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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7차] “좌파 밥그릇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뺏고 있다”

등록 2009-06-23 19:04수정 2009-06-29 10:35

23일 오후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한겨레 시민포럼에서 조광희(연단 가운데·영화사 봄 대표) 변호사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의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23일 오후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한겨레 시민포럼에서 조광희(연단 가운데·영화사 봄 대표) 변호사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의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제17차 한겨레시민포럼 ‘한예종사태로 본 문화권력’
“탄압위해 감사권 사용
권한남용 명맥한 사례
법치주의 위기 부른다”
“좌파의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이 누려야 할 민주주의를 뺏고 있다.”

제17차 한겨레 시민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조광희 변호사는 지난 3월 문화부의 감사로 시작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사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했다. 한예종 사건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정권의 목표에 동원하고, 그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한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다는 게 사안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23일 ‘한예종 사태로 본 문화권력’이란 주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포럼에서 “법이 부여한 감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과정에 개입하고 특정인을 탄압하기 위해 감사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는 명백한 권한 일탈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유사한 사례로 꼽은 것은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를 못 채우고 사퇴한 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전 위원장과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전 관장 등의 경우다.

조 변호사가 볼 때 이들의 ‘축출’은 몇 개의 단계를 밟아 진행됐다. 먼저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선정”해 “여러 경로로 사임을 강요”하다가,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나 감사를 해 그 결과를 부풀려 언론에 누설한다. 그래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사퇴시키고” 빈자리는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채우는 게 마지막 순서다. 그는 “모든 과정이 법 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주어진 권한의 범위를 넘어 자의적으로 법을 행사한다면 법에 대한 불신을 키워 법치주의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밥그릇 싸움론’에 대해서도 조 변호사는 “사안을 문화계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축소시켜 국가권력의 남용과 일탈에 침묵한다면 ‘국민의 동의에 기반한 독재’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방청석에서는 최근의 경색된 시국에 대해 울분과 답답증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 40대 여성은 “정치적 권리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예술가의 상상력마저 억누르려는 권력의 광기에서 섬뜩함을 느낀다”며 “아무리 광장에 모이고 시국선언을 해도 꿈쩍도 않는 정부를 언제까지 두고봐야 하는지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30대 여성은 “이번 사태에는 한예종이 축적한 지적·인적 자산을 빼앗고 박탈하려는 특정 이익집단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지 않은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까지 문제삼는 문화당국의 행태를 보면 군사정권 시절의 검열 관행이 되살아나는 건 아닌지 불안감을 느낀다”거나 “한예종 사태에서 193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에 가해진 나치정권의 탄압을 연상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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