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디도스 공격 조사 발표문 ‘수위 조절’ 의혹, 조현오 청장 기자회견 자청해 해명
황운하 수사기획관 끼어들자 “가만 좀 있어보라”…이날 계좌추적 제외한 수사 마무리
황운하 수사기획관 끼어들자 “가만 좀 있어보라”…이날 계좌추적 제외한 수사 마무리
경찰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전후로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아무개(27)씨의 우발적인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어 은폐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수장인 조현오 경찰청장이 16일 “내가 단독 범행이라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었다”고 뒤늦게 수사팀을 질책하고 나섰다.
조현오 청장은 이날 경찰청 기자실에서 예고 없이 간담회를 자청해 “범행 5일 전에 박희태 국회의장의 김 전 비서가 공씨에게 보낸 1천만원의 자금이 범행 대가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피의자 공씨의 우발적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릴 근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수사팀을 이끈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도 함께 참석했다.
조 청장은 “수사팀이 9일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중간 결과를 발표했지만 발표 이후 1천만원의 자금이 공씨를 통해 강씨(공격 수행한 업체 대표)로, 강씨에서 강씨의 회사인 ㄱ사의 직원으로 이동한 점, 김 전 비서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대가성이 아니라는 답변에 거짓이라는 결과가 나온 점 등을 추가로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 지휘부가 이 같은 결론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반영했지만 수사를 실무적으로 지휘한 황운하 수사기획관 등 수사팀은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는 기존 결론이 유효하다고 주장,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은 경찰의 수사발표를 두고 “당초 준비됐던 발표문이 수정된 것으로 안다. 경찰이 디도스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조 청장과 수사팀 간에 발표 수위를 두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현오 청장이 돈 거래 등 수사내용의 상당 부분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조 청장은 오히려 “9일 중간발표 전에 수사팀으로부터 문제의 자금 거래를 보고받고 검찰에서 이 사실을 밝히면 오해 소지가 있으니 밝히고 가자고 했는데 수사팀이 대가성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발표에서 뺐다”며 수사팀을 질책하는 성격의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조 청장 발언 가운데 끼어들자 “가만 좀 있어보라”며 말을 가로막는 등 기자들 앞에서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사결과 발표문 상당 부분을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발표 문안을 보기는 했지만 문구를 넣어라 빼라 하지 않았다”면서 “국기문란 사건을 축소나 은폐하는 것은 천벌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특정 정당 잘 봐주기 위해 덮으라 한다고 내가 휘둘리겠느냐. (차라리) 내가 그만뒀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 능력 부족이라는 비판은 감수하겠지만 축소·은폐라고 비난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공범 중 1명인 공씨 친구 차아무개씨를 검찰로 송치, 계좌추적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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