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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재 키우고 정기포럼 개최 ‘정책생산 양날개’

등록 2008-12-28 20:19수정 2009-03-23 03:08

<한겨레>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5부 (하)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지난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박순성 동국대 교수, 홍일표 희망제작소 국제팀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5부 (하)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지난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박순성 동국대 교수, 홍일표 희망제작소 국제팀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다시 그리고 함께 [5부]
위기의 시대 진보·개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정당 부설연구소 역할 확대 옳지만
독립성 확보·타집단과 공조는 ‘숙제’

사회 두뇌집단이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구체적 정책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정책생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홍일표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정당 부설연구소, 탄탄한 직업관료 제도, 상당한 인력과 자원을 보유한 국책연구소, 사회적 발언의 상당부분을 점하는 대학(교수) 등 미국 상황과는 크게 조건이 다르다. 수많은 민간 두뇌집단들의 경합을 전제로 하는 미국식을 상정하여 한국의 정책 생산과 유통 모델을 강구하긴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 정치가 정책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된다면, 두뇌집단 논의가 힘을 받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두뇌집단이 왜 필요한가? 미국 싱크탱크의 중요한 기능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책적 역량을 갖고 정책과 정치 세계를 넘나드는 주니어와 시니어를 키워내고 성장하는 시간이자 공간이 두뇌집단이다. 한국은 정책 조건으로서의 싱크탱크 공간은 늘어났지만,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사람을 키우는 두뇌집단을 만드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박순성 정당 내부 두뇌집단은 당내 정치와 분리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싱크탱크는 사회적 자원을 모을 수 있는 공식 창구이므로 인적·물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김호기 우리 정치 특수성인 지역주의 정치 탓에 정당 두뇌집단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굳이 새로운 정책으로 선거를 치를 필요 없이 지역주의에 의존하면 됐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두뇌집단은 참여연대·경실련처럼 폭넓은 사안을 다루지 않고 교육·남북문제·복지 등 자기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

노회찬 두뇌집단이 당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게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다. 거시적으로 정당의 비전과 진로를 개척하고 전망하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박승흡 진보정당, 진보정치의 분열로 정책역량도 분열상태에 놓여 있다. 민주노동당 내적으로 보면, 국고보조금을 받는 진보정치연구소는 당 내부 정치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


박영선 두뇌집단이 엔지오에서 인스티튜트로 옮아가야 하는데 두 가지 짐을 다 지고 있다. 두뇌집단이 제구실을 하려면, 학문적 성취 제약에서 탈피한 원로그룹, 교수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이헌재·김종인·정운찬 같은 분들이 두뇌집단 정착을 위해 헌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민 두뇌집단과 긴밀히 협력해
‘진보개혁 정책박람회’ 꾸려볼 만

홍일표 두뇌집단의 엔지오 성격과 인스티튜트 성격의 미분화를 과도기적 상황으로 봐야 할 것인가, 이것 자체가 가진 특성과 장점을 살려야 하는가는 나눠서 봐야 한다. 발전 모델을 어느 쪽으로 둘 것인지는 다른 조건들도 함께 봐야 한다.

사회 민주당은 집권 경험이 있는데도 지속성 있는 정책 연구소가 왜 없는가?

박영선 정당 연구소가 제대로 설 수 없는 이유는 정당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당 연구소는 단기적 과제 해결이나 여론조사 데이터 전달에 머문다.

사회 진보개혁 세력의 정책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당과 연관된 연구소가 중심을 이루고 시민사회, 지식사회의 두뇌집단들이 결합’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박영선 철학과 가치를 정당 연구소와 정당이 주도해 나가고 분야별 전문가 그룹이 결합해야 한다. 정책목표는 정당 연구소가, 정책수단은 관련 전문가그룹이 생산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정당 연구소는 민주화 이후에 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 호소력이 있는 가치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교육·주택·일자리·노후 문제 등 근본적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대안 마련의 장기적 프로그램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장기플랜 속에서 다른 두뇌집단과의 연계성이 추구돼야 한다.

