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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법 농성자가 물 요구?”
인권위, 김진숙에 관한 의견표명 안하기로

등록 2011-09-20 15:37수정 2011-10-31 17:15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부산/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부산/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진중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 관련 의견표명’ 안건 부결
누리꾼들 “인권위가 아니라 정권사수위로 전락” “인권위에 인권은 없다”
“(희망버스는) 부산시민에겐 ‘절망버스’다. 쓰레기 버리고 망가뜨리며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데 평화적이라고 할 수 있나. 김씨의 생존 문제는 따지더라도 다른 것은 인권위 위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니 나서선 안 된다.” (한태식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김(진숙)씨는 시설을 점거해 회사를 방해하고 있는 위법 상태의 농성자다. 그런 지위에서 물과 배터리 등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윤남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국가인권위원회가 250일 넘게 고공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김진숙씨에 대한 인권보호에 관한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오후 3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들은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 관련 의견표명’ 안건에 대해 참석 위원 8명 가운데 장주영·양현아 2명의 위원만 찬성 의견을 내 부결됐다. 전원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재적위원의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병철 위원장은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고, 김영혜, 홍진표, 김태훈, 윤남근 위원은 반대했다. 한태식 위원은 경찰의 강경진압 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생존에 필요한 물품 지급 등에만 찬성하는 의견을 표했다.

앞서 장향숙·장주영·양현아 위원은 “한진중공업 측이 김진숙씨에게 음식과 의류, 휴대전화 배터리 등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해 긴급구제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약속을 어겼고 경찰은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최루액이 포함된 물대포를 조준 사격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다”며 의견표명 안건을 발의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을 지닌 인권위원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홍진표 인권위원은 “한진중공업이 음식과 배터리 등 지원 약속을 어긴 것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이지 않다”고 말했고 김태훈 위원은 “이미 긴급구제하지 않기로 한 것을 번복할 만큼 중대한 인권침해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안건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보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부결을 선언했다.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인권보호 관련 의견표명’ 안건을 공동 발의한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인권위가 번번이 ‘인권’보다는 사회적 파장 등 인권 외적인 것을 고려하며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의견 표명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해 굉장히 답답하다”며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자는 김진숙 지도위원뿐만 아니라 중간 지대에 있는 4명의 농성자들도 포함돼 있고 이들의 생존과 생명에 위협이 가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가 필요한 사안인데 부결돼서 굉장히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위법상태의 농성자가 물·배터리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한 윤남근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고려대 공익법률상담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임용됐다.

홍진표 인권위 상임위원은 계간 <시대정신> 편집인이다. 보수시민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뉴라이트 조직인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한태식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법명 보광인 청계산 정토사 주지스님으로 동국대 불교대학장·불교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김태훈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다. 영산대·한국외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인권위의 이런 결정에 대해 누리꾼들은 “인권위가 아니라 정권사수위로 전락” “인권위에 인권은 없다” 등의 의견을 내며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불법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범법자라도 기본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지요. 김진숙 선생이 현행법을 위반했으니 인권위가 보호할 필요없다 할 게 아니라 그 현행법이 인권에 저촉되는 것은 없나 살피는 게 인권위가 할 일이란 말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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