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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수정당에 염증 보이면서도 절반은 “지지정당 없다”

등록 2012-09-26 20:00수정 2012-10-09 19:29

구로공단 역사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
② 구로디지털단지: 꿈 잃은 여성노동자들
여성노동자 40명 설문 결과
진보>중도>보수 성향 나타나
“박근혜 찍겠다” 22.5%
“야권단일후보 선택” 67.5%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지역은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하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던 것을 빼면 2002년 노무현 후보, 1997·1992·1987년엔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이 보수 후보보다 높았다.

<한겨레>가 구로·가산디지털단지의 여성 노동자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47.5%)와 중도(35%)가 보수(10%)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22.5%)보다 야권 단일후보(67.5%)를 찍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들이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대통령은 노무현(32.5%), 김대중(22.5%), 박정희(17.5%) 차례였다.

이는 구로 지역 노동자들의 형편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나아진 게 없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박준도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은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구로공단 시절부터 일해온 저임금 여성 노동력에 새로 유입된 비정규 사무직·기술직 젊은 여성이 더해져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에는 광범위한 비정규 노동자 집단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가 올해 초 발표한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노동실태 조사를 보면, 이 지역 노동자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47.1시간으로 전국 평균인 40.8시간보다 길었다. 비정규직 비율도 51.4%로 전국 평균(48.5%)을 웃돌았다. 흔히 ‘부자정당’으로 평가되는 보수정당에 대한 염증은 구로에서 만난 저임 여성 노동자 대부분이 공유하는 정서였다.

그러나 이들의 진보 성향이 개혁·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 설문조사에서 지지 정당으로 새누리당(7.5%)보다 민주통합당 (37.5%)을 꼽는 이가 많긴 했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고 대답한 이가 50%나 됐다. ‘비정규직 등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할 것 같은 대선 후보’를 묻는 질문에도 ‘모르겠다’(32.5%)거나 ‘없다’(15%)고 답한 이가 절반에 가까웠다.

‘서민삶 이해하는 후보’ 질문엔
박·문·안 비슷하게 꼽아 ‘눈길’
“도움받은 정책 없다” 48%
소득보장·고용보장 열망

나머지 절반의 응답자들의 대선 후보 선호도는 흥미롭다.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할 것 같은 후보’로 안철수(15%), 박근혜(12.5%), 문재인(12%)을 꼽은 비율이 비슷하다. 새누리당을 좋아하진 않지만, 야권 후보를 포함한 누구도 자신들을 제대로 대변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응답자 가운데 ‘이번 대선에 관심이 적다’(50%)는 사람도 절반 정도였다.

적어도 설문에 응한 여성 비정규직의 절반은 지지 정당이 없고, 적합한 대선 후보를 아직 찾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 대선에도 큰 관심이 없는 셈이다. 낮은 기대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살면서 도움을 받았던 정책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없다’(47.5%)거나 ‘모르겠다’(27.5%)고 답한 비중이 75%에 이르렀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도 그들에게는 ‘공주’(박근혜)와 ‘왕자’(안철수)일 뿐”이라고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비유했다. “정권의 변화 또는 정책의 변화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경험이 없는 저소득층”의 특성 때문에 지지 정당·후보 결정에 아직도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진보 성향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찍을 사람이 있으면 투표하고 그렇지 않으면 투표하지 않는다”고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말했다. ‘비정규직 등 서민을 대변할 대선 후보’를 찾지 못한다면, 구로의 여성 노동자들은 투표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들의 정치적 관심을 높일 책임은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있다고 서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하루 10시간 노동하는 사람에게 트위터로 정치·사회 정보를 접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단순 이벤트로 깜짝 방문에 그치는 방식이 아니라, 구직 네트워크 또는 여성 노동자 단체 등과 상시적으로 밀착 접촉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실제로 공감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서 연구위원의 주문이다.

소득보장을 중시하는 저임 여성 노동자들의 아우성을 차기 정부가 체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겨레> 설문조사 결과, 저임 여성 노동자의 32.5%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노동정책 1순위’로 ‘임금인상 등 소득보장’을 꼽았다. 비정규직 감소(27.5%), 사회보장 강화(20%), 근로시간 감소(10%) 등이 뒤를 이었다.

서 연구위원은 “임금노동자라는 큰 틀에서 보면 우선 소득 보장과 고용 안정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소득·직종·가정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함께 충족시킬 실질적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구인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복경(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신율(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이장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근식(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귀영(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1회 연평도 ‘평화가 밥 먹여준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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