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존엄 선언과 평화적인 촛불집회 보장을 위한 시국 기도회’를 마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도와 시민들이 3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을 출발해 숭례문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7월5일 집회 분석 전망
종교단체·누리꾼 “규모 ‘6·10’ 버금갈 것”
정부·시민사회, 5일이후 촛불 향방 고민
종교단체·누리꾼 “규모 ‘6·10’ 버금갈 것”
정부·시민사회, 5일이후 촛불 향방 고민
길고도 질기게 이어진 ‘촛불’엔 각 시기마다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5일 예고된 대규모 촛불집회 역시 정국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 5일 집회의 양상과, 이후 ‘촛불’이 어떻게 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지금껏 변화무쌍했던 ‘촛불’의 특성상 누구도 명쾌한 전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 6·10에 버금가는 규모 될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물론 종교단체, 누리꾼들 사이에선 5일 집회 규모가 지난달 ‘6·10 100만 촛불대행진’에 버금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촛불을 들기 시작하면서 평일에도 1만명 이상이 나오는 등 참가자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도 평화적인 모습을 되찾아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다시 광장을 찾고 있다.
민주당도 총력 참가를 선언했고, 지난 2일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주말을 맞아 대거 상경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에 불만이 높은 불교계의 대대적인 참여는 집회 규모를 쉽사리 내다보기 힘들게 하고 있다.
집회는 지금껏 유지됐던 평화 기조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라는 점에서 경찰도 강경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만, 경찰은 지난 ‘6·10 대행진’처럼 세종로에 이른바 ‘명박산성’과 같은 차단벽을 다시 등장시킬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집회 실무를 맡고 있는 대책회의 쪽은 3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5일 집회를 대비한 비상시국회의를 만들기로 했다. 실무를 대책회의가 맡되 민주당 등 야당과 종교계, 사회원로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 5일 이후 촛불은 어디로? 정부와 시민사회는 지난달 ‘6·10 100만 촛불대행진’ 때처럼 이번엔도 ‘5일 이후엔 어떻게?’라는 물음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5일 집회가 대규모로 치러질 경우, 이는 정부가 내놓은 추가협상 결과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의 수습책이 민심 달래기에 실패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시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 ‘촛불’도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종교계와 시민사회계 일부 원로들 사이에서는 “5일 집회 때 승리를 선언하고, 다른 행동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른바 ‘창조적 발전론’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패배감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마무리한 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운동 등 창조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물론 이런 제안도 ‘정부가 수긍할 만한 대책을 내놓는다’는 전제가 있다.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찰청장과 법무장관의 퇴진, 급식 안전성 확보방안, 촛불집회로 처벌을 받고 있는 시민·활동가 등에 대한 면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촛불시위대와 누리꾼들, 종교계의 젊은 성직자들 사이에선 “쇠고기 문제가 해결된 게 없지 않냐”는 재협상 관철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5일 이후의 ‘촛불’ 향방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촛불공조 나선 3대 종단 대표들 지난 두달 여 촛불을 밝힌 서울 시청앞 광장에 사제와 승려, 목회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촛불의 정당성과 종교인의 양심”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종단을 초월한 ‘릴레이 종교행사’를 열어 정부의 부당한 촛불 탄압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주말까지 시청 앞 광장에선 시국 미사와 기도회, 법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천주교 사제단에 이어 ‘촛불 수호’에 나선 개신교, 불교, 원불교 단체 대표들을 3일 만났다. 이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진심으로 참회하고 자세를 낮춰 국민과 대화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정진우 회장
‘촛불’ MB에 새로운 기회 태도 바꿔 국민뜻 받들길
국민에게 항복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명박은 항복하라’는 구호처럼만 했으면 좋겠다. 국민에게 항복하는 건 대통령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다.”
13일부터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기도회를 가질 예정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 정진우 회장은 촛불을 끄는 길은 하나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받들 때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계가 나서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했다”며 “시민들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조용히 기도하며 지켜보려했지만 지난 28일 경찰의 강경진압을 보면서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시민 양쪽에서 부상자가 잇따르면서 이 사태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교는 탑 속에 갇힌 구성원이 아니다.” 종교계가 현실 문제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비판에 그는 “70~80년대 민주화 운동 때도 종교가 자기 사명을 가지고 있었듯 종교는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발언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정부와 시민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 지금 종교계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목사로 있는 교회는 70년대 민주화 운동의 본산지인 서울 중구 ‘제일교회’다.
