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통일운동의 업그레이드, 즉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6·15선언 12주년’ 시민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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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이들이 많아져…
시민운동과 결합해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토론회에서 ‘2013년 체제와 통일운동의 진로-슬로 통일과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이라는 주제로 통일운동의 업그레이드 방안을 제시한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은 통일운동 진영의 대표적인 통일정책 전문가다. 김 실장은 고 문익환 목사가 1993년 통일맞이를 구상하는 자리부터 함께했으며, 1995년부터는 통일맞이 정책실장을 맡았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 국장을 지내기도 하는 등 재야와 청와대에서 두루 통일정책을 다룬 경험이 있다. 이런 그가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이나 ‘슬로 통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은, 현재의 통일운동이 그만큼 큰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상의 자유 등에 대한 의제설정 등을 통해 민주주의 진전에 크게 기여했던 통일운동이, 최근 ‘철지난 민족주의에 기반한 낡은 운동’이 된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운동이 ‘2013년 체제 구축’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 때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통일운동이 대선과 2013년 체제 구축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통일운동의 업그레이드, 즉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15 공동선언 12돌을 기념하는 시민토론회 자리에서 ‘하이브리드 통일운동’과 ‘슬로 통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은 어떤 개념인가? “통일운동이 시민운동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제와 결합해 함께 가는 것이다. 이는 시민의 삶의 요구와 북한이라는 상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시민의 삶의 과제를 수용하면서 북한을 변화로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일운동이 시민의 삶에서 제기되는 각종 과제들을 전통적인 통일운동과 ‘병용’, ‘복합’해서 창조적인 새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런 통일운동의 변신을 통해 보수진영의 공안몰이에 수세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를 하는 등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존 통일운동이 한계가 많다’는 얘기로 들린다. 현재 통일운동이 어떤 상태라고 보는가? “우리나라의 통일운동은 민주주의 확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김영삼 정권 때까지도 정권은 시민들의 통일논의를 금기시했다. 이는 사상의 자유와 이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에 대한 커다란 제약이었다. 통일운동이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런 제약을 뛰어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는 통일운동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일운동이 사람들에게 낡은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 통일운동의 핵심요소 중 하나가 민족문제인데, 현대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민족문제를 고루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따라서 통일운동도 우리 사회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수용하면서 지평을 넓혀나가야 한다.” -통일운동의 정체가 남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통일운동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보면, 통일운동이 활성화하면 민주주의가 함께 확장되고, 통일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수구진영이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위협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수구세력들이 색깔시비를 정치적 반대자를 비판하는 데 이용해온 것이다. 현재의 ‘종북몰이’도 본질은 미국의 매카시 광풍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는 다시 통일운동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활발한 시민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것이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의 목표이다.” -민주주의의 발전 이외에 통일운동이 다른 운동과의 하이브리드적 결합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인가? “통일운동이 다른 시민운동과 만날 때 의미가 확장되고 활력을 얻게 된다. 가령 평화운동과의 결합을 살펴보자. 통일운동은 민족의 분단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운동이 추구하는 평화는 그런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그런 보편성은 통일운동이 국제적인 연대를 얻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마디로 통일운동이 평화운동과 적극적으로 만난다면 통일운동이 세계와 호흡하는 것이 좀더 쉬워질 것이다.” -시민운동과 통일운동의 목표점이 다른 경우가 많아 연대나 결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분단체제가 시민들 삶의 곳곳에 여전히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통일운동과 시민운동이 결합할 수 있는 지점은 많을 것이다. 가령 언론개혁운동을 예로 생각해보자. 언론개혁운동과 통일운동은 남북관계에 대한 언론보도가 어떤지를 살피는 모니터 운동을 함께 벌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하이브리드 통일운동 아래에서는 ‘통일론’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의 재야 통일론은 김대중 통일론, 문익환 통일론, 백낙청 통일론 등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통일론이었다. 