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2040세대의 불안,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조흥식 서울대 교수,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40세대 ‘삶의 불안’ 해결책은
한겨레사회정책연-보건사회연 전문가 좌담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김용하)은 지난 1~6일 전국 20~40대 각 500명(총 1500명)을 대상으로 ‘2040세대의 복지정책 지향 및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 결과, 2040세대 다섯 명 중 세 명이 ‘나의 삶이 불안하다’(58%)고 응답했다. 20대는 59.9%가, 30대는 55.8%가, 40대는 58.6%가 불안감을 토로했다.(<한겨레> 14일치 1·4·5면)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이 여론조사에 이어 ‘2040세대의 불안,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조흥식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와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경제학)이 참석해 2040세대의 불안 해소를 위한 여러 사회정책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다. 좌담은 지난 10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대담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 불안사회, 30대부터 노후불안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사회)=이번 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20대는 취업불안이 가장 크고, 30대는 노후·자녀교육·주거불안이, 40대에서는 자녀교육·노후·고용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40대가 20대와 30대 못지않게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 교수(이하 조)=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니 불안의 내용이 20대, 30대, 40대마다 조금씩 다르다. 20대는 자신의 장래와 취업에 대한 불안이 큰데, 주거불안도 의외로 높게 나온다. 아직 미혼인 20대의 주거불안은 살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일반적인 집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다니는 직장과 관련된 주거 문제일 것이다. 30대에서 노후불안이 큰데 30대부터 벌써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건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에서 매우 특징적인 점이다. 최근의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강한 우려와 인식이 노후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신의 노후 소득보장을 자식들을 통해 해결했으나 이제는 저출산 시대라서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령자층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가도 개인들에게 충분한 수준의 노후보장을 해주기 어렵다고 여기고 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이하 김)=40대의 불안이 높게 나타난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 큰 걱정거리다. 20·30대는 아직 사회에 착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이 있을 수 있다. 반면에 40대는 그 나이가 일반적으로 어느덧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시기인데도 오히려 진보적인 생각이 강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의 40대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이다. 1955년부터 1963년생을 일컫는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매우 바쁘고 경쟁적인 삶을 살아왔다. 베이비붐 세대처럼 같은 연령대의 사람이 사회에 매우 많다는 건 본인들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4년생부터 1974년생으로 1차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이 집단의 인구는 더 많다. 그래서 1차 베이붐세대 못지않게 더욱 경쟁적인 삶을 살고 있고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더 크다.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2040세대는 내 삶의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지목하고 있는데. 김=나는 좀 다른 시각에서 본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에서 이미 중요한 자리를 꽉 잡고 있다. 너무 많은 1차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자리에서 빠져주지 않고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기득권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에 지금 40대인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지위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줄 자리가 없는 형편이다. 40대가 50대에 눌려 있는 형국이다. 40대의 불만은 부동산 투자에서 초래되는 측면도 있다. 상당수의 40대가 대출받은 부채로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투자했다. 지금의 50대는 부동산에 투자해서 이미 한몫 챙겨 대출금도 갚고 자리를 잡았는데 40대는 그 끄트머리에서 마구 대출받아 집을 구입했으나 집값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대출 이자는 계속 빠져나가면서 불만들이 겹쳐 기득권층 내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고 있다.
조=1988년 서울올림픽을 당시 10대 시절에 보고 자란 지금의 40대와 그 전의 세대는 크게 다르다. 한국은 올림픽 이후 일약 도약하게 되는데, 올림픽을 보고 자란 40대는 기존의 교육 및 정치체제를 완전히 뒤집는 ‘꿈’을 꾸게 된 세대다. 그 이전 세대는 한국이 아무리 선진국을 따라잡으려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40대는 올림픽 이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블루오션을 찾기 시작한 세대다. 그런데 뭔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자란 세대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경쟁적인 교육체제에서 자랐다.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40대는 태어날 때부터 공정한 경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회의 기본적인 경쟁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진보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 불공정 사회와 불안
사회=2040세대는 대체로 “우리 사회에 계층 상승의 기회가 없다”, “패자부활의 기회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불공정 사회라고 여기는 젊은층의 인식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김=2040세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이다. 인구 구성에서도 60%에 이른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에서 남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집단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부모한테 요구하고 사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젊은층이다. 지금의 2040세대는,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하면서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세대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해 뭔가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20~40대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세대이다. 동정받을 세대가 아니다. 요즘 40대는 진보적이라기보다는 자기이익을 중시하는 굉장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20~40대의 90%가 압도적으로 찬성했으나 ‘복지국가를 위한 보편적 증세’ 의향을 물어보면 ‘반대한다’가 51%로 더 많았다.
