정에 지친 사회혁신가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 기술은 사회혁신의 도구다

이번 포럼에서 ‘스콜상’을 수상한 칸 아카데미는 무료 온라인교육 플랫폼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제공한다. 특히 온라인에만 의존하지 않고, 짧은 비디오 강의를 들은 뒤 교사가 소그룹 토론 등을 진행하며 교육을 심화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무료 강의를 제공하는 한편, 교육과정이 각 개인에게 맞춤하고, 토론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온라인교육의 단점과 기존 교실교육의 단점을 한꺼번에 보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매달 600만명 이상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기관이지만, 이용자의 3분의 1은 미국 이외 지역 거주자다. 파키스탄에서 10만명 이상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시민재단’(The Citizens Foundation)은 이 플랫폼을 자신들의 학교들에 적용하기로 했다.

망가진 시스템 고치기 위해
“더 많은 혁신가 길러내자” 역설
주류경영학 포터 교수
’사회진보지수’ 발표도 눈길

칸 아카데미는 인터넷 기술과 온라인교육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는 모델이었다. 기술과 사회혁신은 점점 더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2011년 ‘아랍의 봄’을 목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학비 없는 웹 기반 대학인 ‘사람의 대학’이 고등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술이 사회혁신의 유용한 도구라는 점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 시스템 변화로 귀결된다

궁극적으로 사회혁신은 시스템 변화로 귀결된다. 방송인 레이 수아레스는 포럼에서 “누구도 굶주리는 어린이나 마실 물 없는 사회,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라고 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시스템 탓에 불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는 게 사회혁신가들이고, 그들을 행동으로 이끄는 사고방식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다.

혁신가 육성도, 성과 측정도, 기술 활용도 궁극적으로 시스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는 게 포럼의 일관된 기조였다. ‘대담한 상상’(Dare to Imagine)이라는 포럼의 부제목은, 지금 세계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주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옥스퍼드(영국)/이원재 경제평론가 timelast@gmail.com

’2013 아동친화경영 국제콘퍼런스’ 이달 30일 개최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국제아동기구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2013 아동친화경영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유엔글로벌콤팩트,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세 기관이 지난해 공동 제정한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을 국내에 알리고, 기업이 아동권리를 경영 활동에 적용하고 존중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콘퍼런스에는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를 비롯해,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 본사가 설립한 중국 사회적기업인 시시아르 시에스아르(CCR CSR)의 산나 존슨 사무총장이 참석해 각각의 경험을 발표합니다. 국내 아동친화경영 우수 프로그램 소개와 시상식도 곁들여집니다.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일시 : 2013년 5월30일(목) 오후 2~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페럼타워 페럼홀 3층
■ 주최 :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 주관 : 한겨레경제연구소
■ 후원 :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 문의 : 한겨레경제연구소 (02)710-0079


영국의 작은 마을 헤이(왼쪽)와 에덴은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혁신가와 이들에게 협력한 주민들이 만들어낸 성공 모델이다. 허영 오픈이노베이션 대표
영국의 작은 마을 헤이(왼쪽)와 에덴은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혁신가와 이들에게 협력한 주민들이 만들어낸 성공 모델이다. 허영 오픈이노베이션 대표

괴짜 혁신가가 바꾼 작은 마을 ‘헤이’ 그리고 ‘에덴’

런던에서 버스로 4~5시간
‘헤이’는 세계최대 책마을
‘에덴’은 세계최대 온실마을
매년 50만~125만 관광객

수십년전엔 그냥 보통마을
아이디어와 주민의 협력이
세상과 삶을 바꾸었다

모든 혁신은 꿈을 꾸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혁신의 모델이 된 영국의 작은 마을 헤이와 에덴은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혁신가와 이들에게 협력한 주민들이 만들어냈다. 2013 스콜포럼이 열린 즈음에 런던에서 버스나 기차로 4~5시간 걸리는 두 마을을 다녀왔다.

헤이온와이(Hay-on-Wye)는 잉글랜드-웨일스 접경지역 와이강가에 있는 인구 1300명의 마을이다. 방문 당시는 5월 말에 열리는 헤이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괴짜 리처드 부스가 1961년 낡은 성을 사서 헌책방을 만들면서 지금은 100만권 넘는 장서를 가진 세계 최대의 ‘책마을’이 되었다. 파주 헤이리 마을의 모델이다.

2012년 책마을 시작 50주년을 맞은 헤이는 40여개의 책방과 30여개의 골동품가게들이 매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맞고 있다. 한해에 팔리는 책만 해도 100만권이 넘는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 이곳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찾아낸 일화도 있다.

혁신가 리처드 부스는 “헌책은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기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다”고 말한다. 그가 열네살 때 단골 서점 주인이 “너는 헌책방 주인이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리처드 부스의 사회혁신은 모든 것을 주민들과 함께하고, 주민생활과 연계하며, 기존에 있는 것들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통해 창조적인 문화도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본차이나 그릇에 쓰이는 고령토 광산이었던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지역의 에덴은 세계 최대의 온실로 탈바꿈했다. 5000여종 100만 식물이 재배되는데 2001년 3월 개장 이래 연간 125만명이 찾고 있다. 20번째 007 영화 <어나더데이>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서천 국립생태원의 모델이다.

유명 음반 제작자였던 팀 스미트는 19세기풍 정원을 복원하다 에덴을 구상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주민들과 협력했다. 공사기간 중에 이미 50만명의 유료 관광객이 찾았다. 에덴의 비전은 ‘환경, 주민소통, 모든 수익은 지역에게’이다. 지역 생산물로 상점을 채우고 1700여 명의 지역민들이 일을 한다. 바다로 떠밀려온 나뭇조각 하나 버리지 않고 교육 및 건축 자재로 재활용했다. 식물에게 줄 4300만갤런의 물은 대부분 빗물을 이용했다. 지금도 전체 물 사용량의 43%가 빗물이다.

에덴의 교육총괄 존 엘리슨은 “궁극적인 목표가 뭐냐?”라는 질문에 “미래는 우리가 발명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창조하자”라는 말로 대신했다. 교육을 중시하며 지구상의 모든 식물의 씨앗과 열매를 보존하겠다는 것이 에덴의 미래 비전이다.

보통의 도시가 창의적인 도시로 바뀌기 위해서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문제를 꿰뚫어보는 혁신가의 자질과 꿈, 이를 평생 실천할 의지, 그리고 주민들의 동의와 재능을 모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삶의 양식을 바꾸고, 사업성을 갖춰 문제를 해결하면서, 근본적 시스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허영/오픈이노베이션 대표 huhyoung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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