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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 노랫가락으로 엄마가 행복해진다면…”

등록 2012-03-26 21:17수정 2012-03-26 21:20

판소리 명창을 꿈꾸는 김유정(15)양이 지난 24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자신의 집에서 판소리 연습을 하고 있다.
판소리 명창을 꿈꾸는 김유정(15)양이 지난 24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자신의 집에서 판소리 연습을 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희망사회로 ‘판소리 장원’ 유정이의 꿈
유정이는 전주예술중학교 국악과 3학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로 출강한 판소리 선생님이 유정이의 목소리를 듣고 예중에 입학하길 권했다. 엄마 김현숙(가명·49)씨는 ‘예술하면 돈이 많이 든다’며 딸의 입학을 말렸다. 선생님은 “합격해도 안 가면 되니까 일단 시험만 쳐보자”며 엄마를 설득했다. 그 학교에서 지원한 7명 중 유정이만 뽑혔다.

유정이는 원래 가수가 되고 싶었다. 예중에 입학할 때도 ‘조금만 하다가 방향을 틀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울수록 판소리의 재미에 빠졌다. “슬픈 대목을 부를 때 나도 슬퍼지고, 고음으로 올릴 때 목소리가 뚫리면 짜릿하더라고요. 1학년 때 연습을 게을리하다 2~3학년 언니들의 꾸중을 들은 뒤로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했어요.”

갓난아기 때 아버지 잃고
엄마 혼자 유정이 키우다
식당까지 망한 뒤 우울증

그러나 유정이는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에서 실시하는 레슨을 따로 받지 못했다. 좁은 방에서 혼자 연습해야 했다. 유정이가 갓난아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엄마가 지금껏 혼자 유정이를 키우고 있다. 엄마는 10여년 전 운영하던 식당이 망한 뒤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병이 더 심해져 일도 그만둔 상황이다. 다행히 구청의 소개로 유정이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장문희 명창으로부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엄마는 반지를 판 돈으로 딸을 대회에 내보내고, 빚을 져가며 방학 기간 산으로 연수를 보냈다. 김씨는 “판소리를 더 잘하려면 음을 듣고 악보를 그리는 수업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데, 남들 다 하는 걸 못해줘 늘 미안하다”고 했다.

이웃 도움 받아 소리공부
재능 타고나 대회마다 상
“엄마한테 넓은집 사줄래요”

또래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유정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전국대회에 처음 나가 장려상을 받은 뒤로, 출전한 대회마다 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청주박팔괘전국학생국악대제전에서는 처음으로 장원을 수상했다. 유정이를 가르치는 장문희 명창은 “유정이 목소리에는 타고난 판소리 특유의 서글픈 정서가 있다”며 “자신의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유정이는 공기가 탁한 방에서도 쉬지 않고 연습한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목을 아끼려고 듣기만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소리로 푼다. 이런 유정이의 소리는 주변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종종 불안해지는 엄마는 옆방에서 유정이의 판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한다. 윗집에 사는 집주인 아저씨도 유정이가 내는 소리를 시끄럽다고 하지 않고 “잘한다, 듣기 좋다”고 칭찬한다. 유정이는 “판소리 할 때만큼은 내가 최고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누가 들어도 ‘소리가 좋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판소리로 성공해서 엄마한테 넓은 집을 사줄 거예요. 거기서 엄마한테 평생 판소리 들려주며 살고 싶어요.”

전주/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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