조흥식 교수
재벌중심의 경제 혁파
중소기업 창의성 격려
자아실현 할 일자리 늘려야 조=2040세대가 사회에 책임을 지게 하려면 우선 공정한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재벌 중심의 경제를 혁파해 중소기업의 기회와 창의성을 북돋우고 보장해줘야 한다. 불공정한 경쟁 때문에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불안의 근저에 깔려 있다. 20~40대가 그렇게 많은 소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주로 보람 있는 일을 원한다. 3디(D) 업종의 일이 넘쳐나는데 왜 대기업만 고집하느냐고 말하면 안 된다. 어느 사회든지 일자리의 이중구조는 생기게 마련이다.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 쪽으로 밀어넣으려 하지 말고 보람 있는 일자리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김=40대보다 10여년 앞서는 우리 세대는 더욱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시절을 살아왔다. 그때에는 미래가 더 없었다. 당시 대학 졸업자가 또래의 10%도 안 되어서 취업이 잘됐을 뿐이다.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모도 다 챙겨주지 못하고 스스로 잡초처럼 살았으나 지금 40대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더 안정된 가정에서 온실 속에 자랐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상대적이다. 현실에서 실제로 격차가 심화되었다기보다는 심리적 의식이 그렇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통계상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이명박 정부에서 특별히 더 나빠진 것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만은 더 증폭되고 있다. 조=우리나라는 고정된 취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대기업, 의사, 공무원 등 안정되고 고정된 직업체계에 초점을 맞춘 일자리 구조다. 그러나 이런 고정적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하층에서부터 점차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절차적 직업구조라는 것이 존재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대학교육만이 아니라 직업세계에 들어선 뒤 점점 숙련을 형성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먹이사슬의 하청구조로는 이런 절차적 숙련형성 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연계성은 갖되 독립성을 갖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창업 역시 절차적인 직업시스템의 한 가지 형태다. 사회적 기업 등 작고 알뜰한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고쳐야 한다. ■ 불안 해소할 복지·사회정책
사회=일자리와 복지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젊은 세대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 김=대기업에서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공기업의 고용환경도 상당히 팍팍해지고 있다. 결국 삶의 안정성은 국가가 제공해줘야 한다. 단순히 몇몇 복지정책을 단편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복지는 아니다. 아무리 삶이 불안해도 “밑바닥은 이 정도야”라고 하는, 전 국민을 안심하도록 해주는 최저기본생계선이 있을 것이다.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준 다음에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대기업에 간 사람은 정신없이 일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어떤 사람은 조금 덜 벌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를 즐기면서 사는 방식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려면 최소한의 삶의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복지는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공공부조가 아니라 누구나 어떤 경우에 처하든 국가가 책임을 져준다는 확신이 들도록 하는 사회, 즉 안정사회를 뜻한다. 조=복지국가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는 사회다. 하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이고 또 하나는 인간의 관계성이다. 즉 삶의 품위를 유지하고 문화적 생활을 향유하고, 특히 남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해주는 기본선이 있을 것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거쳐 2013년에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이 기본선을 사회적 합의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2040세대의 전반적인 불안이 점차 해결될 수 있다. 이런 토대 아래서 정치와 경제·사회체제를 바꿔가야 한다. 김=한해 60만명이 취업전선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어떤 사회도 60만명에게 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는 한해 6만~7만개에 불과하다. 좋지 않은 일자리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전에는 한번 시험쳐서 일자리를 잡으면 평생 동안 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처음에 임시직이라도 일자리를 잡고 점차 계약직, 정규직으로 나아가는 경로를 밟을 수밖에 없다. 첫 직장을 중시하기보다는 발전하는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한번 승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도전의식이 매우 낮다.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고 안정성만 추구한다. 사회=30대의 경우 육아불안이, 40대는 고용과 지위에 대한 불안이 매우 높게 나왔다. 복지·사회정책적 대안은 뭐가 있는가? 김=육아 문제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에서 이제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명확하게 설정돼야 한다. 국가가 말로만 책임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육아는 단순히 금전적 비용 문제 이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베이비시터와 민간보육시설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가정 내 양육이든 직장 보육시설이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서비스 체제를 갖추는 것이 향후 몇년간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다. 조=복지는 사회복지, 직업복지, 조세복지가 있다. 직업복지도 매우 중요한 축이다.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직종의 수가 매우 적다. 선진국이 20만가지라면 우리나라는 8만여 종류뿐이다. 좀더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다양화해야 한다. 틈새에 있는 직종들이 많다. 직종이 다양해지면 사교육 부담에 따른 자녀교육 불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의 아이 돌봄을 위해 해당 기업에 면세를 해주는 등 여성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을 배치해야 한다. 전업주부에게도 일종의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복지와 직업복지를 촘촘하게 혼합해 짜야 한다. 지금 교육과정에서 복지는 사회과목 일부에서만 약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보험, 연금 방식, 노후보장, 사회보장 등을 교육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고령사회가 닥쳤다고 젊은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줄여줄 수 있다.
