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6명의 학생에게 상처를 입힌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뉴스쏙]
‘묻지마 범죄’라고 불리는 20건 분석해보니
‘묻지마 범죄’라고 불리는 20건 분석해보니
최근 몇년 동안 일어난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성격을 실증적으로 밝히는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7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묻지마’ 유형의 범죄 20건을 전수조사한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의 ‘이상동기 범죄자의 성향 및 특성연구’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범행 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묻지마 범죄’라는 명칭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고졸 이상 55%…가족과 동거 60%
60%는 무직, 40%도 직업 변변찮아
폭행치사 1건 빼곤 흉기 미리 준비
“누군가 죽이고 싶다” 범행 사전계획
전문가 “묻지마 아닌 이상동기 범죄”
정신병 11명중 다수 “날 무시” 생각
비정신병 9명엔 학대 경험자 많아
범죄유형 따라 대책도 차별화 필요 지난해 내내 범행 동기를 특정할 수 없는 범죄들이 잇따랐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 초등학교 교실, 주택가 등에서 직장인, 학생, 주부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였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경찰은 불심검문 강화 카드를 빼들었고, 검찰은 강력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보호수용제 도입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묻지마 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이 내놓은 ‘이상동기 범죄자의 성향 및 특성연구’ 보고서는 이들 범죄에 대한 과학적·체계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 2007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20건의 범죄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불명확한 동기에 의해 우발적으로 대상을 선택해 저지른 살인·살인미수·폭행치사 사건 등으로, 경찰청 ‘과학적 범죄분석 시스템’에 입력된 사례 20건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사건들을 흔히 ‘묻지마 범죄’라고 불렀지만, 보고서는 그 용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1992년 미국 연방수사국(FBI) 폭력범죄분석센터에서 만든 범죄 분류 매뉴얼을 원용해 ‘불명확한 동기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매뉴얼을 보면, 이런 범죄의 특징은 △비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범죄 △무작위적 피해자 선택 △공공장소에서의 범행 △치사율 높은 무기 사용 △도주 계획 없음 등으로 나타난다. 연구를 맡은 고선영 서울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는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 일반적 상식 수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동기일 뿐이다. ‘묻지마 범죄’보단 ‘이상동기 범죄’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 흉기 미리 준비…동기는 이미 있었다 지난해 9월 김아무개(18)군은 아무런 연고가 없던 서울 강남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는 범행 전 가방에 미리 챙겨뒀다. 명확한 동기는 없어도 범행을 미리 계획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95%의 이상동기 범죄자들은 흉기를 사용했다. 이들은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나오거나(50%) 평소부터 지니고 다녔다(20%). 20%는 범행을 위해 흉기를 샀다. 범죄자의 상당수(55%)는 범행 전부터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들이 사전에 흉기를 마련한 것과 관련해 고 분석관은 “이상동기 범죄자 대부분이 범행에 대한 동기 부여가 이미 돼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에 계획된 범행의 ‘발화’는 갑작스럽고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범죄발생 장소를 보면, 이상동기 범죄의 75%가 거리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에서 길을 지나던 여대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윤아무개(34)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친척이 무시해 누구를 죽이고 교도소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상동기 범죄자가 대부분 늦어도 2주일 이내에 검거(90%)됐다는 사실도 이들의 범행이 치밀한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저질러진 것임을 뒷받침한다. ■ 범인은 사회적 관계 어려움 겪었다 이상동기 범죄자 20명의 신상은 대부분 ‘평균치’에 가깝다. 이들 모두 남성이었지만 연령대는 10~60대까지로 고루 분포돼 있고, 학력도 다양했다. 과반(55%)이 ‘고졸 이상’ 학력자였지만 ‘중졸 이하’가 15%였고 고교 중퇴자도 25%를 차지했다. 고졸 이상 학력자 가운데는 ‘대학 재학 또는 퇴학’이 15%, ‘대학원 수료자’가 5%였다. 이들 중 다수는 일반 주택(70%)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60%)한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 삶의 궤적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서 85%는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피상적인 친구가 있다’고 답한 경우가 10%였고 ‘친한 친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75%는 미혼이었고 20%가 이혼을 겪은 상태였다.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은 사소한 좌절만으로도 극단적 범죄를 선택했다. 2011년 8월 거리를 지나던 여성을 흉기로 공격한 김아무개(30)씨는 범행 전 이혼을 겪었다. 대부업에 종사하던 김씨는 영업 실적마저 부진하자 결혼 전 살던 집 근처를 찾아 행인에게 화풀이를 했다. 낮은 사회적 지위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범행 당시 이들의 60%에게는 직업이 없었다. 