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8일째 공장 옥상을 점거해 단식농성 중인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이 회사쪽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민사회서도 고립…정치·환경 등 이슈에 밀려 뒷전
“비정규직들은 ‘고립된 섬’에 있는 것 같다. 시민사회가 비정규직 문제에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지가 명확하게 해명이 잘 안 된다. 사회운동의 사각지대다.”
한 노동전문가의 ‘날선’ 비판이다. 그는 “‘나 스스로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내 아이도 그럴 수 있지만’, 정작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스웨덴 국민들은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면서 복지사회를 지켜가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며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할 국민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선 시민사회 운동의 주된 이슈가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가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거론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노동과 시민이 구분되는 양상을 보였고, 시민운동은 주로 중산층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으로 굳어져 갔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된 것도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비정규 입법 과정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비정규직 노조들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을 해봤더니, 비정규직 노조들은 주로 비정규직 노조들 내에서 연대하는 경향이 뚜렷이 보였다”며 “이는 노동운동 혹은 시민사회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주변에 머물고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연대의 손길을 뻗치기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반면, 시민사회 단체 쪽에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시민사회 단체들도 나름대로 비정규직 실태조사도 하고 비정규직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활동도 벌였지만, 2005년께 노사정 당사자가 비정규직 법안을 협상하는 단계로 접어든 이후엔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며 “이익단체가 아닌 시민단체가 노동계의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호기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공동대표(연세대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치 개혁이나 환경, 평화 등의 쟁점에 비해 뒷전으로 밀려난 측면이 있다”며 “단순히 노동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로 확장해 문제 해결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대학에 가 보면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될 텐데도, 비정규직 문제는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한다”며 “이른바 ‘88만원 세대’인 이들에게 미래의 노동조건에 대해 각인시키는 등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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