김용하 원장
전 국민이 안심할만한
최저기본생계선 보장
사회적 ‘안정성’ 합의를 김=자녀교육 불안의 해법은 교사 수를 대폭 늘리는 데 있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교사를 두배로 늘려야 한다. 한 교실에 교사 한명으로는 학생지도, 학교폭력, 학업능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지도 등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교육비와 교사를 아끼다 보니 학교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교사를 두배로 늘리면 좋은 교사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 교실에서 한명은 앞 칠판에서 가르치고 한명은 뒷자리에 서서 딴짓하는 학생을 제압하는 등 수업이 제대로 되도록 하면 많은 문제가 공교육 학교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사교육과 학원만 때려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2040세대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큰 틀에서 사회정책적 패러다임은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 김=경제가 전반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시대라는 트렌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과거 성장시대의 패러다임을 고집하면 2040세대의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고민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단편적인 사회·복지정책 한두개를 발표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불안이 아니다. 조=이제 성장 신화를 버리고, 있는 것을 좀더 잘 나눠쓰는 2단계 성장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젊은층의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정리/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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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김용하)은 지난 1~6일 전국 20~40대 각 500명(총 1500명)을 대상으로 ‘2040세대의 복지정책 지향 및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 결과, 2040세대 다섯 명 중 세 명이 ‘나의 삶이 불안하다’(58%)고 응답했다. 20대는 59.9%가, 30대는 55.8%가, 40대는 58.6%가 불안감을 토로했다.(<한겨레> 14일치 1·4·5면)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이 여론조사에 이어 ‘2040세대의 불안,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조흥식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와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경제학)이 참석해 2040세대의 불안 해소를 위한 여러 사회정책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다. 좌담은 지난 10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대담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 불안사회, 30대부터 노후불안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사회)=이번 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20대는 취업불안이 가장 크고, 30대는 노후·자녀교육·주거불안이, 40대에서는 자녀교육·노후·고용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40대가 20대와 30대 못지않게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 교수(이하 조)=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니 불안의 내용이 20대, 30대, 40대마다 조금씩 다르다. 20대는 자신의 장래와 취업에 대한 불안이 큰데, 주거불안도 의외로 높게 나온다. 아직 미혼인 20대의 주거불안은 살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일반적인 집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다니는 직장과 관련된 주거 문제일 것이다. 30대에서 노후불안이 큰데 30대부터 벌써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건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에서 매우 특징적인 점이다. 최근의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강한 우려와 인식이 노후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신의 노후 소득보장을 자식들을 통해 해결했으나 이제는 저출산 시대라서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령자층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가도 개인들에게 충분한 수준의 노후보장을 해주기 어렵다고 여기고 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이하 김)=40대의 불안이 높게 나타난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 큰 걱정거리다. 20·30대는 아직 사회에 착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이 있을 수 있다. 반면에 40대는 그 나이가 일반적으로 어느덧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시기인데도 오히려 진보적인 생각이 강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의 40대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이다. 1955년부터 1963년생을 일컫는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매우 바쁘고 경쟁적인 삶을 살아왔다. 베이비붐 세대처럼 같은 연령대의 사람이 사회에 매우 많다는 건 본인들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4년생부터 1974년생으로 1차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이 집단의 인구는 더 많다. 그래서 1차 베이붐세대 못지않게 더욱 경쟁적인 삶을 살고 있고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더 크다.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2040세대는 내 삶의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지목하고 있는데. 김=나는 좀 다른 시각에서 본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에서 이미 중요한 자리를 꽉 잡고 있다. 너무 많은 1차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자리에서 빠져주지 않고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기득권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에 지금 40대인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지위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줄 자리가 없는 형편이다. 40대가 50대에 눌려 있는 형국이다. 40대의 불만은 부동산 투자에서 초래되는 측면도 있다. 상당수의 40대가 대출받은 부채로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투자했다. 지금의 50대는 부동산에 투자해서 이미 한몫 챙겨 대출금도 갚고 자리를 잡았는데 40대는 그 끄트머리에서 마구 대출받아 집을 구입했으나 집값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대출 이자는 계속 빠져나가면서 불만들이 겹쳐 기득권층 내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고 있다.
