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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비자가 한우 1만원어치 사면
축산농에 가는 이윤은 500원뿐

등록 2012-10-21 21:06수정 2012-10-21 22:53

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
④ 도산 위기 몰린 횡성 한우농가들

한우농가 위기 실태
유통업체가 이윤의 대부분 차지
정부 “한우수 줄여야” 책임 전가
“직판 늘리고 해외 판로 개척해야”

지난 11일 늦은 오후 강원도 횡성에서 한우 70마리를 키우는 한기태(가명·53)씨의 집에 술상이 차려졌다. 안주는 열무김치였다. “소 기르는 사람들은 쇠고기 비싸서 못 먹어요.” 소주 몇잔을 들이켜 불콰해진 한씨가 말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그런 처지를 잘 모른다. 한우 값이 비싸다는 것만 안다. 비싼 한우를 내다 파는 축산농들이 왜 어렵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대형마트에 간 소비자가 횡성 한우 1만원어치를 살 때 축산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5410원이다. 그나마 대부분은 생산비용이고, 이윤은 50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4590원은 유통비용으로 쓰인다. 생산자인 축산농에 적정 이윤을 돌리고 소비자인 시민들이 좀더 싼 가격에 한우를 즐기려면 유통 과정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민경 건국대 교수(축산경영·유통경제학과)는 “특히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가는 과정이 복잡해 가격이 상승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농가가 직접 유통에 개입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횡성 한우농가 대부분이 갖고 있는 불만도 여기에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은 ‘국가 차원에서’ 결정하는 데 비해, 국내 축산농을 위한 유통구조 혁신에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소값 폭락과 관련한 정부 대책의 핵심은 ‘적정 사육두수’ 관리다. 축산농가들이 키우는 사육마릿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공급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해둔 적정 사육마릿수는 250만마리 정도다. 지난 9월 현재 한우 및 육우의 사육마릿수는 310여만마리로, 적정 사육마릿수를 훨씬 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소 사육을 작파하는 중소농이 늘어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대농 중심으로 축산농이 재편되면, 정부가 공급량을 조절하는 일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한우값 폭락의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농민들은 생각한다. 한우값 폭락은 정부의 대책 없는 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최고등급과 똑같은 생산비용을 들인 2등급 이하의 저급육 한우가 판로를 잃은 것이다. 값싼 외국산 쇠고기는 저급육 시장을 장악했고 2등급 이하 한우값은 폭락했다.

채근용 한우협회 횡성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쇠고기 수입이 늘어 전체 쇠고기 소비 중 한우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한우 공급이 많다는 탓만 한다”며 “2등급 이하의 저급육 한우에 대한 소비 촉진 정책을 펴거나 일본 와규처럼 한우도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정 안되면 송아지를 북한에 지원하는 등 소값 폭락을 막을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환봉 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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