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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공천비리 진원지’ 부산 가보니
‘새누리 공천비리 진원지’ 부산 가보니
지난 20일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박 후보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던 시절 발생한 새누리당 4·11 공천비리 파문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박 후보가 “쇄신의 화룡점정”이라고 했던 공천이 실은 부정·부실로 얼룩진 구태의 연장이었으며, 그 핵심에 박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0여일 동안 훑어본 부산 정계의 바닥민심은 지난 총선 공천을 주도한 박 후보와 그 측근을 향해 공천비리의 진실이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지난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김아무개(52)씨는 현영희 의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선거철에 떡을 얻어먹으러 사무실에 몇번 갔었지예. 현 의원하고 직원들도 친절하더라고예.” 근처 쪽방촌에 사는 김씨에게 현 의원은 ‘인심이 후하고 친절한’ 후보였다.
현 의원은 올해 초 부산 ‘중-동구’ 지역구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부산역 광장 맞은편에 사무실을 차렸다. 4층짜리 건물에 자신의 얼굴을 크게 인쇄한 펼침막도 내걸었다. 그러다 지난 3월 공천에서 떨어져 넉달여 만에 이곳을 떠났다.
현 의원은 이후 비례대표 의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현 의원이 당시 공천심사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하려 했고, 이를 위해 수행비서 정아무개(36)씨를 시켜 조기문(48·구속)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공천헌금의 진실을 밝혀내는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부산의 지역 정치인들은 검찰 수사의 세세한 내용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현 의원이 당연히 이들에게 돈을 줬을 것”이라 믿는 분위기였다.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이 곧이어 비례후보로 뽑힌 일 자체가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부산지역 한 여권 관계자는 “그런 초유의 일이 있었는데, 캠프 돌면서 인사 안 하면 그게 사람이 아닌 기지”라고 잘라 말했다.
총선 직전인 지난 2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체 공직자후보추천위원 11명 가운데 8명을 외부인사로 뽑으면서 “국민이 원하는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국민 공천’을 약속한 것이다. 부산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결국은 친박 공천이었다’고 회고하는 이들이 많았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근혜가 (디도스 파문 이후) 위기상황에서 쇄신을 명분으로 당을 장악했지만, 결국 지난 공천은 친박-친이 세력싸움이었다”며 “4년 전 공천이 ‘친박 학살’이었다면, 이번은 ‘친이 전멸’”이라고 했다.
부산 여권 관계자
“지역구 공천 탈락했다가
비례로 뽑힌 초유의 일인데
캠프 돌며 인사 안했겠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들
“공천위는 들러리였을 뿐
친박 이너서클 존재했다” 박근혜 최측근 서병수 주도
포럼부산비전에 의혹 쏠려
현영희도 2007년부터 공동대표
지역정치인 ‘현영희 리스트’ 촉각 이명박 정부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부산 수영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 박 전 수석은 <한겨레>와 만나 “나는 이명박 정부 사람이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에서 국민경선으로 한다기에 출마했다”는 그는 ‘친이 전멸’ 공천의 실상을 직접 겪었다고 전했다. “경선 전날, (경선 방식을) 여론조사 방식으로 갑자기 바꿨다. (친이계인) 내게 공천을 주기 싫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국민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공천한 곳은 2곳뿐이었다. 국민공천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앙당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았던 것이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부산지역 인사들은 한결같이 “공천위는 들러리였을 뿐이고, 실제로는 ‘친박 이너서클’이 존재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천 신청을 했다 떨어진 부산지역 정치인의 측근은 “다른 도시에서 공천 신청을 했던 후보자가 돌고 돌아 갑자기 우리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황당했는데, 당시 중앙에서 직접 지침을 내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공정한 공천을 기대하며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부산의 한 대학교수도 좌절을 겪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활동 경험과 연구실적 등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신청했는데, 정작 당에선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이 교수는 “공천위원회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사전에 다 짜여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제2, 제3의 현영희가 계속 나올 것”이라 말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많았다. 친박 세력이 공천 결정을 틀어쥐었고 부산에선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했으므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들이 친박 세력에 줄을 섰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산 정계에선 그 실체로 ‘포럼부산비전’을 지목한다. 2006년 11월 출범한 포럼부산비전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부산지역 모임이다.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출범을 주도했다. 박근혜 위원장도 해마다 포럼부산비전 행사에 참여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부산지역 친박계인 유기준·박대해·유재중·이종혁·이진복·허원제·현기환 전·현직 의원들도 동반 참석하곤 했다. 현재 이 포럼 회원은 5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한 무소속·새누리당 후보 일부는 ‘포럼부산비전’과 관련된 직함을 담은 홍보물 및 명함을 뿌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도 2007년부터 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서병수 사무총장, 현기환 전 의원 등과 친분을 쌓은 것도 이 무렵이다. 포럼의 큰 행사 때마다 수백만원씩 찬조금을 내면서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지다시피 했다. 