조=1988년 서울올림픽을 당시 10대 시절에 보고 자란 지금의 40대와 그 전의 세대는 크게 다르다. 한국은 올림픽 이후 일약 도약하게 되는데, 올림픽을 보고 자란 40대는 기존의 교육 및 정치체제를 완전히 뒤집는 ‘꿈’을 꾸게 된 세대다. 그 이전 세대는 한국이 아무리 선진국을 따라잡으려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40대는 올림픽 이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블루오션을 찾기 시작한 세대다. 그런데 뭔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자란 세대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경쟁적인 교육체제에서 자랐다.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40대는 태어날 때부터 공정한 경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회의 기본적인 경쟁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진보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 불공정 사회와 불안
사회=2040세대는 대체로 “우리 사회에 계층 상승의 기회가 없다”, “패자부활의 기회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불공정 사회라고 여기는 젊은층의 인식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김=2040세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이다. 인구 구성에서도 60%에 이른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에서 남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집단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부모한테 요구하고 사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젊은층이다. 지금의 2040세대는,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하면서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세대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해 뭔가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20~40대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세대이다. 동정받을 세대가 아니다. 요즘 40대는 진보적이라기보다는 자기이익을 중시하는 굉장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20~40대의 90%가 압도적으로 찬성했으나 ‘복지국가를 위한 보편적 증세’ 의향을 물어보면 ‘반대한다’가 51%로 더 많았다.
조흥식 교수
재벌중심의 경제 혁파
중소기업 창의성 격려
자아실현 할 일자리 늘려야 조=2040세대가 사회에 책임을 지게 하려면 우선 공정한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재벌 중심의 경제를 혁파해 중소기업의 기회와 창의성을 북돋우고 보장해줘야 한다. 불공정한 경쟁 때문에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불안의 근저에 깔려 있다. 20~40대가 그렇게 많은 소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주로 보람 있는 일을 원한다. 3디(D) 업종의 일이 넘쳐나는데 왜 대기업만 고집하느냐고 말하면 안 된다. 어느 사회든지 일자리의 이중구조는 생기게 마련이다.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 쪽으로 밀어넣으려 하지 말고 보람 있는 일자리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김=40대보다 10여년 앞서는 우리 세대는 더욱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시절을 살아왔다. 그때에는 미래가 더 없었다. 당시 대학 졸업자가 또래의 10%도 안 되어서 취업이 잘됐을 뿐이다.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모도 다 챙겨주지 못하고 스스로 잡초처럼 살았으나 지금 40대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더 안정된 가정에서 온실 속에 자랐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상대적이다. 현실에서 실제로 격차가 심화되었다기보다는 심리적 의식이 그렇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통계상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이명박 정부에서 특별히 더 나빠진 것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만은 더 증폭되고 있다. 조=우리나라는 고정된 취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대기업, 의사, 공무원 등 안정되고 고정된 직업체계에 초점을 맞춘 일자리 구조다. 그러나 이런 고정적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하층에서부터 점차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절차적 직업구조라는 것이 존재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대학교육만이 아니라 직업세계에 들어선 뒤 점점 숙련을 형성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먹이사슬의 하청구조로는 이런 절차적 숙련형성 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연계성은 갖되 독립성을 갖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창업 역시 절차적인 직업시스템의 한 가지 형태다. 사회적 기업 등 작고 알뜰한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고쳐야 한다. ■ 불안 해소할 복지·사회정책
