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매드(MaD) 2013의 메인세션에서 각국에서 온 연사들이 발표를 마친 뒤 토론을 하고 있다.
홍콩 ‘MaD 2013’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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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부터 35살까지
아시아 젊은이들이 모여
변화의 주역 되자는 뜻 우리는 문제가 복잡할수록 첨단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로테크’라는 온라인 잡지를 발행하는 크리스 데커는 이런 생각을 거부하고 잊혀진 과거의 지혜와 기술에 눈을 돌렸다. 그가 특수도서관에서 오래된 책들을 찾아보고, 알려지지 않은 웹사이트를 훑어보고, 장인들과 역사학자와 얘기하며 찾아낸 것은 오래된 지식과 기술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1960년대까지 유전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데 사용된 16세기식 동력전달 시스템은 모터 하나로 1마일 안에 있는 45개 펌프를 돌릴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유전에서 사용되는데 매우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이 시장에서 상품이 잘 팔리도록 하는 기능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은 젊은이도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건축디자이너 에밀리 필로턴은 디자인이 소비의 ‘욕망’뿐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봉사할 수 있다고 믿고 프로젝트 에이치(H)라는 디자인회사를 차렸다. 여기서 에이치는 박애(Humanity), 주거환경(Habitat), 건강(Healty) 그리고 행복(Happiness)을 뜻한다. 필로턴의 회사는 학생들이 야외놀이를 통해 배우는 교육용 놀이터를 설계하고, 위탁아동 가정을 위해 치료효과가 있는 공간을 설계해주며,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건축디자인을 가르쳐 지역사회의 공공건물을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올해는 4번째
20개국 1600명이 만나
상당수가 첫 해외여행
올해 슬로건은 “행동하라” 미얀마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다 박해를 피해 타이로 넘어간 포 레이는 비슷한 처지인 미얀마 난민들의 자녀들이 공공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안타까웠다. 그는 난민 자녀를 위한 학교를 세워 아이를 가르쳤고, 타이 당국의 승인을 얻어냈으며, 지금은 타이-미얀마 접경지대에 25개의 학교, 보건소, 피난처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박근우(서울대)씨는 “지금까지 내가 정해진 틀 안에서 사고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실 문제의 매듭을 찾는 방법을 게임의 틀 밖에서 찾는 생각 연습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끼리끼리 야외활동을 하고 토론을 하며 공통의 고민을 확인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국가 이익이나 민족주의에 갇히지 않고 세계로 열린 아시아인으로서 무엇을 공감할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 남다른 접근방법으로
변화를 끌어내고
문제 풀어낸 젊은이들이
연사로 나와 다양한 경험 소개 젊은이들과 토론하는 모임의 사회를 본 스티브 청(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한국학 박사과정)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일상의 경험,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함으로써 국가를 초월한 젊은이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21세기 아시아 젊은이들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지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아시아적 해법’을 염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처음 시작한 행사는 올해 4번째를 맞았는데, 올해는 지난 행사에서 한걸음 나아가 젊은이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슬로건도 ‘행동하라’(Call to action)였다. 모색도 좋고 토론도 좋지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바로 나가서 행동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에이다 웡(사진) 홍콩 현대문화원장은 활발한 시민운동과 사회혁신 활동으로 ‘홍콩의 박원순’으로 불릴 만한 사람이다. 변호사이면서 정치인으로 활동한 그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홍콩 창의성 고등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이 행사를 위해 홍콩 행정당국과 기업들의 협찬을 끌어와 저소득 국가의 대학생들에게 1인당 300달러 정도의 교통비와 숙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개막식에서 젊은이들에게 “당신이 어디에 살든 이제는 아시아의 시대”라며 “아시아 도시, 아시아 사람을 위해 분야를 넘나드는 창의성과 혁신의 정신으로 효과적이고 포용적인 해법을 디자인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홍콩/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도 교수가 평범한 사람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매드(MaD) 2013에는 <한겨레> 창간 과정이 혁신의 사례로 소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중 젊은이들 ‘한겨레’ 큰 관심 매드(MaD) 2013에서는 <한겨레>의 창간과 발전과정이 ‘게임의 룰’을 바꾼 혁신의 사례로 소개됐다. 1980년대 말 한겨레신문의 창간은 지금 돌이켜봐도 혁신적인 요소가 많았다. 먼저 6만5000여명에 이르는 일반 국민이 스스로 성금을 내서 자본금을 만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국민주 방식의 신문 창간은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한 바른 언론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최근 좋은 의도를 가진 사업에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돈을 기부하는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고 있는데, 한겨레는 25년 전에 이미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미디어 기술 진보를 잘 활용해 적은 자본으로 신문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1980년대 말 신문사를 새로 만드는 데는 당시 돈으로 2000억원 정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그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자본금으로 신문사를 만들었다. 모험이었지만 당시 일본에서 막 개발된 컴퓨터조판시스템(CTS)을 채택한 것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때만 해도 신문들은 납 활자로 판을 짰는데, 납 활자는 비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숙련된 식자공을 많이 채용해야 했다. 하지만 시티에스를 채택함으로써 컴퓨터와 조판기 몇대로 이런 과중한 비용 부담을 대신할 수 있었다. 아울러 기자들의 편집국장 직선제, 수평적인 편집위원회 제도, 언론사 최초의 윤리강령 제정, 순한글 가로쓰기 등도 당시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한겨레의 이런 혁신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했기 때문이었다. 자유언론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국민주로 모아낸 것도 그렇고, 나중에 국내 신문이 모두 따라하게 되는 시티에스, 편집국장 직선제, 윤리강령 제정, 가로쓰기 등이 시대를 앞서간 것이었다. 한편 청중의 다수였던 중국 젊은이들이 한겨레의 창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가 일상적으로 언론을 간섭할 때 언론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국가의 목표 달성이 중요한가, 진실 추구가 중요한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겨레에 보여준 중국 청년들의 관심은 경제발전으로 인식이 높아지면서 현재의 중국 언론상황에 불만이 크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아울러 25년의 성년이 된 한겨레가 미디어환경의 격변 속에서 어떤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실험하고 있느냐는 ‘어려운’ 질문도 나왔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연재싱크탱크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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