이번 일로 포럼 쪽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재호 포럼부산비전 상임대표는 “박 후보를 돕기 위해 만든 시민 모임인데 오히려 박 후보에게 부담이 생겨 송구하다”며 “앞으로 정치인에게는 포럼 대표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정계의 관심사는 공천헌금 의혹을 넘어 지난 공천의 총체적인 부실로 옮겨가 있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 3~4명이 현영희 의원의 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현영희 리스트’부터 “박근혜가 내리꽂았다”는 특정 지역구 공천 등을 두고 지역 정치인들이 수군대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부산지역 어느 정치인은 “이 동네에선 돈 공천이 뿌리 깊은 관행인데, 지난 공천이라고 해서 뭐가 달랐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처음 공천을 받거나 새로운 지역구를 넘겨받은 경우엔 “조직 관리 차원에서 막대한 돈을 뿌려야 한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라고 이 정치인은 전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진상조사위원회는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을 당에서 제명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의 김기홍 위원은 “조사위가 전혀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지난 18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20일 박근혜 후보는 “당이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공천헌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박 후보가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공천비리의 실체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신뢰를 정치생명으로 내세워놓고 이제는 개인비리라고 선을 긋는 모습에서 그 진정성을 누가 믿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부산/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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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이너서클 존재했다” 박근혜 최측근 서병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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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희도 2007년부터 공동대표
지역정치인 ‘현영희 리스트’ 촉각 이명박 정부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부산 수영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 박 전 수석은 <한겨레>와 만나 “나는 이명박 정부 사람이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에서 국민경선으로 한다기에 출마했다”는 그는 ‘친이 전멸’ 공천의 실상을 직접 겪었다고 전했다. “경선 전날, (경선 방식을) 여론조사 방식으로 갑자기 바꿨다. (친이계인) 내게 공천을 주기 싫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국민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공천한 곳은 2곳뿐이었다. 국민공천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앙당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았던 것이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부산지역 인사들은 한결같이 “공천위는 들러리였을 뿐이고, 실제로는 ‘친박 이너서클’이 존재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천 신청을 했다 떨어진 부산지역 정치인의 측근은 “다른 도시에서 공천 신청을 했던 후보자가 돌고 돌아 갑자기 우리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황당했는데, 당시 중앙에서 직접 지침을 내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공정한 공천을 기대하며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부산의 한 대학교수도 좌절을 겪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활동 경험과 연구실적 등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신청했는데, 정작 당에선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이 교수는 “공천위원회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사전에 다 짜여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제2, 제3의 현영희가 계속 나올 것”이라 말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많았다. 친박 세력이 공천 결정을 틀어쥐었고 부산에선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했으므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들이 친박 세력에 줄을 섰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산 정계에선 그 실체로 ‘포럼부산비전’을 지목한다. 2006년 11월 출범한 포럼부산비전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부산지역 모임이다.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출범을 주도했다. 박근혜 위원장도 해마다 포럼부산비전 행사에 참여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부산지역 친박계인 유기준·박대해·유재중·이종혁·이진복·허원제·현기환 전·현직 의원들도 동반 참석하곤 했다. 현재 이 포럼 회원은 5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한 무소속·새누리당 후보 일부는 ‘포럼부산비전’과 관련된 직함을 담은 홍보물 및 명함을 뿌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도 2007년부터 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서병수 사무총장, 현기환 전 의원 등과 친분을 쌓은 것도 이 무렵이다. 포럼의 큰 행사 때마다 수백만원씩 찬조금을 내면서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지다시피 했다. 이번 일로 포럼 쪽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재호 포럼부산비전 상임대표는 “박 후보를 돕기 위해 만든 시민 모임인데 오히려 박 후보에게 부담이 생겨 송구하다”며 “앞으로 정치인에게는 포럼 대표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정계의 관심사는 공천헌금 의혹을 넘어 지난 공천의 총체적인 부실로 옮겨가 있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 3~4명이 현영희 의원의 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현영희 리스트’부터 “박근혜가 내리꽂았다”는 특정 지역구 공천 등을 두고 지역 정치인들이 수군대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부산지역 어느 정치인은 “이 동네에선 돈 공천이 뿌리 깊은 관행인데, 지난 공천이라고 해서 뭐가 달랐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처음 공천을 받거나 새로운 지역구를 넘겨받은 경우엔 “조직 관리 차원에서 막대한 돈을 뿌려야 한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라고 이 정치인은 전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진상조사위원회는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을 당에서 제명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의 김기홍 위원은 “조사위가 전혀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지난 18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20일 박근혜 후보는 “당이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공천헌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박 후보가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공천비리의 실체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신뢰를 정치생명으로 내세워놓고 이제는 개인비리라고 선을 긋는 모습에서 그 진정성을 누가 믿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부산/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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