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세상살이 자유로워졌나, 재갈물린 표현의 자유
미네르바 구속뒤 인터넷 논객 잇단 절필
‘꼬투리 잡힐라’ 토론방 자기검열 일상화
“인터넷 무지한 정권…기본권마저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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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무지한 정권…기본권마저 뒷걸음”
#1. “글을 계속 올려야 하나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이러다 살길 막히는 것 아니냐’고 가족들도 걱정합니다. (중략) 그러나 일단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아고라가 아닌 블로그에 머물고, 주장의 톤도 훨씬 부드럽게 하겠습니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된 지난 1월 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경제 관련 글을 써 온 누리꾼 ‘역발산’(가명)은 ‘글을 계속 쓸까 말까’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날마다 다섯 편가량 이런저런 글을 올려왔는데, 미네르바 구속 뒤 3주 동안은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글을 쓰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지만 하루 1~2건 정도였다. ‘어떤 표현을 쓸까’ 망설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판 치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이것은 예측이고 분석입니다. 무조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항상 틀릴 수 있습니다.” 조금 예민하다 싶은 글을 쓴 뒤에는 이런 뱀발을 붙이는 습관도 생겼다. 역발산은 지난해 6월부터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와 언론, 전문가조차 말을 하지 않아 직접 쓰게 됐다”며 “전세계가 어려운데 우리만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주식시장의 계속적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이젠 바닥을 쳤다’고 얘기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에 중요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시각으로 되새김질해 글을 썼고, 간혹 그의 예측이나 경고가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실생활과 가까운 주제를 쉽게 풀어 쓴 덕분에, 짧은 시간에 이른바 ‘경방고수’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글이 미네르바 구속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나뉜다고 토로했다. 이전엔 익명의 과감성과 명성에 따른 책임감을 함께 느끼며 글을 썼지만, 미네르바 구속 이후에는 과감성의 상당 부분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예전엔 오류를 찾아 고치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혹시 명예를 훼손하거나 오버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에 한두 번 더 읽어본 뒤 글을 올립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그냥 안 쓰고 말죠.” 그는 “미네르바를 구속해 처벌하는 식이라면, 나도 언제든 체포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광장’(아고라)에 남아 있다. 그는 “아직도 곳곳에서 작은 촛불을 켜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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