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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차] “위임된 권력 ‘감시시스템’필요성 절감”

등록 2008-07-02 09:17수정 2008-07-31 16:06

<한겨레>가 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연 시민포럼 ‘촛불, 세상을 바꾸다-웹에서 광장으로’에서 시민들이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맨 왼쪽)의 발제를 듣고 있다. 그 옆은 진중권 중앙대 교수, 김중태 칼럼리스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한겨레>가 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연 시민포럼 ‘촛불, 세상을 바꾸다-웹에서 광장으로’에서 시민들이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맨 왼쪽)의 발제를 듣고 있다. 그 옆은 진중권 중앙대 교수, 김중태 칼럼리스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중·동 실체 드러나…대의민주주의 제대로 써먹자”
“다른 생각과 공존경험 부족…학교서 연대 가르쳐야”
[한겨레와 함께하는 시민포럼] ① 촛불, 세상을 바꾸다 ‘웹에서 광장으로’

2008년의 한복판에서 한국 사회의 최고 화두는 단연 ‘촛불’이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촛불의 의미는 무엇이며, 촛불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한겨레>는 우리 사회가 촛불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그 방법을 시민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한겨레와 함께하는 시민포럼’을 마련했다. 그 첫번째 포럼이 ‘촛불, 세상을 바꾸다-웹에서 광장으로’를 주제로 1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선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문학평론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정보기술 칼럼니스트 김중태씨 세 사람이 기조발제를 했다.

이날 포럼의 백미는 역시 ‘토론’이었다. 발제자와 7명의 시민패널, 그리고 150여 청중은 촛불을 주제 삼아 1시간30분 동안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에서는 촛불정국으로 부각된 언론의 중요성, 그리고 대의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대학생 이재연(22)씨는 촛불을 통해 확인된 보수언론에 대한 불신을 언급했다. 이에 사회자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한국에는 진보적·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상식적·몰상식적인 신문이 존재한다”며 “몰상식적인 ‘조·중·동’의 실체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시민 김웅주(46)씨는 “홍세화는 프랑스로, 진중권은 독일로, 박노자는 러시아로 가라”는 인터넷 댓글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의 증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뭐겠는지 질의했다. 이에 홍 위원은 “일제의 침략과 분단을 거치며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치르는 등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며 “학교에서 경쟁보다는 먼저 연대를 가르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을 묻는 정진호(36)씨에게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써먹자”며 정당 가입을 권유했다. 진 교수는 “여러분이 정치를 혐오하니, 혐오스런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나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정당에 가입해서 제대로 대의가 ‘되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중태 칼럼니스트는 “기본적인 정보가 왜곡된 채 가짜 서민 같은 엉뚱한 사람을 뽑아놓은 것이 이번 총선·대선의 문제”라며 “정치인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마련돼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촛불’로 대표되는 집단적 에너지가 어떤 성과를 맺고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묻는 질의에 발제자들은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인 정책에는 언제든 ‘촛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진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수돗물 민영화, 대운하 등 이명박 정권이 가진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서민들의 공포가 나타난 것”이라며 “쇠고기 문제는 관보가 게재되면서 언젠가는 멈추겠지만 다른 의제들은 팔팔하게 살아있으며 계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터져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운동에서 성별 역할분담 사라져”

[촛불, 웹에서 광장으로]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
김영옥 이화여대 교수
“광장에 등장한 여성들이 가져다준 새로운 혁명의 희열과 맛을 지속적으로 그리워하고 찾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촛불소녀’라는 사건 주체의 원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소녀들의 등장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신중한 성찰을 요구하는 사건”이라며 “처음에 촛불을 점화한 사람부터가 여성이었고, 다양한 역할과 형태로 진화하고 전개되게 만든 힘도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민주화 운동 내부에 있던 성별화된 역할 분담이 사라졌다는 것이 이번 촛불집회가 갖고 있는 가장 의미심장한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광장의 외부에서 살림을 도맡아왔던 여성들이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했던 살려내기, 포용해내기, 돌보기의 경험들이 신자유주의 체제의 냉혹한 맹목적 자유의 원칙을 거스르고 저항해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이번 시위를 통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풀뿌리 차원, 미세한 살림의 차원에 있던 생명정치가 생활정치로 부화할 때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 정치가 내몰려 있었던 막다른 골목에서 해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시위의 원동력이 ‘여성의 감응력’에서 나온다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여성의 감응력이 훨씬 복합적이고 예기치 않은 돌발적 힘으로 뭉쳐 있다고 생각한다”며 “촛불 소녀의 원형적 의미를 끊임없이 되살리면서 촛불 소녀가 촛불 어머니, 촛불 언니, 촛불 할머니, 촛불 삼촌, 촛불 아빠, 오빠 등으로 끊임없이 변태하고 새끼치고 증식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집회주체가 계급·민중서 대중으로”