정 회장은 촛불집회가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그는 “정권 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자기 반성을 통해 지금까지의 태도를 수정하고 국민의 뜻을 받듦으로써 가장 훌륭한 민주대통령으로 남을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신뢰 회복’이다. 표현의 자유, 생명권 등 헌법의 위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신뢰의 상실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국민의 뜻을 섬기고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고시를 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촛불이 좀 잦아든다 싶으니 바로 태도를 돌변해 고시를 강행했다.” 그는 열렬한 지지를 받던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은 불신이라며 “술수로 넘어가려하기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도회가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우리가 기도회를 시작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일거라 믿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실용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곧 국민들 동반자로 안고 가는 게 진정한 실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으로 희망했다. 글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실천불교 전국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
국민염원이 담긴 ‘촛불’ 지키는게 우리의 최선
대통령이 먼저 참회하고 국민과 대화땐 길 보일것
“대통령이 먼저 진심으로 참회해야 한다. 그리고 자세를 낮춰 국민과 대화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서을 금선사 주지)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범 불교계의‘시국법회’를 하루 앞둔 3일 ‘국민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4일 열리는 시국법회에는 400~500여명의 승려가 참가하고, 촛불을 대신해 1만개 이상의 ‘전등’이 등장할 예정이다.
천주교와 기독교에 이어 불교계까지 ‘촛불’에 뛰어드는 상황을 두고, 그는 “수행자로서 중생의 아픔을 외면한 채 바라만 볼 순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안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스님 수백여명이 참가하겠다고 한다”며 “그만큼 수행자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 정부에서 폭력을 쓰면서까지 촛불을 강압적으로 끄려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민주공화국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법안 스님은 “촛불을 끄고 말고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국민들의 순수한 염원이 담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교의 제1계율은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이라며 “우리가 고기를 먹진 않지만, 광우병 위험 쇠고기는 다른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계에서도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취해야할 태도에 대해 “궁극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것은 ‘재협상’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면 일단 고시를 철회하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추가협상이든 재협상이든 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시했다.
승가회는 이번 시국법회를 통해 ?대통령이 독선을 버릴 것 ?쇠고기 고시를 거둘 것 ?내각 쇄신 ?경찰청장 교체 ?다양한 창구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 등 다섯가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법회가 끝난 뒤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마찬가지로 단식에 들어간다. 그는 “일부에서 우리에게도 좌우를 나눠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중도는 기계적인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 올바른 길, 올바른 선택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스님은 1980년 부산 범어사로 출가해 범어사 강원과 동국대 선학과를 나와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지낸 불교계의 대표적인 실천운동가다.
글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원불교 사회개혁 교무단 정상덕 공동대표
종교계 ‘갈등’ 멈춰줬으니 정치권, 이젠 대화 나서야
MB, 민주주의 절절함 없어 국민들 마음 어루만져줘야
“국민들이 마지막 기회를 드리는 것이다.”
정상덕 원불교 사회개벽 교무단 공동대표는 “종교계가 일단 대립·갈등을 멈추게 했다”면서 “멈추면 틈이 생기고 새로운 길이 보인다. 이제 정치권이 나와 대화를 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새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처음부터 순수성을 바탕으로 나왔기 때문에 신부님·스님 말씀에 폭력을 멈출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들은 소화기, 피켓보다 장미·백합을 더 들고 싶어 한다.”
그는 초반부터 촛불집회를 지켜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나왔다”고 했다. “폭력진압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라고 봤다”며 “국민을 함부로 때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국민들도 잠시 멈추고 상황을 정확하게 보자고 종교계가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 “‘쇠고기가 ‘안전’하니 먹어라’에서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게 국민들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종교계에도 ‘촛불’은 새로운 경험이다. “아이들은 내 몸과 마음에 대한 존중으로, 엄마들은 내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나왔다. 이 순수성이 자발성을 낳았고, 자발성은 창조적인 생각을 이끌어 냈다.” 그는 이어 “창조성이 수반한 다양성은 민주주의에 대한 놀라운 욕구를 불러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선진사회로 가는 길’의 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이번에 보여준 역동성을 미래 동력으로 써야지, 갈등 요소로 치부하는 것은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민주주의,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절절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지켰던 민주주의 정신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니까 저항이 나온 것”이라며 “대통령이 돌아가지 않으면 창조적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에 대한 열망, 평화에 대한 사랑은 새로운 시민 불복종 운동, 각종 소비자 운동으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다.”
원불교는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시국대법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조그마한 목탁을 나눠줄 예정이다. 목탁은 물고기를 본 떠 만들었는데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항상 눈을 떠 현실을 외면말고 직시하자. 그리고 목탁을 울려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자.” 글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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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0일 이후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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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종교계와 시민사회계 일부 원로들 사이에서는 “5일 집회 때 승리를 선언하고, 다른 행동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른바 ‘창조적 발전론’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패배감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마무리한 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운동 등 창조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물론 이런 제안도 ‘정부가 수긍할 만한 대책을 내놓는다’는 전제가 있다.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찰청장과 법무장관의 퇴진, 급식 안전성 확보방안, 촛불집회로 처벌을 받고 있는 시민·활동가 등에 대한 면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촛불시위대와 누리꾼들, 종교계의 젊은 성직자들 사이에선 “쇠고기 문제가 해결된 게 없지 않냐”는 재협상 관철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5일 이후의 ‘촛불’ 향방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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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평 정진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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