직업이 있더라도 서비스직(15%), 농업(5%), 생산직(5%), 견습공(5%), 일용직(5%) 등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이상동기 범죄자들은 대부분 고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까지 마쳤지만 대다수가 사회적 상호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사회 활동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직업 및 경제적인 능력의 결함도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 범인은 두 유형, 대책도 차별적으로 마련해야 보고서는 프로파일러의 심층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이상동기 범죄자를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과 ‘정신병적 특성 집단’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두 집단은 △학력·거주형태 등 일반적 특징 △직업 유무 등 사회적 기능 수준 △양육환경 △평소 많이 하는 생각 △범행 상황 등 모두 32가지 변인에서 서로 의미있는 차이를 드러냈는데, 연구진은 두 집단에 대한 ‘차별적 대책’을 제안했다. 우선 20명 가운데 11명의 정신병적 특성 집단은 정신분열증까지는 아니지만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거나 행동이나 사고에서 사회성이 결여된 ‘성격장애’를 겪는 이들이다. 2011년 11월 지나던 행인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오해해 피해자를 때려 숨지게 한 박아무개(40)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프로파일러 상담 결과 이들 대부분(73%)은 평소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망상적인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신병적 집단은 지나가다 스치는 등의 상호작용이 있었던 피해자를 특정(54.5%)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스치기만 해도 “나를 죽이려 했다”는 망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신병적 특성을 지닌 집단의 경우 규칙적 활동과 대인관계 학습을 위한 전문가들의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견줘 9명의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은 어린 시절 학대·방임 등 부적절한 양육 환경 때문에 부적절한 가치관이 형성된 경우다. 이들 대부분은 취직을 하고 가족까지 꾸리는 등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다 이혼·실직 등 좌절을 경험하면 사회를 탓하며 적대감을 표출했다. 2010년 8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다세대 건물 옥탑방에 침입해 일가족을 흉기로 숨지게 한 윤아무개(32)씨는 ‘비정신병적 집단’의 전형이다. 윤씨는 당시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 가족이) 나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의 66.7%는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신병적 특성 집단과 달리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22.2%), ‘타인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33.3%)는 등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다양하게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 분석관은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계속해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생활을 하려고 시도한 이들이었다. 멘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위한 사회화 훈련을 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분석관은 “범죄자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이번 연구 보고서는 그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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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는 무직, 40%도 직업 변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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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 11명중 다수 “날 무시” 생각
비정신병 9명엔 학대 경험자 많아
범죄유형 따라 대책도 차별화 필요 지난해 내내 범행 동기를 특정할 수 없는 범죄들이 잇따랐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 초등학교 교실, 주택가 등에서 직장인, 학생, 주부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였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경찰은 불심검문 강화 카드를 빼들었고, 검찰은 강력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보호수용제 도입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묻지마 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이 내놓은 ‘이상동기 범죄자의 성향 및 특성연구’ 보고서는 이들 범죄에 대한 과학적·체계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 2007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20건의 범죄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불명확한 동기에 의해 우발적으로 대상을 선택해 저지른 살인·살인미수·폭행치사 사건 등으로, 경찰청 ‘과학적 범죄분석 시스템’에 입력된 사례 20건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사건들을 흔히 ‘묻지마 범죄’라고 불렀지만, 보고서는 그 용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1992년 미국 연방수사국(FBI) 폭력범죄분석센터에서 만든 범죄 분류 매뉴얼을 원용해 ‘불명확한 동기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매뉴얼을 보면, 이런 범죄의 특징은 △비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범죄 △무작위적 피해자 선택 △공공장소에서의 범행 △치사율 높은 무기 사용 △도주 계획 없음 등으로 나타난다. 연구를 맡은 고선영 서울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는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 일반적 상식 수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동기일 뿐이다. ‘묻지마 범죄’보단 ‘이상동기 범죄’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 흉기 미리 준비…동기는 이미 있었다 지난해 9월 김아무개(18)군은 아무런 연고가 없던 서울 강남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는 범행 전 가방에 미리 챙겨뒀다. 명확한 동기는 없어도 범행을 미리 계획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95%의 이상동기 범죄자들은 흉기를 사용했다. 