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뒤쳐진다’ 빠르게 확산…틈만 나면 누르고 입만 열면 화제
한 인터넷 업체에 다니는 김현태(30)씨는 지난 2일 스키장에서 아이폰을 잃어버렸다. 예약구매 신청 뒤 이제나저제나 기다려 배달받은 지 1달만이었다. 김씨는 처음에 기기만 새로 사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예 새로 하나 더 장만했다. 결국, 2대 몫의 기기값과 통신요금을 물게 된 셈이다. 김씨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세상 흐름에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초등학생들이 한 때 닌텐도 디에스(DS·휴대용 게임기)가 없으면 왕따를 당했다고 하던데, 그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보시스템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남아무개(30)씨는 최근 점심때 직장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가 줄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다른 동료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꺼내놓고 메일 확인, 게임 등을 즐기기 때문이다. 입을 열어도 스마트폰이 화제다. 남씨는 “40대 이상 선배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자”라며 “나도 차세대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열 분위기’는 주로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많은 정보통신업계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다른 계층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케이티(KT)는 12일 아이폰 가입자(20만여명) 가운데 20~30대 여성의 비율이 23.5%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가운데 20~30대 여성의 비율(18.1%)보다 높았다. 최신 기계를 좋아하는 ‘얼리 어답터’에서 다양한 성별·연령으로 가입자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곽동수 한국싸이버대 교수(컴퓨터정보통신학)는 “새 차를 사면 처음에 남들 보라고 과시를 하듯이 스마트폰이 소개되면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람마다 자신의 필요에 맞게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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