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왕차관의 남자…“포스코선 그의 말이면 안되는 일 없었다”

등록 2012-05-20 19:43수정 2012-05-21 10:09

[뉴스쏙] ‘박영준 게이트’의 핵심고리 이동조 회장
승승장구해온 ‘포항의 실세’
현정부서 포스코 협력업체 돼
매출 급성장하고 지역 유지로

박영준과 ‘바늘과 실’ 관계
수년 전 박영준 집에 불났을 때
4천만원 대출받아 준 뒤 ‘의형제’

지난 18일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검찰은 발표 자료의 ‘향후 계획’ 대목에서 “이동조가 입국하면 관련 의혹에 대하여 철저하게 수사하겠음”이라고 밝혔다. 중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뒤 한달이 다 되도록 귀국하지 않고 있는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제이엔테크 이동조(59) 회장. 그는 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포항 지역에서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박영준 전 국무차장을 등에 업고 포스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박 전 차장의 ‘자금관리인’이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박 전 차장이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브로커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2000만원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통해 세탁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박 전 차장 등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축적한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포항의 여러 기업인들로부터 이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동조 회장은 6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중·고교를 포항에서 나온 토박이다. 고교 졸업 뒤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제강부에서 생산직으로 일했고, 1990년대 초반 포스코를 나와 ‘조은도시락’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포스코에 도시락을 납품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캄보디아에서 금광사업에 손을 댔지만 실패해 20억원을 부도내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후 구제금융 사태까지 터져 한동안 힘든 생활을 했다.

이 회장은 2000년 다시 ‘조은개발’이라는 회사를 차렸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포스코건설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이후 회사 이름을 ‘제이엔테크’로 바꿨다. 기계설비 업체인 제이엔테크의 매출은 2007년까지 20억원대에 그쳤지만 2008년부터 급성장해 2010년에는 200억원을 넘겼다. 이 회장은 2010년에 포항고 총동창회장, 2011년엔 프로축구팀 포항 스틸러스 후원회장을 맡는 등 명실상부한 지역 유지로 급부상했다.

포스코 쥐락펴락 막후 영향력
회장 후보 면접자리 배석까지
포스코 베트남 공사에도 참여

의혹 핵심은 ‘비자금 창구’?
협력업체들 돈걷어 전달 의혹
검찰, 범죄인 인도청구 할수도

포항 지역 인사 ㄱ씨는 이 회장에 대해 “장남이라서 그런지 리더십이 있고 지역 경제인들한테도 평이 좋다”며 “이권을 챙겨먹었다기보다는 (포항 지역) 업계 전체를 잘살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포항의 기업인 ㄴ씨는 정반대의 평가를 했다. 그는 “이 회장은 도시락 사업처럼 평범하고 작은 일을 하던 사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전 차장의 힘이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조 회장이 박영준 전 차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께로 알려졌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야당 시절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한나라당 포항 남구 지구당 중앙위원이었고, 박 전 차장은 이곳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박 보좌관과 이 회장 사이에는 다른 유지급 인사들이 층층이 끼어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결국 그들을 제치고 박 보좌관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친형제보다도 가까운 의형제’(한 포항 지역 인사의 표현)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2000년대 중반에 마련됐다. 박 보좌관의 전셋집에 불이 난 것이다. 당시 그다지 여유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이 회장이 4000여만원을 대출받아 선뜻 내줬다. 이를 계기로 박 전 차장이 이 회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됐다는 것이 두 사람을 잘 아는 포항 지인들의 이야기다. 포항의 기업인 ㄷ씨는 “이 회장도 돈이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웠겠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인 ㄹ씨는 “박영준이 포항에 내려오면 항상 이 회장하고 같이 다녔다”며 “두 사람은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가 됐다”고 전했다.

박 전 차장이 ‘야인’이던 2008년 말 포스코 회장 후보들을 ‘면접’하는 자리에 이 회장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박영준과 이동조 둘이면 포스코에서 안 되는 일이 없었다’는 여러 포항 기업인들의 말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인사들이 전하는 이 회장의 위세는 대단했다.