홍일표 정당 부설 연구소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함은 분명하지만 정당 부설 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외부의 논의들을 주도하거나 집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국책 연구소나 재벌 계열 연구소들, 시민사회단체 연구소, 대학 연구소 등이 생산해내는 다양한 정책과 담론들이 실제 ‘정치의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검증되며 경합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당 연구소는 여러 정책집단들 가운데 ‘하나’로 존재하되, 특히 행정부처에 의한 독주나 배제, 국책 연구소의 파행 등을 제어하는 정치적 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박순성 한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예산 여유가 있는 두뇌집단이, 아무래도 정당의 두뇌집단이 되겠지만, 특별한 주제나 영역을 잡아서 최소한 10회 이상의 연속성 있는 전문가 포럼을 개최한 뒤, 포럼 결과물을 바탕으로 정책대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 이를 통해 대안정책의 형성과 대중화는 기본이고, 전문가 네트워크 형성, 정당간, 정파간, 두뇌집단간 정책적 차이의 극복과 신뢰 형성, 젊은 정책 연구자의 양성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박승흡 주요 의제와 관련해 해당 분야의 시민사회 두뇌집단인 비정규노동센터, 주거복지연대, 참여연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노동사회연구소, 토지+자유 연구소 등과 교류와 협력을 하지만 긴밀한 결합에는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엠비 악법 저지 국회투쟁 과정에서 진보개혁 진영은 촛불정국 이후 광범위한 연대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정책역량 제고 방안은 현실의 투쟁과정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다.

노회찬 재정기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니만큼 정당 연구소가 정책의 조직자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시민사회·지식사회의 두뇌집단들과 협업·분업은 물론 주문생산까지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당·시민사회·지식사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정책대회를 연 1회씩 개최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단일한 노선과 이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진보개혁 정책 박람회이자 축제 같은 개념이다. 이런 장에서 주체들 사이 유기적 분업 문제가 논의되고 바로 다음해의 구체적 계획이 협의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끝>


인터넷·대중성 통해 ‘진보의 위기’ 극복

미 진보진영의 생존 전략

200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출판된 미국 정치 관련 서적 대부분은 ‘공화당의 영구집권’을 예상하는 것들이었다. 1970년대 이후 한세대 이상 계속 이어진 미국 보수 세력의 정치적 결집과 사회적 활력은, 특히 헤리티지재단과 미국기업연구소 등 탄탄한 조직기반을 갖춘 싱크탱크라는 ‘지적 거점’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활용에 힘입은 바 컸다.

2000년 조지 부시의 당선, 2004년 부시의 재선은 진보 진영의 위기감과 변화의 절박함을 더욱 강화시켰다. 2003년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설립은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한 결과였다. 점점 ‘중도화’되어 가는 브루킹스연구소나 여전히 소수자적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책연구소(IPS) 등의 전통적 진보 싱크탱크들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따라서 진보 진영의 새로운 ‘지적 거점’이 필요했고, 가장 절실한 과제가 ‘조직과 이념과 사람’을 키워 내는 것이라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미국진보센터는 빌 클린턴 행정부 출신 인물들과 부시 행정부의 파괴적 이념과 정책에 문제를 느낀 합리적 공화당 계열 인사들을 불러 모았고, 젊은 세대 연구자들과 인터넷 활동가들을 규합했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소통에 엄청난 자원을 투자했으며, 젊은 대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진보’를 논의하는 활동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진보적 가치를 담은 정책의 생산에 몰두하는 한편, 그것을 좀더 쉬운 대중적 언어로 재구성하여 전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화나 영화 분석, 언론비평, 과학 등 일반적 싱크탱크들이 잘 다루지 않는 영역까지 치고 나갔다. 외교·안보·환경·경제 등 전통적 이슈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합하는 노력 또한 아끼지 않았고, 실제로 오바마 당선자의 환경과 사회 분야 정책과 인물들의 중요한 배출지가 되고 있다. 미국 진보진영은 최근 진보연구소네트워크(Progressive Institute Network)를 결성하여 진보 진영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홍일표 희망제작소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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