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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꽃길 한 시간 걸으니 벌써 소금꽃

등록 2011-07-01 15:05수정 2011-07-01 19:34

7월1일 아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소금꽃 찾아 천리길.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진 허재현 기자
7월1일 아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소금꽃 찾아 천리길.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진 허재현 기자
‘소금꽃 찾아 천리길. 꽃길’ 출발한 쌍용차 노조원 20명 동행 취재
9일 동안 400Km를 걸어 부산 한진중 영도조선소 도착
평택시청 앞에서 신발 벗으니 발이 달궈진 조약돌 같애
김진숙 위원 응원 트위터 “천천히 기다리리다! 빠샤~^^”
 그동안 15명이 죽었다. 누구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누구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정이 붕괴됐다. 누구는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망해 빈털터리가 되었다. 또 누구는 파업을 이끌었다는 죄로 감옥에 갇혀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년 동안. 잊혀지지 않기 위해 바둥댔던 그 기간 동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삶이 어떤가를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해고는 ‘살인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온몸으로 보여주는 정리해고의 고통은 우리 사회의 ‘희망 바이러스’로 번지지 못했다.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손쉽게 버려버리는 정리해고의 관행은 2009년 이후에도 계속 됐다. 지엠대우에서 발레오전장에서 홍익대에서 한진중공업에서.

 그래서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기획실장(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은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2010년 12월 15일 시작한 싸움이 지난 달 27일 한진중공업 노조의 기습적인 파업철회 선언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30미터 고공 크레인 시위를 다섯달 동안 계속 하고 있고 그 아래에서 십 여명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지만 이들이 지핀 복직을 위한 ‘희망의 불씨’는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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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힘을 주어야 합니다.” 이창근 실장이 ‘소금꽃 찾아 천리길. 꽃길’ 행사를 기획한 이유였다.

 이 실장의 호소에 쌍용자동차 노조원 20여명이 1일 아침 8시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부터 9일까지 9일 동안 약 400km를 걸어 부산시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농성현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하루에 40km 이상. 1분에 100m씩 걸어야 한다. 만만한 일정이 아니다. 이 힘든 길을 이들은 오직 김진숙 지도위원과 끝까지 조선소를 떠나지 않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걷기로 했다.

 “힘들겠지요. 하지만 우리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김진숙 위원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고통을 함께 나눌 겁니다.”

 계영휘(49·쌍용자동차 해고자)씨는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애써 담담한 듯 말했다. 계씨의 동생 계아무개(39·쌍용자동차 해고자)씨는 정리해고와 파업농성의 후유증으로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계씨 형제는 정리해고의 고통을 온 가족이 함께 떠안고 있는 것이다. 계씨에게 그래서 이번 행사는 ‘희망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계씨는 “노동자를 물건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버리는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400Km를 꼭 다 걷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한 시간을 걷고 쉬자 김정우 정비지회장이 신발을 벗어던졌다. 발은 달궈진 조약돌 같다. 사진 허재현 기자
한 시간을 걷고 쉬자 김정우 정비지회장이 신발을 벗어던졌다. 발은 달궈진 조약돌 같다. 사진 허재현 기자
 이번 행사는 오는 9일 진행되는 ‘2차 희망버스’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창근 실장은 “지난달 27일 한진중공업 노조의 기습적인 파업 철회선언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싸움이 끝났고 희망버스도 더 이상 필요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실장은 “한진중공업 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래서 185대의 2차 희망버스를 꼭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먼저 걸어간 이 길을 희망버스 185대가 꼭 뒤따라오길 바랐다.

 아침 8시 30분.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이들은 간단한 출정식을 마치고 드디어 9일간의 행보를 시작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서로 박수를 치며 부산으로의 첫발을 떼었다.

 도로 한쪽을 이용해 한 시간여 걸었을까. 평택시청 앞에 도착했다. 노동자들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땀에 젖은 옷에는 벌써부터 ‘소금꽃’이 피기 시작했다. 10분간 휴식 시간이 주어지자 다들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는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변하기 시작한 김정우 정비지회장은 아예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졌다. 그의 맨발을 손으로 만져보니 후끈후끈 달궈진 조약돌 같다.

 “이래서 갈 수 있겠어요?”

 “무조건 가야죠. 고난의 길이지만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을 돕고 싶어요. 우리는 정리해고가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김 지회장은 올해 나이 53세로 참가자중 나이가 가장 많다.

 오전 10시께. 김진숙 지도위원은 자신의 트위터(@JINSUK_85)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쌍용차 동지들! 도장공장에 고립된 채 빗물 받아 먹으며 버틴 77일. 그 고립의 절망감을 겪었던 동지들이기에 그대들이 놓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사롭지 않음을 아오. 더위와 비바람이 괴롭히겠지만 건강히 무탈하게 오시오. 천천히 기다리리다! 빠샤~^^”

 이들은 이날 평택을 출발해 천안까지 내려간 뒤 3일에는 옥천에 도착한다. 4일에는 황간에 들르고, 5일에는 추풍령을 넘어 6일에 왜관, 7일에 청도, 8일에 김해, 그리고 마지막 날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 노동자들의 9일 동안의 발자취는 <인터넷 한겨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소금꽃 찾아 천리길’ 특집 페이지(https://www.hani.co.kr/arti/SERIES/318/)와 이창근 실장의 트위터 (@Nomadchang)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부분적으로 함께 걷고 싶은 사람들은 남정수 쌍용자동차 지원팀장에게 문의하면 된다. 010-6878-3064 / 후원은, 국민은행 668801-01-526023 (예금주 김상구)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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