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37) 분회장
‘해고 노조원 복직 투쟁’ 88시시 김은숙 분회장
“단식은 끝냈지만, 병원에 갈 수는 없었어요.” 30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끝낸 직후여서인지 김은숙(37·사진) 전국여성노동조합 88시시(CC) 분회장의 목소리는 힘겹게 들렸다. 김 분회장은 단식을 끝낸 지 3일째인 지난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이 난 만큼, 회사 쪽이 하루 빨리 조합원들을 일터로 돌려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3일 긴 단식을 마친 뒤 “여전히 일을 할 수 없는 조합원들 생각에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며 다음날 바로 노조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가 한달 동안 서울 여의도 국가보훈처 앞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서 이불 한 장에 몸을 의지한 채 단식투쟁을 한 이유는 동료 경기보조원(캐디) 54명이 1년 가까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소유의 88컨트리클럽 골프장을 위탁 운영하는 88관광개발은 지난해 11월 ‘한 조합원에게 내린 출장 정지 조처가 부당하다’는 글을 국가보훈처 누리집에 올린 조합원 52명에게 제명과 출장 유보 등 징계를 내렸다. 경기보조원들은 현장에 나가지 못하면 수입을 얻을 수 없다.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골프 경기보조원 52명 출장 정지11개월째
목숨 건 ‘30일 단식’·징계 무효 판결 불구
소유주 정부는 회사 매각 추진 ‘해결 난망’
이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해고된 조합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지난 9일에는 수원지법도 조합원들이 낸 ‘부당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제명 처분은 무효”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 분회장은 “회사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는 너무 기뻐서 다 같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분회장은 아직 얻은 게 없다. 회사는 지난 15일 면담에서 ‘판결문을 받고 항소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만 밝혔다고 한다. 그는 “회사가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88시시의 매각을 추진중인 것도 걱정스럽다 했다. 그는 “조합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어서 빨리 해결되었으면 한다”며 “국가보훈처가 회사와 타협할 수 있도록 힘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만들어진 88시시 노조는 경기보조원으로는 드물게 회사 쪽과 무급 출산휴가 등에 합의하는 등 단체협약을 맺어왔지만, 지난해 바뀐 경영진은 ‘경기보조원은 노동자로 볼 수 없다’며 태도를 바꿔 마찰을 빚어 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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