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내려오는 김진숙. 박종식 기자
5시간 동안 릴레이 조사 벌여…“반인권적 행태” 비판
인의협 “장기간 비정상적 생활…김씨 입원해 경과 지켜봐야”
인의협 “장기간 비정상적 생활…김씨 입원해 경과 지켜봐야”
경찰이 35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309일동안 농성해 온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조사를 병원에서 강행해 반인권적 행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11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병실에서 5시간여 동안 릴레이 조사를 벌였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1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어, 법에 따라 48시간 안에 체포영장을 집행해야만 했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이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정밀 진단, 건강 검진을 요청해 오늘 검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조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우려할 만한 건강상태가 아니다’라는 동아대 병원 소견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동아대병원은 11일 위내시경과 초음파검사 등 종합건강검사를 한 뒤 “비(B)형 간염 소견 말고는 우려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비형 간염은 긴급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진숙 지도위원의 건강상태는 알려진 것과 다르게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대표(외과의사)는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크레인농성 이전에 장기간 단식을 하여서 크레인에서도 복부통증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며 “ 크레인에 오르고서부터 양측 어깨와 목, 허리의 통증이 지속되었고, 최근에는 양측 팔꿈치관절의 통증으로 물건을 들 수 없을 정도”라고 김 지도위원의 상태를 전했다. 정운용 대표는 “육안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을 검진할 때도 경도의 부종이 양손을 포함한 상지에 있었고 본인도 ‘부었다’고 표현했다”며 “동아대병원의 담당의사를 만나서 호소한 증상이 불면과 불안 증세였으며, 밤에 잘 때 심장이 조이는듯한 통증이 반복되고 심계항진도 동반되었다”고 말했다.
정운용 대표는 “장기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생활했고 여러가지 증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입원한 상태에서 관찰하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몇 가지 검사 결과 당장 심각한 문제가 없어보인다고 퇴원하라는 것은 의료인의 기본적 자세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309일 동안 35m 고공에서 생활한 김씨에 대해 크레인에서 내려온 지 하룻만에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회사가 노조와 합의한 내용 중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포함한 크레인 농성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내용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진숙 위원 등에게 환자로서의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경찰의 무리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조사를 한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광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체포영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때 원만한 수사를 위해 발부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309일 동안 김진숙 지도위원이 경찰 조사를 위해 출석을 거부한 것을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또한 “신체를 체포·구금할 때는 기본적으로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위험 등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김진숙 지도위원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데다가, 김 지도위원의 혐의라고 볼 수 있는 건조물 침입·업무방해 등은 증거를 인멸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에 경찰이 지금 ‘체포영장’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309일 동안 김진숙 지도위원을 옆에서 보살피고 있는 황이라 민주노총 부산본부 상담부장은 “경찰이 처음에는 경찰서로 가서 조사받을 것을 요구하다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항의하자 병원에서 조사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꿔 5시간 동안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대병원은 “퇴원을 권한 것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증상이 3차병원에서 치료할 것이 아니라 1·2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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