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국립수목원 원장
‘산의 날’ 맞는 국립수목원 김용하 원장
“등산이 아니라 입산입니다. ‘등산’은 산을 정복 대상으로 삼아 정상 점령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 산행인 반면, ‘입산’은 산을 관조하면서 느긋하게 걸으며 즐기는 자연친화형 산행입니다. 우리의 산행문화도 서구식 등산문화에서 동양전통의 입산문화로 바뀌어야 합니다.” 18일 ‘산의 날’을 앞두고, 540년 전통의 국내 최고 광릉숲을 관리하면서 산림친화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국립수목원의 김용하 (사진) 원장을 13일 만났다. “최근 들어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등 옛길이 복원돼 국민들의 새로운 여가문화로 각광받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을 꺼낸 김 원장은 “앞으로의 산림 휴양시설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산촌을 활용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18일 하루 비공개구역 특별 개방
‘국립’ 승격 산파 노릇 남다른 애정
자연친화형 입산문화 홍보 주력 그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청소년들에 대한 산림환경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립수목원은 녹색환경교사, 숲해설가 등을 고용해 ‘녹색교실’을 열고 있으며, 학생가족 초청 숲캠프, 소외계층 어린이 행복충전 프로그램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또 17일 청소년들에게 숲과 나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3회 우리식물 바로알기’ 행사를 실시한다. “청소년들이 식물의 이름을 알고 친근하게 지냄으로서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고,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마련한 이 행사는 내년부터는 각 지역 수목원의 예선을 거쳐 국립수목원에서 중앙경진대회를 치르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경제발전 논리에 밀려 골프장과 공장을 짓느라 산림이 마구 훼손되는 것도 사람들이 산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김 원장은 “개발이 불가피할 때라도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월 공모를 거쳐 원장에 선임된 그는 국립수목원과 인연이 각별하다. 1997년 산림청 산림환경과장 시절, 당시 중부임업시험장 부속 광릉수목원을 별도 독립기관인 국립수목원으로 승격시켜 현재의 국가생물자원의 학술연구센터가 되도록 초석을 다졌다. 국립수목원 탄생의 산파역을 담당한 ‘자부심’이 큰만큼 선진형 국립수목원을 만들기 위한 김 원장의 포부도 남다르다. “21세기 생물자원 경쟁시대에 국립수목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식물종 보전입니다. 새로운 산림생물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내 생물 다양성을 높여 생물주권의 영역을 확대하고, 환금성 식물을 농가에 보급해 생물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산림청은 18일 전국 36개의 국유 자연휴양림을 무료로 개방한다. 국립수목원도 이날 일반에 개방하지 않았던 ‘전나무 숲길’을 특별개방해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031)540-2000. 포천/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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