이들은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나오거나(50%) 평소부터 지니고 다녔다(20%). 20%는 범행을 위해 흉기를 샀다. 범죄자의 상당수(55%)는 범행 전부터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들이 사전에 흉기를 마련한 것과 관련해 고 분석관은 “이상동기 범죄자 대부분이 범행에 대한 동기 부여가 이미 돼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에 계획된 범행의 ‘발화’는 갑작스럽고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범죄발생 장소를 보면, 이상동기 범죄의 75%가 거리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에서 길을 지나던 여대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윤아무개(34)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친척이 무시해 누구를 죽이고 교도소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상동기 범죄자가 대부분 늦어도 2주일 이내에 검거(90%)됐다는 사실도 이들의 범행이 치밀한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저질러진 것임을 뒷받침한다. ■ 범인은 사회적 관계 어려움 겪었다 이상동기 범죄자 20명의 신상은 대부분 ‘평균치’에 가깝다. 이들 모두 남성이었지만 연령대는 10~60대까지로 고루 분포돼 있고, 학력도 다양했다. 과반(55%)이 ‘고졸 이상’ 학력자였지만 ‘중졸 이하’가 15%였고 고교 중퇴자도 25%를 차지했다. 고졸 이상 학력자 가운데는 ‘대학 재학 또는 퇴학’이 15%, ‘대학원 수료자’가 5%였다. 이들 중 다수는 일반 주택(70%)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60%)한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 삶의 궤적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서 85%는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피상적인 친구가 있다’고 답한 경우가 10%였고 ‘친한 친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75%는 미혼이었고 20%가 이혼을 겪은 상태였다.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은 사소한 좌절만으로도 극단적 범죄를 선택했다. 2011년 8월 거리를 지나던 여성을 흉기로 공격한 김아무개(30)씨는 범행 전 이혼을 겪었다. 대부업에 종사하던 김씨는 영업 실적마저 부진하자 결혼 전 살던 집 근처를 찾아 행인에게 화풀이를 했다. 낮은 사회적 지위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범행 당시 이들의 60%에게는 직업이 없었다. 직업이 있더라도 서비스직(15%), 농업(5%), 생산직(5%), 견습공(5%), 일용직(5%) 등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이상동기 범죄자들은 대부분 고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까지 마쳤지만 대다수가 사회적 상호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사회 활동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직업 및 경제적인 능력의 결함도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 범인은 두 유형, 대책도 차별적으로 마련해야 보고서는 프로파일러의 심층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이상동기 범죄자를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과 ‘정신병적 특성 집단’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두 집단은 △학력·거주형태 등 일반적 특징 △직업 유무 등 사회적 기능 수준 △양육환경 △평소 많이 하는 생각 △범행 상황 등 모두 32가지 변인에서 서로 의미있는 차이를 드러냈는데, 연구진은 두 집단에 대한 ‘차별적 대책’을 제안했다. 우선 20명 가운데 11명의 정신병적 특성 집단은 정신분열증까지는 아니지만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거나 행동이나 사고에서 사회성이 결여된 ‘성격장애’를 겪는 이들이다. 2011년 11월 지나던 행인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오해해 피해자를 때려 숨지게 한 박아무개(40)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프로파일러 상담 결과 이들 대부분(73%)은 평소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망상적인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신병적 집단은 지나가다 스치는 등의 상호작용이 있었던 피해자를 특정(54.5%)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스치기만 해도 “나를 죽이려 했다”는 망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신병적 특성을 지닌 집단의 경우 규칙적 활동과 대인관계 학습을 위한 전문가들의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견줘 9명의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은 어린 시절 학대·방임 등 부적절한 양육 환경 때문에 부적절한 가치관이 형성된 경우다. 이들 대부분은 취직을 하고 가족까지 꾸리는 등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다 이혼·실직 등 좌절을 경험하면 사회를 탓하며 적대감을 표출했다. 2010년 8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다세대 건물 옥탑방에 침입해 일가족을 흉기로 숨지게 한 윤아무개(32)씨는 ‘비정신병적 집단’의 전형이다. 윤씨는 당시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 가족이) 나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의 66.7%는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신병적 특성 집단과 달리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22.2%), ‘타인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33.3%)는 등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다양하게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 분석관은 “비정신병적 특성 집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계속해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생활을 하려고 시도한 이들이었다. 멘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위한 사회화 훈련을 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분석관은 “범죄자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이번 연구 보고서는 그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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