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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심은 천심? 요즘은 10%지…우리표가 그것밖에 안되니까”

등록 2012-10-21 21:11수정 2012-10-21 22:28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
④ 도산 위기 몰린 횡성 한우농가들
식당일·건설일용직 해가며
한우 고집스레 계속 키우다
미국 소 수입에 결국 포기
“죽어라·참아라 말만 하지말고
살아라 응원하는 대통령이면…”

23살에 강원도 횡성으로 시집온 임순덕(56)씨는 4년째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밥은 병원 식당에서 먹고 쉬는 날에도 일부러 출근하지만,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다. 그 돈으로라도 한우를 계속 기르고 싶었다.

강현자(가명·59)씨 부부는 횡성읍내에서 두부 장사를 한다. 집에서 만든 두부와 도토리묵으로 시장에 좌판을 벌인다. 그렇게 한 달에 150만원가량씩 벌어 사료비에 보태며 강씨 부부는 한우를 키웠다. 횡성 주민 김은수(65)씨는 건설일용직으로 일한다. “뙤약볕에 나가 벽돌 짊어지고 모래 나르며 한 달에 90만원을 벌면 그 돈의 절반은 소 사료비로 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지금 이들에겐 빈 축사만 남았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임씨는 지난 4월, 강씨는 지난 8월, 날품을 팔면서도 고집스레 길렀던 한우를 모두 팔아치웠다.

“소 다 정리했을 땐 세상이 끝난 거 같았어.” 7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임씨에게 소는 가족이었다. 소를 내다판 뒤, 임씨는 퇴근길 병원 근처 공원에 한 시간씩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미국 소 수입된다는 이야기만 없었으면 계속 키웠을 거야. 미래가 뻔한데 더 키울 수 있나.” 임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강원도 횡성군 조곡리 소 경매시장에 가면 그 사정이 보인다. 지난 12일 열린 경매시장에는 88마리의 한우가 새 주인을 기다렸다. 주로 50마리 미만을 키우는 소농들이 경매시장에 소를 내놓는다. 사료비를 더 감당하기 힘들어 내다팔려는 것이다.

전국 17만여 한우농가의 90.1%는 사육마릿수 50마리 미만의 소농이다. 소만 길러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이들은 소작을 하거나 장사를 하거나 날품을 팔며 소를 기른다. 그런데 한우농가의 다수를 이뤘던 이들이 망해가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비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키워도 손해가 나니 내다팔 수밖에 없다. 하나둘씩 팔다 결국엔 한우 사육을 접어버린다.

경매시장에서 소를 살펴보던 권혁진(가명·71) 할아버지는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옛날엔 농심이 천심이라고 했잖아? 요즘 농심은 10%지. 우리 표가 10%밖에 안 되니까.” 이어 웃음기 가신 얼굴로 말했다.

“‘너희가 희생해라, 참아라’는 말만 안 했으면 좋겠어. ‘죽어라’ 하지 말고 ‘살아라’ 응원하는 대통령이면 그걸로 충분하지. 그래야 우리도 나랏님 의심하지 않고 소를 키우지.”

횡성/정환봉 박아름 기자 bonge@hani.co.kr

[관련기사]
▶ “사료비 대려 소 내다팔아야” 참담한 ‘돌려막기’에 한숨만
▶소비자가 한우 1만원어치 사면 축산농가에 가는 이윤은 500원뿐
▶횡성 한우농가 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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