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자 4명 업무방해 등 혐의
김씨 간염 소견…병실서 조사
노조 “영장신청, 형평 어긋나”
김씨 간염 소견…병실서 조사
노조 “영장신청, 형평 어긋나”
경찰이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선박크레인 위에서 각각 309일, 137일 동안 농성한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정리해고 노동자 등 3명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며, 4명 모두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노조와 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11일 “김 지도위원과 정리해고 노동자 박성호(49)·박영제(53)씨와 정홍형(48)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본부 조직부장 등 4명의 구속영장을 12일 새벽 4시30분까지 검찰에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려면 체포영장 집행 48시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은 그 12시간 전까지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저녁 김 지도위원이 입원한 부산 동아대병원 병실에 조사관을 보내 김 지도위원의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업무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앞서 김 지도위원과 박씨 등은 10일 영도조선소 선박크레인에서 내려온 뒤 이 병원에 옮겨졌다. 김 지도위원은 혈액검사에서 B형 간염 소견이 나오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했다. 11일엔 위내시경과 초음파검사 등 종합건강검사를 받았다. 동아대병원은 “B형 간염 소견 말고는 우려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B형 간염은 긴급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 등의 건강이 우려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며 11일 새벽 병원에서 경찰서 두 곳으로 데려가 유치장에 수감했다. 경찰은 11일 오전 박씨 등이 추가 건강검진을 받도록 한 뒤 다시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벌였다.
경찰이 김 지도위원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는 반발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김 지도위원이 몸을 추스른 뒤 스스로 경찰에 나가 조사받겠다고 하는데 경찰이 구속영장을 서둘러 신청하려 해 또다른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며 “경찰이 9일에 이어 다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한진중공업이 2년 동안 선박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해 여러 크레인이 작업을 못했는데, 김 지도위원의 농성이 업무에 무슨 지장을 줬느냐”고 지적했다.
김 지도위원이 농성한 85호 크레인에서 300여m 떨어진 17호 크레인에서 2월14일~5월11일 87일 동안 농성했던 채길용 전 한진중공업지회장 등 2명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김 지도위원은 처음 크레인에 올라간데다 농성 기간도 훨씬 길었으며 희망버스를 오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박씨 등 3명도 희망버스를 오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입원중인 병실에 경찰관들을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 지도위원이 진료실 등을 갈 때 경찰관들이 동행하도록 조처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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