하지만 2013년 체제에서의 통일론은 시민참여형 통일론이 되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을 통해 통일운동과 시민운동의 다양한 결합 결과 나온 논의를 모아 ‘시민의 통일론’이 만들어져야 한다.” -통일운동이 2013년 체제 구축, 가깝게는 대통령선거에 적극 개입해야 하나? “그렇다. 이전에는 저 자신부터 통일운동은 한국의 정치문제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등장 뒤 통일운동과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는 것을 보면서 적극 개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현재 ‘종북몰이’ 사태 등을 볼 때, 수구세력들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국가관 검증을 중요한 이슈로 만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자신의 셈법을 가지고 대선에 개입하려 할 것이다. 통일운동은 다양한 시민운동과 연대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과 기층 단위 조직들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을 벌인 뒤 국가의 미래 비전에 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통일운동 진영과 시민운동 진영은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을 통해 매카시즘적 종북몰이가 아니라 광범위한 시민 참여 속에서 도출된 미래 비전이 대선의 주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통일운동은 큰 틀의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하이브리드 통일운동은 그 방향성이 약한 듯하다. “운동의 방향성과 관련해 ‘슬로 통일’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6·15 공동선언에서 공통점을 인정한 ‘낮은 단계의 연방과 연합’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현도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단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통일에 이르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자기성찰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일을 긴 과정으로 바라보고, 자기를 성찰하고, 자기교정의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 성찰 속에서 남북의 만남이 이어지면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연합의 틀이 만들어질 것이다. 2013년 체제에서 수시로 총리 회담과 경제장관 회담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남북연합의 틀이 다가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6·15 남북공동선언 12돌을 기념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2013년 체제와 민간통일운동’ 토론회에서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오른쪽 둘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포용정책 실패? 제대로 시행된적 없다” 1세션·2세션 발제 정현곤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은 제2세션 발제 글 ‘남북 민간교류·협력 전략의 진화’에서 2013년 체제가 구축돼 활발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포용정책도 한 단계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기획위원은 우선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포용정책이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정 기획위원은 오히려 햇볕정책을 시행한 두 정권에서도 포용정책이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화해·협력정책을 의미하는 포용정책의 요체는 “사회·문화·경제 등의 교류협력을 통해 정치·군사 통합도 가능할 수 있다는 단계적인 관점”이다. 말하자면 “교류와 협력, 지원이 남북관계를 점진적 통합 과정으로 이끌 것”이라는 논리인데, 이때 핵심적인 것이 “북의 성장 형식은 북 내부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며 포용정책은 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그런데 햇볕정책을 시행한 두 전임 정부가 대규모 대북지원을 하면서 ‘북한 변화’를 지원 이유로 든 점을 포용정책의 미성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이는 마치 “북한의 개혁과 개방 노선을 남한이 정해주는 듯한” 모습인데, 이는 “북의 성장 형식은 북 내부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화해협력정책의 기본 정신과 배치된다. 정 기획위원은 앞으로 2013년 체제에서 포용정책이 버전 2.0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북한 체제 안정의 내면화’를 꼽았다. 이는 무엇보다 흡수통일에 대한 기대치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자는 것이다. 정 기획위원은 이렇게 체제안정의 내면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남한은 북한을 대상으로 한 지원·협력 프로그램에 더 많이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6자회담 등 대외관계에서 남북한의 주도성 실현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기획위원은 그러나 포용정책 2.0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천안함 문제’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한 정부가 2010년 6·2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급조해 발표한 천안함 보고서는 오류투성이지만, 5·24 조처가 증명하듯 이후 남북관계를 급격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따라서 재조사를 통해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하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를 촉구하는 문제제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제1세션에서 ‘정전체제 해소의 필요조건, 충분조건’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한반도 정세 악화의 핵심 구조가 불안정한 정전체제”라고 강조한 뒤, 평화협정의 전단계로 ‘한반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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