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6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 1933년부터 45년 사이에 독일 노조와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어떻게 나치에 저항하고 도피하며 망명생활을 했는지를 사진과 신문자료 등으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베를린/이용인 기자
창간 20돌 기념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4부]
진화하는 세계의 진보 2.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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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세계의 진보 2. 독일
독일 정치재단의 수입 구조
모태는 정당이지만 독립적으로 움직여
모든 연구결과는 ‘공공재’…무료공개 원칙 ” 독일 싱크탱크들의 운영 방식은 미국과 확연하게 다르다. 대부분 국가나 노동조합에서 지원하는 예산·기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모든 연구 결과물은 ‘공공재’라는 철학에 따라 공개되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정치 엘리트’의 요구에 맞춰 정책을 생산하는 미국 싱크탱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우선 독일 정치재단은 국가라는 든든한 재정 후원자를 갖고 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2008년 예상 수입을 살펴보면, 연방·주정부 등에서 지원하는 국가 예산이 1억2060만6천유로(약 1915억원)로 전체 예산 1억2355만6천유로(약 1962억원)의 97.6%를 차지하고 있다. 기부(60만유로)나 행사 참가비(95만유로) 등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거의 무시할만한 수준이다.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수입 구조도 다르지 않다. 재단의 2008년 예상 수입은 국가 예산 지원이 1억1279만6천유로(약 1791억원)로, 전체 예산 1억1709만4천유로(약1859억원)의 96.3%에 이른다. 하인리히 뵐 재단 역시 2008년 예상 수입 4252만8천유로(약 675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이 4217만8천유로(약 670억원)로 99.2%나 차지하고 있다. 정치재단들은 국가 지원 예산으로 △시민 정치교육 △국제교류 사업△학술활동 등 크게 세 부문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정치재단들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은 나치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나름의 역사적인 배경에서 비롯됐다. 에버트 재단의 미카엘 다우더슈테트 경제사회정책부문장은 “나치 집권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독일의 민주주의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초기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단절된 민주주의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정치재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고 소개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독일 정부는 1959년부터 예산 지원을 시작했다. 시민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을 출발점으로, 정치재단들은 국제교류를 통한 독일의 대외 이미지 개선, 학술 및 연구활동을 통한 사회적 담론과 의제 설정 작업 등을 주도해 나간 것이다. 독일에서 노동문제에 관한 한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산하의 한스 뵈클러 재단도 상당히 안정적인 재정수입 구조를 갖고 있다. 한스 뵈클러 재단의 2006년도 수입은 4370만유로(약 751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980만유로(약156억원, 22.4%)는 정부가 장학사업 용도에 쓰라고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노동자 대표들이 기업이나 관공서의 경영감독회에 참석한 뒤 받는 사례금이다. 독일노총 연방위원회는 79년 경영감독회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의 사례금 전부를 재단에 기부하도록 결정했다. 2006년 재단 예산의 68.2%인 2980만유로(약 473억원)가 노동자 대표의 사례금으로 충당됐다. 재단의 두가지 재정 원천을 합하면 비중이 90%가 넘는다. 한스 뵈클러 재단은 이런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장학금 지원사업을 비롯해, 경제사회연구소(WSI)와 거시경제정책연구소(IMK)라는 걸출한 두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사회연구소는 노동문제 분야에서, 거시경제정책연구소는 케인즈주의 경제학 분야에서 독일의 대표 연구소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자 대표가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동결정제도’, 정책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노조 지도자들의 자각과 의지 등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독일의 싱크탱크들. 사진 한스뵈클러 재단이 위치한 독일노동조합총연맹(위에서 왼쪽),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위에서 오른쪽),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아래에서 왼쪽), 하인리히 뵐 재단(아래에서 오른쪽).
“노총 이해와 상충돼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연구” 독일노총 산하 한스뵈클러 재단
호른(사진 왼쪽) 라이너 융(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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