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민협 대표단이 본 북한 모습
대북지원 작업중 소식 접해
“혼란 빠져있는 것 같지 않아”
대북지원 작업중 소식 접해
“혼란 빠져있는 것 같지 않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발표된 지난 19일 낮 12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대표단 10명은 평안북도 강남군에서 대북지원물자가 제대로 분배됐는지 확인한 뒤 평양으로 돌아와 고려동포회관에서 식사를 하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안내를 맡은 북쪽 관계자들은 어디로부턴가 연락을 받고 굳은 표정으로 대표단을 버스에 태워 숙소인 보통강 호텔로 이동시켰다. 이때만 해도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보통강 호텔에 들어서자 로비에 걸려있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는 미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호텔 직원들은 통곡을 하고 있었다. 북민협 대표단이 옆에 있던 조선족 관광객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애도기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북민협 대표단은 이날 낮 12시20분께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처음으로 접했다.
21일 새벽, 방북 활동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북민협 대표단은 입을 모아 “평양은 침통한 분위기지만 안정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석 북민협 운영위원장은 “19일 보통강 호텔 접대원들은 넋을 놓고 아무 일도 못하고 있었고, 평양 시내에는 조기가 게양됐으며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박 운영위원장은 “하지만 이튿날이 되자 사람들은 대부분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북민협 대표단은 또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이 전해진 뒤에도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권문수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사무총장은 “체제가 혼란스러웠다면 이틀 동안이나 사망 사실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평양 사람들은 슬퍼하긴 했지만 혼란에 빠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권 사무총장은 또 “베이징으로 나오기 위해 우리가 탄 고려항공 여객기가 김 위원장 사망 뒤 처음 운항하는 항공편이었는데, 빈자리도 많았고 외국인 이탈 움직임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북민협 민간대북지원사업기구로 지난 9월 평안북도 강남군에 밀가루 등 4억원 규모의 지원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대북지원물자 분배 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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