사회=일자리와 복지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젊은 세대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 김=대기업에서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공기업의 고용환경도 상당히 팍팍해지고 있다. 결국 삶의 안정성은 국가가 제공해줘야 한다. 단순히 몇몇 복지정책을 단편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복지는 아니다. 아무리 삶이 불안해도 “밑바닥은 이 정도야”라고 하는, 전 국민을 안심하도록 해주는 최저기본생계선이 있을 것이다.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준 다음에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대기업에 간 사람은 정신없이 일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어떤 사람은 조금 덜 벌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를 즐기면서 사는 방식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려면 최소한의 삶의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복지는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공공부조가 아니라 누구나 어떤 경우에 처하든 국가가 책임을 져준다는 확신이 들도록 하는 사회, 즉 안정사회를 뜻한다. 조=복지국가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는 사회다. 하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이고 또 하나는 인간의 관계성이다. 즉 삶의 품위를 유지하고 문화적 생활을 향유하고, 특히 남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해주는 기본선이 있을 것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거쳐 2013년에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이 기본선을 사회적 합의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2040세대의 전반적인 불안이 점차 해결될 수 있다. 이런 토대 아래서 정치와 경제·사회체제를 바꿔가야 한다. 김=한해 60만명이 취업전선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어떤 사회도 60만명에게 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는 한해 6만~7만개에 불과하다. 좋지 않은 일자리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전에는 한번 시험쳐서 일자리를 잡으면 평생 동안 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처음에 임시직이라도 일자리를 잡고 점차 계약직, 정규직으로 나아가는 경로를 밟을 수밖에 없다. 첫 직장을 중시하기보다는 발전하는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한번 승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도전의식이 매우 낮다.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고 안정성만 추구한다. 사회=30대의 경우 육아불안이, 40대는 고용과 지위에 대한 불안이 매우 높게 나왔다. 복지·사회정책적 대안은 뭐가 있는가? 김=육아 문제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에서 이제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명확하게 설정돼야 한다. 국가가 말로만 책임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육아는 단순히 금전적 비용 문제 이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베이비시터와 민간보육시설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가정 내 양육이든 직장 보육시설이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서비스 체제를 갖추는 것이 향후 몇년간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다. 조=복지는 사회복지, 직업복지, 조세복지가 있다. 직업복지도 매우 중요한 축이다.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직종의 수가 매우 적다. 선진국이 20만가지라면 우리나라는 8만여 종류뿐이다. 좀더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다양화해야 한다. 틈새에 있는 직종들이 많다. 직종이 다양해지면 사교육 부담에 따른 자녀교육 불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의 아이 돌봄을 위해 해당 기업에 면세를 해주는 등 여성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을 배치해야 한다. 전업주부에게도 일종의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복지와 직업복지를 촘촘하게 혼합해 짜야 한다. 지금 교육과정에서 복지는 사회과목 일부에서만 약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보험, 연금 방식, 노후보장, 사회보장 등을 교육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고령사회가 닥쳤다고 젊은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줄여줄 수 있다.
김용하 원장
전 국민이 안심할만한
최저기본생계선 보장
사회적 ‘안정성’ 합의를 김=자녀교육 불안의 해법은 교사 수를 대폭 늘리는 데 있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교사를 두배로 늘려야 한다. 한 교실에 교사 한명으로는 학생지도, 학교폭력, 학업능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지도 등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교육비와 교사를 아끼다 보니 학교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교사를 두배로 늘리면 좋은 교사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 교실에서 한명은 앞 칠판에서 가르치고 한명은 뒷자리에 서서 딴짓하는 학생을 제압하는 등 수업이 제대로 되도록 하면 많은 문제가 공교육 학교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사교육과 학원만 때려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2040세대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큰 틀에서 사회정책적 패러다임은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 김=경제가 전반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시대라는 트렌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과거 성장시대의 패러다임을 고집하면 2040세대의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고민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단편적인 사회·복지정책 한두개를 발표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불안이 아니다. 조=이제 성장 신화를 버리고, 있는 것을 좀더 잘 나눠쓰는 2단계 성장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젊은층의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정리/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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