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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는 용역이다, 김진숙 잡아라” 아이들의 용역놀이

등록 2011-09-19 20:32수정 2011-10-31 17:16

한진중공업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용역놀이’를 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한진중공업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용역놀이’를 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한진중공업 집회 충돌현장 엿보며 ‘멍드는 동심’
용역에 “아빠 살살 때려요”…부모들은 참담
지난 17일 저녁, 멀리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이 어렴풋이 보이는 부산 봉학초등학교 놀이터. 이날 한진중공업 해고자의 아들 재우(가명·8)의 배역은 ‘용역’이었다. 재우는 85호 크레인 앞에서 아빠와 숱하게 충돌한 ‘용역 아저씨들’처럼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그러고는 친구 대여섯명을 향해 “나는 용역이다”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진숙 이모’ 배역을 맡은 은정(가명·8)이와 다른 친구들을 뒤쫓아 뛰었다. ‘노동자’ 배역을 맡아 구령대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하라”, “조남호는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치던 아이들은 모두 재우를 피해 달음박질로 도망쳤다. 은정이는 “용역 역은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용역 역을 한 언니가 ‘너희를 잡겠다’고 소리쳤는데, 꼭 마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이 놀이의 이름은 ‘용역놀이’다. 아이들이 처음 이 놀이를 시작했을 땐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노동자 배역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6월 1차 희망버스 행사 이후 용역이 집회 현장에 나타나 노동자들과 충돌하면서 역할놀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용역과 경찰이 추가된 것이다.

용역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부모들은 집회 현장에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지 않지만, 거의 매일 열리는 집회에 예닐곱살 아이들을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았다. 조합원 전아무개(43)씨는 “딸아이 유치원 선생님이 전화를 해서 ‘아이들이 용역놀이 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었다”며 “용역한테 맞아보기도 하고 많은 수모를 겪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참담한 마음을 털어놨다.

용역놀이가 아이들의 일상이 된 것은, 용역과 마주했던 순간의 기억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아빠의 친구들이 용역과 대치하는 것을 봐온 재언(가명·8)이는 집회 현장에서 마주친 용역에게 “아빠 살살 때리세요”라며 울먹였다고 했다. 재우 엄마 김하영(34)씨는 “텔레비전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용역이 충돌하는 장면을 본 재우가 ‘아빠가 오면 용역도 오잖아. 아빠가 집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상처도 깊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우리 박태우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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