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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9차]“먹을거리 오염시대, 우리 건강 어떻게 지킬까”

등록 2008-10-28 22:08수정 2008-10-30 17:15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겨레 시민포럼에서 성균관대 약학부 이병무 교수(가운데)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명진기자 littleprince@hani.co.kr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겨레 시민포럼에서 성균관대 약학부 이병무 교수(가운데)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명진기자 littleprince@hani.co.kr
멜라민 오염 식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밥상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겨레>가 주최하는 아홉번째 시민포럼 ‘먹을거리 오염시대, 우리 건강 어떻게 지킬까’가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사회로 열렸다. 먹을거리 안전을 고민하는 전문가와 시민 70여명이 모인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병무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는 “식품첨가물을 비롯해 식품안전 위해요소가 너무 많아서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정부는 식품·독성 등 전문인력을 보강해 사고 예방 시스템을 정비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시민포럼]먹을거리 오염시대, 우리 건강 어떻게 지킬까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식품산업이 안전도가 검증되지 않거나 금지된 식품첨가물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국내 식품안전 시스템과 독성 물질에 대한 연구가 이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암 사망과 관련된 위해요소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식품이 35%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식품첨가물은 1%로 11위를 차지했으나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적인 식품첨가물을 쓸 경우, 다른 물질과 복합 작용을 일으켜 예상치 못한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허용된 식품첨가물은 화학물질이 402종, 천연물질이 202종, 합성착향료가 2400종에 이른다. 일상 생활에서 식품첨가물을 수십여 종씩 복합적으로 섭취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예컨대 식품 보존료 안식향산나트륨과 비타민씨가 만나면 발암 물질인 벤젠을 형성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멜라민처럼 식품 첨가가 금지된 물질까지 사용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위험도는 헤아리기 어렵다. 이 교수는 “멜라민의 경우도 부산물인 시아누릭산까지 함께 혼입돼 독성이 더 커졌다”면서 “식품첨가물질 복합 사용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권복기 <한겨레> 노드 콘텐츠팀 기자는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이 문제가 된 것은 식품이 저장·운반·가공 절차를 여러 단계 거쳐야 하는 상품으로 바뀌면서부터”라며 자기 고장에서 난 먹을거리를 별다른 가공없이 소비하는 ‘로컬푸드’ 문화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권 기자는 “음식을 가공하고 운반한다는 것은 바나나가 안 든 음식에 바나나맛을 내려고 첨가 물질을 넣고, 썩지 않게 보관하려고 보존료를 추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1970년대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의 주도로 국민 식생활을 조사해 영양문제 보고서를 냈는데 가공식품 유해첨가물이 생활습관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올바른 음식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국가적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워 질의와 의견 제시가 잇따랐다. ‘백수청년’이라고 밝힌 이아무개씨는 “식품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식품안전처 논의가 지난해에도 말만 나오다가 좌절된 것으로 안다”며 안전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정부 시스템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통합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처간 주도권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식품은 물론 각종 산업에서 불거지는 위해 정보를 각 정부 부처에 정리해서 나눠줄 수 있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인터넷 언론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한다는 참석자는 “식품 사고는 정부기관이 터뜨리고, 언론이 뻥튀기를 한 다음에 국민들에 의해 폭발하는 수순을 거치는데 억울한 경우도 많다”면서 “식품정보 전달 경로에서 언론이 잘못 하는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가) 터지면 일단 때려잡고, 사람이 자살해도, 나중에 사실이 아니어도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우리가 일일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힘든 사회인데 언론에서 뭔가 전문적인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기자는 “어떤 녹즙기 회사가 근거 없는 보도로 망해버리고 보상도 받지 못했던 사례가 기억난다”면서 “감독기관, 언론, 수사기관 등이 서로 이성을 갖고 세심하게 살펴 발표하는 관행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사찰음식을 공부한다는 박아무개씨는 “사찰음식과 로컬푸드 등을 공부하는데, 한국 사람은 음식에 대해 약이 아니면 독이라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식품 사고에 대한 과잉 공포나 식품 약효에 대한 과잉 기대를 양쪽 다 경계했다.

글/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상/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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