[촛불, 웹에서 광장으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촛불과 시민 문화운동’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먼저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패러다임의 변동’에 주목했다. 진 교수는 “투쟁적인 ‘저개발의 정치’에서 유희적인 ‘과개발의 정치’로 넘어갔다”며 “50~100m 앞에서는 박터지게 싸우지만, 그 뒤에서는 유모차 끌고 록밴드 공연을 즐긴다”고 말했다.

집회의 주체도 계급과 민중에서 대중으로 변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쇠고기 문제가 이전에는 농민 계급의 문제였지만, 생명권을 매개로 모든 사람과 관련되면서 패러다임이 확 바뀌어버렸다. 자본과 신체가 부딪치면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진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생명권의 문제를 착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계속 7% 양적 성장을 얘기하지만 대중들은 이미 삶의 질을 얘기하고 있었다”며 “소비대중의 높아진 요구를 70년대식으로 만족시키려고 했던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많이 놀랐겠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촛불의 능동성과 자발성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집회에선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다. 알아서 피켓과 구호를 만들어왔다. 시민들은 상식과 에티켓으로 모였는데 누구도 예상 못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냈다. 창발 효과다.”

그런데도 정권은 대중이 움직였으니 누군가 명령했을 것이라고 ‘배후’를 들먹였다고 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대중을 선동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들 상상력의 한계”라며 “청와대를 뚫은 건 800번 버스를 타고 들어간 여고생이었으며, 그것은 물리력이 아닌 상상력”이라고 밝혔다.

진 교수는 촛불집회의 배경으로 네트워크 민주주의를 들었다. 그는 “집회 현장에서 모든 사람이 카메라로 찍어대고 휴대전화로 연락한다”며 “386은 ‘해방의 역사’를 창조하려고 햇는데 디지털 소비대중은 내러티브를 창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1인미디어 발전이 정보왜곡 막아”

[촛불, 웹에서 광장으로] 김중태 IT 칼럼니스트

김중태 IT 칼럼니스트
김중태 IT 칼럼니스트
“10대의 촛불집회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가장 도덕적인 세대인 10대들이 어른의 세계를 지켜보고 기록하고 발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다.”

‘촛불혁명과 원동력-1인 미디어와 웹 2.0’을 주제로 발제를 한 김중태 정보기술 칼럼니스트는 “촛불시위의 주체가 된 10대들은 쉬운 웹과 1인 미디어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자라 디지털 문화와 하이퍼 마인드를 지닌 진정한 신세대”라고 정의하고, “글쓰기 아이콘만 눌러도 인터넷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쉬운 웹과 1인 미디어의 발달이 정보 왜곡을 막고 참여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고, 그 선두에 ‘에이치 세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시위에 나선 10대들이 비선형적, 비순차적 사고방식을 지닌 ‘에이치 세대’(Hyper generation)라고 정의하고, 이들 에이치 세대가 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초등학교 때부터 어른들과 똑같이 인터넷에서 뉴스와 텍스트를 보고 자라며 어른들의 시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환경이라고 꼽았다.

그는 “에이치 세대는 경제의 생산과 소비, 문화의 생산과 소비를 비선형적, 비순차적 형태로 하며, 권력의 형태도 마찬가지”라며 “과거에는 수십 년의 교육과 경험을 쌓아야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고, 권력을 행사하는 기간도 길었지만 지금은 어떤 이슈에 대해서 들고 일어나는 사람이 권력을 획득하고, 인터넷에서 이슈메이커 중심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시청 앞 응원이나 촛불시위 등으로 행동에 옮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이퍼 파워의 크기는 사람들에게 이슈가 흡수되는 범위와 크기에 비례하며, 권력의 유지는 이슈가 끝날 때까지로 짧고, 점 단위의 동시다발적인 이슈로 권력이 이동하고 분산한다”고 설명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한글파일]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김영옥
[파워포인트 파일] 김중태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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