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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민주·통일 큰뜻 남기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등록 2009-08-18 19:44수정 2009-08-18 22:40

한달여 입원끝 어제 오후 1시43분 심장 멎어
국민들 전직 대통령 잇단 서거 충격…애도 물결
한국 현대사의 거인이 스러졌다. 제15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1시43분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서거했다. 향년 85. 폐렴 증세로 입원한 지 37일 만이고,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87일 만이다.

그의 비서실장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통령께서 오후 1시43분 서거하셨다”며 “부인 이희호 여사와 세 아들인 홍일, 홍업, 홍걸 삼형제와 며느리 등 가족과 측근들이 임종했다”고 발표했다. 박창일 연세대의료원장은 “김 전 대통령께서 7월13일 폐렴으로 입원하셨지만 마지막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해 심장이 멎으셨고,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폐색전증 등을 이겨내지 못하셨다”고 밝혔다. 박 의료원장은 “서거할 당시에는 이미 다발성 장기부전이 온 상태여서 심폐소생술은 큰 의미가 없어 하지 않고 조용히 보내드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치료 기간에 두세 차례 고비를 맞았고, 지난달 29일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인공호흡을 해왔다. 그는 결국 17일 밤부터 다시 급격히 악화된 병마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타계했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관상동맥 확장시술을 받은 뒤 매주 세 차례씩 신장 혈액투석을 받아왔고 2005년에는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 증세 등으로 두 차례 입원한 적이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 무렵부터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그의 주치의를 지낸 장석일 성애병원 원장이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유서와 관련해 “특별히 남기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쓰시던 책상이나 서랍에 유서가 작성되고 보관돼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원 며칠 전까지 일기를 계속 쓰셨는데 혹시 그 일기에 말씀을 남겼는가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국민들은 큰 충격과 추모의 뜻을 표시했고, 외국 언론도 아시아 민주화의 상징인 그의 서거 소식을 앞다퉈 주요 뉴스로 다루며 애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1971년 당시 야당인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후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사형선고를 받는 등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굴하지 않고 민주화 투쟁의 외길을 걸었다. 1997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돼 여야 평화적 정권교체를 처음으로 이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기존의 냉전적 남북 대결구도를 화해와 공존의 구도로 바꿔놓는다. 그는 같은 해 12월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온 뒤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필생의 과업인 남북관계에 전념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즈음부터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악화를 경고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유주현 김양중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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