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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서진 건물 복구 ‘막바지’…보상 둘러싼 갈등은 ‘진행형’

등록 2011-11-20 20:32수정 2011-11-21 10:52

19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택가에서 한 주민이 집 밖 강아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옆 구역에서는 1년 전 포격으로 부서진 주택 재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연평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택가에서 한 주민이 집 밖 강아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옆 구역에서는 1년 전 포격으로 부서진 주택 재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연평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집 입주 시작…정부 지원 늘어나자 위장전입 골치
“밤에도 포탄 떨어질까봐 잠 안와” 포격 후유증 여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년을 사흘 앞둔 20일, 섬은 평온한 가운데 분주했다. 포격으로 부서진 건물과 도로 복구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공공취로사업 등으로 일자리도 늘었다. 섬사람들은 1년 전 포성의 기억을 묻고 일상을 회복한 듯했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 보상을 둘러싼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같은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연평도 주민 박장훈(75)씨는 지난 17일 1년 만에 새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지난해 포격으로 집이 완전히 불타버려, 박씨네 세 식구는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7평짜리 임시주택에서 힘겹게 1년을 버텼다. 그는 “새집이라 난방도 잘되고 온수도 잘 나온다. 1년 전에 비하면 마음이 훨씬 평안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옹진군은 연평도 포격으로 전파 및 반파된 집 32채와 부분 파손된 270여채를 대부분 복구했다. 박씨네를 비롯해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의 임시주택에 살고 있던 13가구는 지난 17일 입주를 마쳤다. 아직 입주하지 못한 19가구도 23일 입주할 예정이다.

무너진 건물들이 속속 복구되면서 포격으로 인한 ‘외상’은 많이 아물었지만, 전쟁의 공포를 체험한 주민들은 여전히 심리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과 아이들은 군의 포사격 소리와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음에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의 임시주택에 살고 있는 박명선(66)씨는 “쿵쿵 소리만 들리면 아직까지 심장이 뛴다”며 “밤에도 막 포탄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정이선 연평도 보건지소 간호사는 “노인들은 노화 증상인 불면증이 포격 불안과 겹쳐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현(10·연평초4)군은 “연평도 포격 때에는 진짜 무서웠다”며 “큰 소리가 들리면 아직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뿐 아니라 또다른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다. 보상을 둘러싸고 일부 주민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다툼 때문이다. 섬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돈이 들어오니 마을 민심이 흉흉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주민은 “피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입김 센 사람은 보상을 더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보상을 못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한 주민은 “집이 반파됐지만 집 안에서 살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 보상을 제대로 못 받고, 비가 새는 집에서 지금까지 살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로 지은 집을 보면 배신감이 느껴져 주민들과 대화도 잘 안 하게 된다”며 “주민들 간의 갈등도 이런 일들 때문에 생긴다”고 성토했다.

청장년층은 미흡한 정부 대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강인구(51) 옹진수산업협동조합 연평어촌계장은 “동네 사람들이 보상 때문에 싸움도 벌어지고 예민해졌다”며 “젊은 사람들이 연평도에서 터를 잡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데…”라며 부족한 정부 지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평도 평화 기원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년을 사흘 앞둔 20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연평초등학교 돌담에 학생, 군인, 인천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그린 그림과 글귀가 적힌 돌맹이가 놓여 있다. 뒤로는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이 보인다.  연평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평도 평화 기원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년을 사흘 앞둔 20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연평초등학교 돌담에 학생, 군인, 인천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그린 그림과 글귀가 적힌 돌맹이가 놓여 있다. 뒤로는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이 보인다. 연평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부 주민은 연평도 포격 후속 대책으로 서해5도 특별지원법이 만들어졌는데, 연평도뿐 아니라 나머지 4개 도서에도 나눠서 지원하다 보니 정작 연평도 주민들은 혜택을 덜 받게 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백령도 쪽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섬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이런 지나친 욕심이 섬 인심을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1716명이던 연평도 주민은 올해 10월 1087가구 1920명으로 200여명이 늘었다. 육지로 떠났던 주민들이 대부분 돌아온데다 복구 작업을 하러 온 공사장 인부, 꽃게잡이 선원과 그 가족들까지 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복구사업이 활기를 띠고 일자리가 늘어나자 ‘연평도에서 살 수 없느냐’는 외지 사람들의 문의도 많아졌다. 옹진군 관계자는 “요즘은 매일같이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이 틈에 위장전입자도 늘어났다. 포격 이후 보상도 나오고 각종 지원과 혜택이 많아지니 이를 보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연평면사무소는 지난 17일 주소지가 연평도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살지 않는 9명을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무단전출거주불명자로 등록했다. 연평면 관계자는 “민박집 등에 주소만 옮겨놓고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보상 문제로 일부 주민들 간에 갈등도 있지만, 섬에는 여전히 이웃 간에 따뜻한 정이 남아 있었다. 연평도 부녀회는 지난 18일 ‘사랑의 김치’ 250포기를 담가 마을의 홀몸노인 60여명에게 나눠줬다. 부녀회원 고정녀씨는 “연평도는 원래 인정이 넘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했다. 섬에서 만난 주민들 대다수도 정부 지원에 대해 “이만하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연평도/이충신 정환봉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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