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함께하는 시민포럼] ① 촛불, 세상을 바꾸다 ‘웹에서 광장으로’
2008년의 한복판에서 한국 사회의 최고 화두는 단연 ‘촛불’이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촛불의 의미는 무엇이며, 촛불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한겨레>는 우리 사회가 촛불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그 방법을 시민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한겨레와 함께하는 시민포럼’을 마련했다. 그 첫번째 포럼이 ‘촛불, 세상을 바꾸다-웹에서 광장으로’를 주제로 1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선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문학평론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정보기술 칼럼니스트 김중태씨 세 사람이 기조발제를 했다.
이날 포럼의 백미는 역시 ‘토론’이었다. 발제자와 7명의 시민패널, 그리고 150여 청중은 촛불을 주제 삼아 1시간30분 동안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에서는 촛불정국으로 부각된 언론의 중요성, 그리고 대의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대학생 이재연(22)씨는 촛불을 통해 확인된 보수언론에 대한 불신을 언급했다. 이에 사회자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한국에는 진보적·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상식적·몰상식적인 신문이 존재한다”며 “몰상식적인 ‘조·중·동’의 실체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시민 김웅주(46)씨는 “홍세화는 프랑스로, 진중권은 독일로, 박노자는 러시아로 가라”는 인터넷 댓글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의 증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뭐겠는지 질의했다. 이에 홍 위원은 “일제의 침략과 분단을 거치며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치르는 등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며 “학교에서 경쟁보다는 먼저 연대를 가르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을 묻는 정진호(36)씨에게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써먹자”며 정당 가입을 권유했다. 진 교수는 “여러분이 정치를 혐오하니, 혐오스런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나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정당에 가입해서 제대로 대의가 ‘되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중태 칼럼니스트는 “기본적인 정보가 왜곡된 채 가짜 서민 같은 엉뚱한 사람을 뽑아놓은 것이 이번 총선·대선의 문제”라며 “정치인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마련돼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촛불’로 대표되는 집단적 에너지가 어떤 성과를 맺고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묻는 질의에 발제자들은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인 정책에는 언제든 ‘촛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진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수돗물 민영화, 대운하 등 이명박 정권이 가진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서민들의 공포가 나타난 것”이라며 “쇠고기 문제는 관보가 게재되면서 언젠가는 멈추겠지만 다른 의제들은 팔팔하게 살아있으며 계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터져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운동에서 성별 역할분담 사라져”
[촛불, 웹에서 광장으로]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