ㄷ씨는 “내가 아는 후배가 2009년 이 회장에게 최고급 골프채를 준 일도 있고, 다른 업체 사장이 이 회장한테 ‘포스코건설에 부탁할 일이 있다’며 들고 온 3000만원짜리 산삼을 내 눈으로 직접 본 일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인 ㅁ씨는 “몇 년 전 포스코 고위 임원이 내게 ‘포스코건설 사장과 이동조 회장이 굉장히 친해서 이 회장 말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이 회장한테 부탁하면 앞으로 밥 먹고 사는 데 걱정 없을 텐데 왜 얘기를 안 하냐’고 타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포항지청 검사 중에도 이 회장을 만나면 깍듯이 인사하는 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기업인 ㅂ씨는 “이 회장은 포스코의 베트남 사업에도 진출했다”며 “이 회장이 ‘30년은 먹고살 거 만들어놨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동조 회장과 관련해 포항 지역과 포스코 안팎에서 제기되는 의혹의 핵심은, 박 전 차장을 등에 업은 이 회장이 포스코에 압력을 행사해 자신이 관리하는 협력업체들에 물량을 몰아주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이 회장은 협력업체들로부터 돈을 걷어 박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회장이 박 전 차장의 ‘자금 창구’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검찰 수사에서 박 전 차장이 파이시티 쪽 이외에 코스닥 상장업체 대표 ㄱ씨로부터 받은 돈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점이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현지 업체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는 중이다. 포항에서 포스코건설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ㅂ씨는 “입찰 과정이 개인적 친분으로 결정될 만큼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입찰에 떨어졌을 때 이의를 신청하면 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며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이 회장이 박 전 차장의 돈을 관리한 곳은 ㄷ은행 죽도동 지점인데, 이 회장의 동생이 이 은행의 명예지점장을 맡은 사실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 지점은 지난해 5월 제이엔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이 회장 동생을 명예지점장으로 위촉했다. 이 지점은 포스코건설 사옥 1층에 자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은행에서 일하는 이 회장의 친인척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검찰이 박 전 차장의 집 등을 압수수색한 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중국으로 떠났다. 검찰은 같은 날 박 전 차장의 대구 선거사무실도 압수수색했으나, 바로 전날 포장이사를 끝낸 뒤였다. 검찰은 그동안 이 회장에게 전화로 귀국을 종용했지만 최근에는 전화 연결도 되지 않고 있다. 이금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18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범죄인 인도 청구 등 법률상 강제조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차장의 또다른 금품수수와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등 불거진 온갖 의혹을 밝히는 데 ‘열쇠’를 쥐고 있는 이 회장을 조사하지 않고는 검찰 수사가 결코 완결될 수 없음을 검찰도 인정한 셈이다.

김지훈 박현철 기자 watchdog@hani.co.kr

사진 뉴스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한남대로에 등장한 ‘인간 키세스’…“웅장하고 아름답다” 1.

한남대로에 등장한 ‘인간 키세스’…“웅장하고 아름답다”

서부지법, 명태균 관련 ‘윤 부부 휴대폰 증거보전’ 청구 기각 2.

서부지법, 명태균 관련 ‘윤 부부 휴대폰 증거보전’ 청구 기각

노인단체 시국선언 “윤석열 지킨다는 노인들, 더는 추태 부리지 마라” 3.

노인단체 시국선언 “윤석열 지킨다는 노인들, 더는 추태 부리지 마라”

계엄날 준비된 실탄 5만7천발…헬기 돌려 특전사도 추가 투입 4.

계엄날 준비된 실탄 5만7천발…헬기 돌려 특전사도 추가 투입

법원, 윤석열 쪽 이의신청 기각…형소법 110조 미적용도 “타당” 5.

법원, 윤석열 쪽 이의신청 기각…형소법 110조 미적용도 “타당”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